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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출판문화의 공간, 방호정 자료를 기탁받아

한국국학진흥원, 청송 방호정 소장 책판 600장 인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지난 4일에 청송 방호정(方壺亭)에 소장되어 있던 《방호문집(方壺文集)》, 《장릉사보(莊陵史補)》, 《파산세록(巴山世錄)》 등 책판 600장을 인수하였다. 이번에 기탁받은 책판 600장은 함안조씨 방호문중과 지역사회의 공론으로 제작되어 방호정에서 보관되어 왔다.

 

어머니를 기리며 지은 방호정, 학문의 중심이 되다

 

방호정은 조선 후기의 학자 조준도(趙遵道, 1576∼1665)가 세운 정자로, 경북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에 있다. 조준도는 44살 때인 1619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묘소가 잘 보이는 낙동강 절벽 위에 누정을 세웠고, 이후 지역사회 내에서 학문과 모임의 공간이자 출판의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날 기탁된 책판은 모두 7종 600장으로, 1845년에 간행된 조준도의 문집인 《방호문집》 책판 82장, 조기영(趙基永, 1764~1841)이 함안조씨 선조의 사적을 정리하여 1906년에 간행한 《파산세록》 책판 158장, 1863년에 간행된 조기영의 문집 《현은문집(玄隱文集)》 책판 3장, 함안조씨 삼대 다섯 인물의 글을 모아 1907년 간행한 《현애세고(玄厓世稿)》 책판 102장이다.

 

또한 단종의 사적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 1914년에 방호정에서 간행한 《장릉사보》 책판 121장, 1922년에 간행한 독립운동가 조독호(趙篤祜, 1843~1914)의 문집 《회간문집(晦磵文集)》 책판 56장을 비롯하여 조독호가 주희ㆍ퇴계 이황ㆍ회재 이언적ㆍ대산 이상정 등 여러 학자의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간행한 《독서찬요(讀書纂要)》 책판 76장과 계선판 2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방호정 책판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

 

 

인수 현장에서는 책판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이 여럿 발견되었다. 《장릉사보》는 정조의 명으로 1796년에 완성되어 필사본으로 전해져 오다가 1914년에 수정ㆍ증보하여 간행하였는데, 이때 청송 방호정에서 펴냈다는 기록이 책판의 마지막 부분에 새겨져 있다.

 

《방호문집》 등의 책판에는 당시 판각한 각수의 이름이 대거 기록되어 있으며, 《독서찬요》 책판에는 판심(책판의 가운데 부분)에 ‘독서찬요’라는 서명이 76장 책판 모두에 보각(補刻)되어 있다. ‘보각’은 ‘보수하여 새기다’라는 뜻이다. 판각 시에는 원래 다른 서명이었으나 어떤 사정으로 인해 서명을 바꾸게 되면서 원래의 서명을 오려내고 다시 그 부분에 ‘독서찬요’를 새겨 삽입하였던 것이다. 《독서찬요》 책판에는 서명 말고도 본문 가운데 크고 작은 보각이 여럿 확인되었다. 이는 책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이다.

 

선조의 유산, 보존하고 활용하다

 

지금까지 방호정에서 보관됐던 책판의 상태는 전체적으로 양호하였지만, 보존 관리가 시급한 책판도 다수 확인되었다.

 

 

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된 64,226장의 유교책판이 2015년 10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오른 이후, 지금까지 3,000여 장의 책판이 추가로 기탁되었다. 이들 책판은 대부분 문중과 지역사회의 공론으로 제작된 것으로, 선대들의 혼이 숨 쉬고 있는 정보의 보고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용이 중요하다.

 

이날 인수 현장에는 함안조씨 방호문중 관계자 10여 명도 함께하였다. 인수 현장을 지켜본 함안조씨 방호문중 후손 조욱래는 “오랫동안 문중에서 책판을 관리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관리에 어려웠던 점이 많았는데, 앞으로 책판을 영구히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이번에 기탁받은 방호정 소장 책판은 청송지역의 유학사와 지역 출판사 및 목판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자료이다. 앞으로도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ㆍ보존ㆍ연구를 통해 민간 소장 기록유산의 값어치를 확산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