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제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이 아마도 10살 때가 아닌가 합니다.
충청남도 서천에 사는 외삼촌 댁을 방문했을 때였으니까요.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시절, 역마다 서는 비둘기호를 타고 일곱 시간을 달리고
황톳빛 길을 걸어 산을 하나 넘은 뒤에야 서천 외삼촌 댁에 도착했지요.
눈만 뜨면 산이 보이는 산골에서만 살다가
앞에 탁 트인 평야와 바다가 그리 신기할 수 없었습니다.
외삼촌 집에서 바라본 바다는 산 너머에 걸쳐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산 너머에 있는 바닷물이
흘러 넘어와 마을을 덮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이제 자가용을 타고 한 시간만 투자하면 너른 바다를 볼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 된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삶은 바다와 같습니다.
바다는 크든 작든 늘 파도가 있습니다.
파도 없는 바다는 죽은 바다지요.
우리의 삶도 파도가 없으면 죽은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작든 크든 파도를 넘을 때 삶의 희열과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우린 삶의 바다에서 소소한 행복을 건져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작은 즐거움을 지나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일상에 소소한 행복이 깃들어 있는 것인데 말이죠.
어려서 하얀 제복에 담배 파이프를 문 멋진 마도로스가 되는 꿈은
한 번 정도 꾸어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망대해에 나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높은 파도와 사방을 채우고 있는 바닷물뿐이지요.
그럴 때 방향을 잃으면 항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표류일 것입니다.
무료로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면서 우린 목표를 갖고 살고 있는가?
목표에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이런 반성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인생의 키는 남이 아니라 내가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