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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송원조의 고법은 보비위(補脾胃) 정신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8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송원조 고수(鼓手)는 10대에 <이리국악원>에 들어와 판소리와 북을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국악원의 총무가 될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란 점, 그의 기억에 남는 특이한 경험은 당시, 소리선생으로 활동하던 김연수 명창이 동초제 판소리를 새로 짤 때, 밤새도록 북을 쳐 주면서 도왔다고 이야기하였다. 한때, 북을 접고, 딴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되돌아왔다고 이야기하였다.

 

얼마 전, 그에게 배운 제자들이 발표회를 할 때였다. 그는 명고수의 요건으로 첫째가 북을 잡고 앉아 있는 자세가 당당하여 소리꾼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고, 북가락은 단순하면서도 분명해야 하며 추임새를 적재적소에 넣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이었다.

그의 말이다.

 

“고수의 북가락은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그럼에도 필요 이상의 많은 가락을 써서 복잡하거나 시끄럽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도 있다. 이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가락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북가락이 많이 들어가도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최동현은 송원조의 북가락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송원조의 북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깨끗하다. 거의 원 박으로만 북을 치는 듯 분명하다. 그래서 누구든지 그가 치고 있는 장단이 무슨 장단인지? 그 부분이 몇째 박인 지 뚜렷이 구분해 낼 수 있다. 음식으로 비교한다면 다양한 양념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인데, 양념이 들어있지 않다면 음식의 맛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그가 연주하는 북가락은 멋과 맛이 들어있어 또 다른 묘미를 전해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잔가락의 활용보다는 원 박을 거의 반복하다시피 치면서 강약을 조절해 주기 때문에 동일한 가락형이라 하더라도 그 다양성으로 인해 그의 가락들은 단순성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함이 송원조 가락의 특성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도 잠시 소개한 바 있거니와 그가 소리와 북을 배우던 시절, 곧 이리국악원에서 공부하고 있던 시절,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험 가운데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김연수 명창과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당시 김연수 명창은 판소리를 위한 새로운 사설과 그 사설에 적절한 가락과 장단을 새롭게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기억이다.

 

“당시 김연수 선생의 판소리 사설집은 배역에 따라 사설을 구분하고, 여기에 장단을 표시한 것이 특징이었지요. 선생은 백지를 한 묶음씩 가지고 익산에 내려와서 익산역 앞에 있는 여관에 묵으면서 작업을 하였는데, 연필로 가사를 적고 그 위에, 하나하나 일일이 장단 표시를 하고 있었지요.”

 

그 무렵, 약 3년여 김연수 명창이 새로운 사설집을 정리할 때, 그의 요청으로 북을 쳤는데, <적벽가>를 시작으로 <춘향가>, <심청가>의 사설을 정리할 때 장단을 쳤다고 한다. 매일 매일의 작업이 매우 힘든 나날이었지만, 아주 유익한 공부와 경험을 했다고 자부를 한다. 혼자 하는 작업보다 보조해 주는 고수가 옆에 있으니까 김 명인 역시, 작업 능률이 올라 도움이 컸다고 송원조를 칭찬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송원조의 장단이 틀리기라도 하면, 화를 내며 못마땅해 했다고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송원조는 북을 칠 때, 보비위(補脾胃)를 강조한다.

보비위란 원래 한의학에서는 비장과 위장의 기운을 돋아주는 것을 의미하나, 일반적으로는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므로 공연 중에는 고수가 창자의 작은 실수를 잘 감싸주는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소리꾼과 고수, 두 사람이 길게는 5~6시간, 함께 무대 위에서 각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여야 하는데, 아주 작은 서로의 실수들은 서로 감싸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송원조가 주장하는 보비위란 단순한 실수를 감싸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리꾼을 위해 희생 봉사하는 선까지 그 의미를 확대하여 담고 있다.

 

곧, 김명환과 같은 고수는 고법에 있어서도 그러한 권위, 곧 “소리에 북이 끌려가는 것이 아니고, 북이 나름의 길을 주장하면서 나아가는” 그런 북을 쳤다고 하는데, 송원조는 고수로서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철저하게 소리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소리판에서 소리꾼의 기량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소리꾼이 그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이러한 고법(鼓法) 정신이 곧 소리판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 믿고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