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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윤은화, 신들린 연주로 하늘극장 천장 뚫었다

국립극장 ‘하늘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윤은화의 <페이브(PAVE)>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은화의 거동봐라 가느다란 양금채를 양손에 번뜻 들고,

워따 이놈 양금아

줄이있어 현악기오, 때려놓으니 타악기라

멜로디 리듬 하나되어 음들이 퍼지나니

속삭이듯 작은소리, 표효하듯 강.한.소리

화려한 테크닉에 양금이 춤을 추네.

장구 꽹과리 장단을 맞춰, 가야금 태평소 생황 불며

양금의 영역을 확장하는, 그 이름 윤은화라

 

7월 1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여우락 페스티벌 가운데 윤은화의 <페이브(PAVE)>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행자로 나선 소리꾼 서진실이 윤은화를 대상으로 해서 판소리로 부른 대목이다. 진행자로 소리꾼을 고른 것은 탁월했다. 바로 소리의 사설이 윤은화를 그대로 얘기해주고 있음이 아니던가?

 

 

 

‘여우락 페스티벌’은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국립극장의 대표적 프로그램의 하나다.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을 주제로 원ㆍ선ㆍ점 세 가지 주제 아래 23일 동안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예술가 12인의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확연히 두드러지는 공연이 윤은화의 <페이브(PAVE)>다.

 

진행자 서진실은 “양금은 국악기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철사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요. 페르시아에서 기원하여 18세기에 중국을 거쳐 조선에 전해진 악기고, 가장 이해하기 쉽게는 피아노의 조상벌이 되는 악기입니다. 가는 철사 줄을 채로 쳐서, 연주하는 타현 악기인데요.

아주 화사하고 영롱한 음색을 가지고 있죠.”라고 양금을 소개해 준다.

 

윤은화의 팬덤 곧 팬들의 무리를 한눈에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전체 627석의 하늘극장 객석은 그야말로 빈틈이 없을 정도가 되었고, 공연 내내 우레와 같은 손뼉 소리가 하늘극장 천장을 뚫고 있었다.

 

무대가 열리자, 양금과 운라를 위한 곡 ‘오로라’ 연주가 시작된다. ‘운라(雲鑼)’는 대취타 때 쓰기도 하는 구리로 만든 둥근 접시 모양의 작은 징(小鑼) 10개를 나무틀에 달아매고 작은 나무망치로 치는 타악기다. 이 운라의 맑고 영롱한 금속성 소리가 전통 양금의 '찰찰'거리는 소리에 더해 기막힌 회음을 꾸며준다.

 

 

 

원래 윤은화는 다양한 타악기와의 협연을 즐기는 사람으로 이번 공연도 앰비언트의 웅장함, 핸드팬의 부드럽고 맑은 소리, 글로켄슈필의 예쁜 소리처럼 각종 타악기가 등장한다. 또한 전통 관악기 생황과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원주민이 사용한다는 곧은 나무 트럼펫이라는 ‘디저리두’는 양금과 어울려 신비스러운 음악을 들려준다.

 

이날의 연주는 ‘안개의 유희’, ‘흔들리는 숲’, ‘족장들의 춤’, ‘혼돈’, ‘철(FE)’, ‘구라철사금성’, ‘무희’, ‘갈색여름’이 쉼 없이 연주된다.

 

그리고 윤은화는 마지막 곡을 연주하겠다면서 연주가 끝나면 재청을 받을 수 없다고 간곡하게 말했다. 마지막 곡은 무엇인가. 공연의 사작부터 윤은화 자신이 작곡한 창작 현대음악을 정신없이 연주해 냈다면, 마지막은 한국전통음악 가운데 즉흥적인 시나위형식을 빌려 창작된 곡 ‘양금시나위’를 골랐다. 경기무속장단의 낙궁과 터벌림장단,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위에 남도계면 선율을 입혀 개량양금의 반음계적 표현과 화음스틱을 활용하여 화려한 기교로 타악적인 요소를 극대화하였다.

 

장구, 북 등 타악기와 함께, 아름다운 25현 가야금 소리 그리고 우렁찬 태평소 가락이 윤은화의 양금 연주에 어울려 품어 나오는 신명이 하늘극장 천장을 뚫고 있었다. 청중들도 이 연주에 도취하여 모두 하나 된 듯했다.

 

 

이날 공연은 진행자인 소리꾼 서진실과 함께 가야금에 진미림, 피리ㆍ생황ㆍ태평소에 홍지혜, 타악에 이창현ㆍ이종섭, 타악ㆍ소리에 조한민ㆍ김동환, 핸드팬과 디저리두에 조현, 기타앰비언트에 애쉬가 함께 했으며, 협연한 춤꾼은 원종우였다.

 

논현동에서 온 장현실(37) 씨는 “나는 양금을 잘 모르고 있다가 윤은화의 연주를 본 뒤로 양금에 빠져들었다. 어디서 그런 신명이 우러나오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아무리 큰 스트레스를 받은 날도 윤은화의 양금 연주를 보고 나면 모든 앙금이 싹 사라지고 만다. 우리에게 윤은화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엄청나게 쏟아지던 장대비도 공연이 있을 무렵인 저녁부터는 잦아들었다. 윤은화의 기세에 억눌렸기 때문인가? 청중들은 ‘흔들리는 숲’ ‘혼돈’ 속에서 ‘족장들의 춤’을 함께 추고 ‘무희’의 ‘양금 굿’에 온몸을 맡겼으며, 승무를 정적인 모습이 아닌 격동적으로 추어낸 춤꾼 원종우의 몸짓에 마음속의 땀을 흠뻑 흘렸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