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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앵무새가 아닌지 반성한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22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서포 김만중이 지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진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각각 그 말에 따라 리듬을 갖춘다면,

똑같이 천지를 감동하게 하고 귀신과 통할 수 있는 것이지

중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자기 말을 내버려두고 다른 나라 말을 배워서 표현한 것이니

설사 아주 비슷하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한국 사람이 한자로 글을 쓰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 말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 당시는 한자 세대여서 한자가 한글보다 편했기 때문이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의 정서를 우리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에는

교사가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제 생각인 양 말하고 다니는 애들을 앵무새에 빗대어 비판합니다.

한편으로 공감이 가면서도 요즘 애들만이 그런 게 아니라

나 또한 앵무새가 아니었는가를 반성합니다.

 

앵무새의 말은 소통의 수단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그저 어디선가 들려온 말을 따라 하며 의미 없는 반복적인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할 능력을 잃고 남들이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석봉의 천자문을 기억할 것입니다.

한석봉은 가평군수를 역임하였고 앞산인 보납산에 자주 올랐습니다.

보납산 정상석이 붓의 모양을 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한석봉의 글씨는 많이 남아있지만, 그가 저작 활동으로 남긴 글은 없습니다.

그냥 외교문서나 관공서의 공문을 대필해 준 것이 전부이지요.

국문학사에 한석봉의 발자취가 남아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글쓰기와 떡 썰기 내기로 유명한 한석봉을 폄훼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 생각과 관점을 표현하고 남기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생각 없이 남의 이야기를 자기 말인 양 떠들어서는 안 됩니다.

깊이가 없는 말은 금방 밑천을 드러내기도 하겠거니와

자기 생각을 온전히 전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음은 정원과도 같습니다.

어떤 생각을 심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