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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 <대추 한 알>
[겨레문화와 시마을 20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 절로 붉어질 리가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 일 게다. ​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니

     둥글게 만드는 것 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이제 추분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그 사이 벼는 익어 고개를 숙이고 농촌 마을에는 여기저기서 붉은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그뿐이 아니다. 대추는 역시 붉게 물들어 단맛이 입안에 쏴 하니 퍼지는 때다. 충청북도 보은군에서는 오는 10월 11부터 10월 20일까지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보은대추 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보은은 예로부터 왕실에 진상하는 대추의 명산지로 《세종실록 지리지》 <충청도 청주목 보은현> 편에도 “토공(土貢)은 꿀ㆍ밀[黃蠟]ㆍ느타리ㆍ석이ㆍ종이ㆍ칠ㆍ지초ㆍ대추ㆍ족제비털ㆍ호도ㆍ잣[松子]ㆍ노루가죽ㆍ삵괭이가죽이요, 약재는 연꽃술ㆍ인삼ㆍ오가피ㆍ백복령ㆍ승검초뿌리[當歸]ㆍ수뤼나물[葳靈仙]ㆍ북나무진[安息香]이요...”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 알>이란 노래를 하고 있다. 시인은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가 없단다. 그는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 일 게다.”라고 말한다. 붉은 대추 한 알이 되기까지 여름날의 뜨거운 햇볕, 태풍, 천둥, 벼락을 다 겪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시인은 지금 힘듦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위로시 그 자체를 낭독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