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지리산 법계사는 한국에서는 해발 1,400m 로 가장 높은 고지대에 있는 절이다. 법계사는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해발 1,915m)의 동쪽 중턱에 있는 절로 그 창건은 신라 진흥왕 5년(544) 인도에서 온 연기조사가 세웠다고 전한다. 연기조사는 인도의 스님으로 한국에 들어와 지리산 이곳 저곳 명당에 터를 잡아 절을 창건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절찰은 구례 화엄사다.
이렇게 세워진 유서 깊은 절인 법계사지만, 많은 전란과 조선시대 억불숭유 영향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막지나고 터진 한국전쟁의 말기에는 지리산으로 들어온 빨치산의 소굴이 되어 그 소탕작전 과정에서 법계사는 바위토굴을 제외하고는 모든 전각이 불타고 말았다. 이런 아픈 상처를 딛고 다시 전각들을 세워 오늘에 이른 것이다.
법계사에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있는데, 이 탑은 법계사의 중심지 커다란 바위 암반 위에 세워져 있다. 이 탑 바로 아래에는 불상이 없는 전각(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다. 보통 대웅전 등에는 불상을 모시지만,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은 그 자체가 부처님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별도로 불상은 두지 않는다. 다만 진신사리가 모셔진 석탑을 볼 수 있게 전각에 큰 유리창문을 내어 창문을 통하여 밖에 있는 진신사리탑을 향하여 부처님께 예를 갖출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삼층석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탑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현재 국가에서 지정한 보물로 보호받고 있다.
법계사에 오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많은 절들 가운데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곳은 설악산 봉정암(백담사에서 6시간 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 법계사도 지리산 계곡의 탐방로까지 3km의 거리를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2.5km 정도(편도 1시간 반 등산), 비탈진 험한 산길을 두발로 걸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힘든 길이다.
이제 가을 단풍이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법계사 주변에는 가을 구절초와 이름 모를 풀꽃들이 피어있고, 좁은 계곡에는 가는 실폭포도 여기저기 만날 수 있어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법계사를 오르며 인도의 연기조사가 부처님을 기리며 진리의 세계를 깨닫고, 수행정진 하고자 세운 깊은 뜻을 새겨보았다.
이번 지리산 법계사 탐방은 역사 속에서 성주괴공(成住壞空 생겨나고, 머무르고, 무너지고, 허공으로 돌아가고 하는 현실세계의 변화 과정)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수려한 산천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치유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