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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준비된 인재’ 이순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태교신공과 이순신》 글 김일영, 그림 이현주, 에듀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순신.

이 이름 석 자는 끊임없이 불러낸다. 불멸의 장군, 효자, 그리고 충신 … 어찌 보면 공동체가 배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인물의 전형으로, 일은 물론이고 인격 또한 나무랄 데가 없었던 ‘완벽한 인재’의 본보기다.

 

무엇이 이러한 완벽한 인간을 가능케 했는가. 그 배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이 《태교신공과 이순신》이다. 성당에서 사목 중인 김일영 신부가 쓴 이 책은 한 인간을 길러낸 뿌리, 곧 정신문화의 지혜를 다룬다.

 

 

그 비결은 첫째, 어머니 변 씨의 훌륭한 ‘자녀교육’이었다. 변 씨가 이순신을 낳기 전 꿈을 꾸었는데, 신선의 풍악 소리가 나며 붓과 칼을 든 선녀 두 명이 나타났다. 붓에는 ‘효당갈력(孝當竭力)’, 칼에는 ‘충즉진명(忠卽盡命)’이 쓰여 있었다. 효도는 마땅히 있는 힘을 다해야 하고, 충성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 이정은 경건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글을 읽고 마음을 수련했고, 어머니 변 씨는 날마다 새벽기도를 드리며 마음을 정갈히 했다. 둘 사이에 낳은 아들 네 명은 모두 복희,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에서 이름을 따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이라 하였다.

 

네 아들을 일곱 살이 될 때까지는 《명심보감》, 《소학》, 《천자문》, 《훈몽자회》, 《손자병볍》 등 책으로 올바른 행실을 가르쳤고, 어느 정도 자라자, 악기를 하나씩 가르쳐 풍부한 정서를 길러주었다. 희신은 거문고, 요신은 가야금, 순신은 대금, 우신은 장구를 좋아해 함께 연주하며 시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p.30)

“시(時)는 흥을 일으키며, 세상을 볼 줄 알게 해주며,

서로 어울리게 하며, 가슴에 맺힌 한을 풀도록 하고,

가까이는 부모를 섬기도록 해주며, 멀리는 임금을 섬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잘 알게 해준다.”

 

둘째, 책상에서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유람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민족의 정신과 뿌리를 가슴에 새겼다. 이순신은 19살이 되자 친구인 선거이, 홍연해와 묘향산으로 떠났다. 묘향산에 가서 이름 높은 서산대사를 만난 그들은 서산대사가 직접 쓴 《삼가귀감》을 선물로 받고 우리 민족의 뿌리인 단군 역사 이야기도 들었다.

 

한 해 정도 산천을 두루 다니며 수련을 한 이순신은 서산대사에게 들은 단군 역사와 민족의 뿌리를 되새기면서 일연이 쓴 《삼국유사》를 읽어보았다. 세상을 이치로 다스리고 깨우쳐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재세이화’, ‘홍익인간’ 정신은 그의 가슴에 남았다.

셋째, 아내와 처가 등 혼인을 통해 새롭게 맺은 인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호연지기 수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는 스무 살쯤, 이웃에 사는 판서 이준경의 중매로 보성 군수 방진의 딸과 혼인했다. 이준경과 동문수학한 사이였던 방진이 이준경에게 중매를 부탁했고, 이준경은 평소 이웃에 사는 이순신의 사람됨을 높이 사 소개했다.

 

(p.46)

어머니는 결혼하는 아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어요.

“네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마라. 이것이 행복한 가정생활의 비결이니라.”

그리고 ‘효당갈력 충즉진명’ 족자를 내주었어요.

 

결혼 후, 이순신은 처갓집에 살면서 장인 방진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방진은 문무에 통달하고, 특히 병법과 무예의 달인으로 신궁이었으나 조용히 지내는 선비였어요. 그는 사위가 용모가 단정하고 예의 바른 선비인 것을 흐뭇해했어요.

 

장인 방진과 이순신은 뜻이 맞아 함께 ‘태극 명상’을 하고, 퇴계 이황이 지은 《성학십도》를 공부하기도 했다. 《성학십도》는 퇴계 이황이 평생 마음을 다스리는 비결을 연구한 뒤 그 요체를 가려 10가지로 정리한 책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보여준 이순신의 모습에는 《성학십도》를 꾸준히 읽고 마음을 다스리는 습관을 들인 세월이 있었다. 율곡 이이 또한 자신이 10년 동안 개혁을 부르짖어도 임금 선조의 마음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이렇게 탄식하며 마음 수양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p.58)

“아!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먼저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퇴계 선생이 왜 그토록 <성학십도>에 공(功)을 들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구나.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엄하면서도 정성 어린 교육, 호연지기를 기르는 산수 유람과 겨레의 뿌리와 정신을 되새기는 독서, 혼인을 통한 성장과 배움. 이 모든 것들이 한 땀 한 땀 모여 이순신을 만들어냈다.

 

비록 늦은 나이에 출사하여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관말직에 머물렀지만, 늘 자신을 수양하고 주변의 좋은 인연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던 이순신은 ‘준비된 인재’로 시대적 소명을 훌륭히 완수해 냈다. 그에게도 무척 안 풀리고 답답한 때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은 이순신을 크게 쓰기 위한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

 

이순신의 놀라운 정신력과 위기 돌파 능력의 기저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이 책은,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