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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대한제국 무늬 새겨진 ‘장식등’과 덕수궁 조명기구 전시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전, 덕수궁 돈덕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소장 권점수)는 오는 27일부터 2025년 3월 3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서울 중구)에서 개항 이후 전기를 도입하고 덕수궁에 근대 조명기구를 설치하여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노력과 시대상의 변화를 조명하는 「모던라이트(Modern lights),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 전시를 연다.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개항 이후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안팎에 설치되었던 장식등(샹들리에), 서양식 촛대, 석유등, 유리 등갓, 부속품 등 근대 조명기구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특히, <이화문 장식등(샹들리에)>는 1904년경 덕수궁 돈덕전 건립 당시 접견실 회랑에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이번 전시를 계기로 100여 년 만에 제자리인 돈덕전에 돌아왔다.

* 돈덕전(惇德殿): 고종 즉위 40돌과 망육순(望六旬)을 기념한 칭경예식(稱慶禮式)을 치르기 위해 건립되었으나, 돌림병 등을 이유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헐어버렸다가 2023년 9월에 재건됨.

* 이화문(李花文): 대한제국의 국가 상징 무늬

 

별도로 마련된 실감 영상실에서는 이화문 장식등(샹들리에)과 영상을 결합한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인 ‘모던 에이지 월(Modern Age Wall)’를 선보인다. 전등이라는 새로운 빛을 통해 당시 대한제국이 근대의 세계로 진입하였다는 의미를 화려한 빛으로 구현하였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된다. 1부 ▲ ‘대한제국, 빛의 세계로 들어서다’에서는 대한제국의 황궁인 덕수궁에 전등 설비가 마련되기까지 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전기의 도입 과정을 <에디슨 전구>, <덕수궁평면도(德壽宮平面圖)> 등으로 살펴본다. 개항 이후 미국에 파견된 보빙사의 건의로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가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첫 전등을 밝히고,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를 설립해 대한제국의 황궁인 덕수궁에 첫 전등을 밝히기까지의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하였다.

* 보빙사: 미국에 우호, 친선 및 교섭을 위한 보빙(報聘, 답례로 외국을 방문함) 명목으로 파견된 사절단

 

2부 ▲ ‘근대의 빛이 피어나다’에서는 임금의 어진을 봉안하거나 그리는 장소였던 정관헌과 황실의 도서관이었던 중명전, 그리고 돈덕전까지 대한제국 선포 이후 덕수궁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들에 설치된 조명기구를 주제로 하여, 근대 전환기 정치와 외교의 중심 무대였던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과 전등을 다룬다.

 

 

 

1900~1910년경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이 창립한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대한제국의 국가 상징 무늬인 이화문을 넣어 만든 <이화문 장식등(샹들리에)>를 살펴볼 수 있는데, 황금색 물감과 전구를 끼우는 소켓에 새겨진 상표, 당대에 발행된 신문 자료 등을 토대로 1904년 무렵 돈덕전 접견실 회랑을 꾸미기 위해 주문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등 가지마다 장식된 이화문이 꽃피어 빛으로 피어나는 형상을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양방향(인터랙티브) 영상으로 제작해 육각 거울방에 구현하였다.

*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mpany): 에디슨이 창립한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사와 1892년 톰슨-휴스턴 전기 회사(Tomson-Houston Electric Company)가 합병해 설립된 종합 전기회사

 

3부 ▲ ‘황실을 밝히다’에서는 덕수궁 내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의 실내 장식과 공간별 특성에 맞춰 다채롭게 사용된 영국과 미국산 수입 조명기구 유물들을 선보인다. 이오니아식 장식 기둥과 고전적 문양으로 꾸며진 접견 공간에 놓였던 <화로형 스탠드> 한 쌍과 탁자나 침대 옆 협탁에 두었던 <석유등>을 당시 석조전의 내부 장식을 조달했던 영국 메이플 회사(Maple & Co.)의 가구와 함께 연출하여 당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서양식 연회나 접견 때 활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화형 초받침>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아꼈다고 전해지며, 요정의 불빛처럼 빛난다는 의미로 ‘페어리 램프’로 불렸다. 관람객이 요정을 불러내듯이 바람을 불면 만찬이 시작되는 체험형 영상을 마련해 즐거움을 더하였다.

* 이오니아(Ionic)식: 고대 그리스 미술의 건축양식

 

 

4부 ▲ ‘이화문, 궁궐에서 빛나다’에서는 황실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뒤 <이화문 유리 등갓> 등 덕수궁의 조명기구를 선보인다. 1904년 덕수궁 대화재 이후 재건되어 새롭게 설치된 함녕전과 덕홍전의 장식등(샹들리에)과 <유리 등갓>, 대한문과 덕홍전의 <구형 유리 등갓> 등 다채롭게 사용된 전등기구를 살펴볼 수 있다. 창덕궁 대조전 욕실에 달려있었던 <트로자리에 등갓>과 대청의 대형 장식등(샹들리에) 중앙등에 걸려있었던 <마쓰다램프>는 100여 년 전 제작품으로 종류별 각 1점씩 현존하며, 이들을 비롯해 가지각색의 이화문 유리 등갓 40여 점을 전시하여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트로자리에(トロジャリヤ): 제너럴 일렉트릭 소속 아이반호-리젠트 웍스Ivanhoe-Regent Works의 제품으로, ‘트로잔(Trojan)’ 이라는 모델명으로 불림.

* 마쓰다(MAZDA)램프: 1905년 제너럴 일렉트릭과 제휴하여 기술을 이전 받은 도쿄전기주식회사의 제품으로, 1909년부터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mpany)이 자사의 텅스텐 전구의 상표로 사용한 바 있다.

 

전시 관람 뒤 돈덕전 로비에 마련된 체험공간에서는 덕수궁 각 공간에 설치된 다양한 조명기구의 위치와 용도별로 사용된 조명기구를 조합해 덕수궁 내부 공간을 꾸민 뒤, 관람객의 휴대폰에 정보 무늬(QR코드)로 전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