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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ㆍ사도광산에 이어 구로베댐ㆍ아시오광산

세계유산 등재 늘리기 보다 급선무는 일본의 양심을 바로 세우는 일
<맛있는 일본이야기 72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작업 중 다이너마이트 불발탄이 폭발하여 눈앞에서 죽은 사람만도 10여 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손발이 갈가리 찢겨 나갔고, 바윗돌이 가슴을 덮쳐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래서 사체의 행방은 잘 모른다. 강제징용자들은 질병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상으로 죽었다. 터널 공사 중 나온 돌덩어리를 나르는 짐차에서 떨어지거나 터널 받침목을 제대로 설치 안 해서 죽어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공사장에서 죽은 사람을 끌고 나가는 것을 수백 번 이상 목격했다.

              - 나가노 히라오카댐(長野平岡) 강제연행노동자 김창희 증언, 경북 월성 출신, 160쪽 -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조선인 수는 얼마나 될까? 그들은 어디서 어떠한 극심한 노동을 하며 삶을 마감했을까? 조선인들의 강제노역지는 일본 전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만 특히, 발전소용 댐 건설지, 비행장 건설 현장, 도로 건설지, 군수용품 공장, 탄광 등이 유력한 곳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8일, 조선인 강제노역을 다룬 《본토결전과 외국인 강제노동》을 쓴 곤도 이즈미(近藤 泉, 73) 씨 일행과 대담을 했다. 곤도 이즈미 씨는 나가노현 마츠모토시(長野県松本市)에 살면서 마츠모토강제노동조사단(松本強制労働調査団) 회원, NPO법인마츠시로대본영평화기념관(NPO法人松代大本営平和祈念館)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본토결전과 외국인 강제노동》의 공동집필자 5명 가운데 한사람이다. 《본토결전과 외국인 강제노동》은 일본인의 손으로 쓴 외국인(조선인과 중국인) 강제노동에 관한 책이다.

 

지난 2015년, 일본은 나가사키현에 있는 섬 군함도(軍艦島, 일본 이름 하시마섬-端島)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한국의 우려 속에 기어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군함도가 어떤 땅인가? 육지와 왕래가 불가한 섬에 조선인을 강제 징용하여 석탄 노동을 시킨 곳이 군함도다. 조선인 희생자를 은폐한 채 일본은 이곳을 “일본근대화 상징” 이라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했으나 한국의 반대로 지정에 난항을 겪자 강제징용을 분명히 명시하겠다는 거짓말로 등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이후 태도를 바꾸어 강제노역 사실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있다가 2020년에서야 겨우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라는 왜곡된 시설을 만들었다. 이 센터에서 조차 이들은 일본 근대 산업시설에서 노동을 한 조선인들은 차별받지 않았다는 왜곡된 주장만을 늘어놓아 한국인들의 복장을 터지게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7일에는 또 다시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해버리고 말았다. 이번의 감언이설은 사도광산 근처에 향토박물관을 만들어 조선인 노동자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린다고 했으나 주요 논점인 조선인들의 '강제 연행', '강제 동원' 등 '강제'라는 용어가 빠져 버려 또 한번 속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관절 왜 일본은 사실(팩트)을 이렇게 번번이 숨기고 왜곡하는 것일까? 자기땅에 있는 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은 자신들의 자유겠지만 이들이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설이 단순한 일본인만의 역사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곳에서 강제노동을 한 조선인들의 명백한 자료가 시퍼렇게 있음에도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왜곡한 채 '근대문화유산' 이라는 허울만 앞세워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사도광산은 어떠한가? 일제강점기 1,500명도 넘는 조선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노역한 곳이 아닌가? 일본측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이곳에서 해마다 추도식을 열겠다고 약속했으나 일본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사를 추도식 대표로 발표하는 바람에 유족을 비롯한 한국측의 참가 일정이 취소되고 말았다. 일제침략을 미화하는 인사를 대표로 뽑은 것은 진정한 추도의 뜻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왕에 추도식을 하려면은 뼈를 갈아 넣은 조선인 강제 노역자들의 유족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추도의 기본이다.

 

 

문제는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의 광기가 군함도와 사도광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구로베댐(黑部)과 아시오(足尾) 광산이다. 구로베댐은 일본에서 가장 큰 댐으로 도야마현의 구로베강 상류에 있으며, 아시오광산은 동광(銅鑛)으로 닛코시(日光市)에 있다. 구로베댐 일대와 닛코는 일본에서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유명한 관광지로 세계유산에 등재함으로써 이곳을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지화’를 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일본은 이들 두 지역을 '세계유산 잠정 일람표' 후보군에 26개 속에 집어 넣어 이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착착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아시오광산의 경우는 1994년부터 추진되어 오던 활동에 이어 2007년 3월에는 ‘아시오 동광(銅鑛) 세계유산 등재추진검토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이해 9월 '세계유산 잠정 일람표 추가기재 제안서'를 일본 문화청에 제안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은 조선인 강제노역자들이 2,400명 이상 동원되었으며, 40여명의 희생자가 나온 곳이다.

 

“일본이 일찍이 침략한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 가한 만행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겁니다. 이 책에서 다룬 외국인 강제 연행과 강제 노동은 그 만행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행한 만행과 짓밟은 인권에 대해 아픔을 느끼지 않고 있는 일본의 모습입니다. 현재도 편협한 배타주의나 민족차별, 외국인 차별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풍조에 항거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일본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 곤도 이즈미 씨

 

일본 정부는 또 다시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의 탈 속에 숨겨진 일본의 비양심적인 행위를 계속 드러내어 세계의 비웃음을 받지 말고, 최소한 등재 조건이라도 지키는 양심국가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한국정부 역시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을 호락호락 허락하지 말고 철처한 사전사후 검토로 피해국가의 권리를 주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