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들꽃은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 뒤에 독을 숨기고 있는 들꽃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가운데는 만지거나 섭취했을 때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지닌 종류가 적지 않습니다.
식물은 왜 독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독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여
번식을 위한 생존 전략으로 사용됩니다.
9월의 산에는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각시투구꽃이 그것인데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꽃입니다.
투구를 쓴 듯한 독특한 꽃 모양이 매력적이죠.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은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조심해야 할 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로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며 '죽음의 꽃'이라고도 불립니다.
각시투구꽃의 독성은 주로 뿌리에 있습니다.
그것을 '초오'라고 하기도 하고
까마귀의 머리와 비슷하여 '오두'라고 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이 독을 화살촉에 발라 이용하기도 하였지요.
초오(草烏)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심장 박동을 억제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사약의 재료로 사용되어 장희빈의 죽음에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장미와 가시처럼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위험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4대 미인은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을 꼽습니다.
이들은 나라의 운명에 관여하지 않음이 없었고 천수를 누린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아름다움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심안이 중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