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지난 11월 30일부터 내년(2025년) 6월 1일까지 경북 경주시 경감로 614. ‘솔거미술관’에서는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정신을 올바르게 닦는 것이 안정되지 않으면 하나도 이루어지는 게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지구상에 뭘 배우고 가르치고 하는 것도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이루어진 게 없다고 보면 된다. 마음이 하나가 되는 행동, 가장 큰 덕목이다. ‘일체유심조’는 불교의 핵심 철학이고 종교를 초월한 하나의 좋은 문장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지방마다 자기 고유 동네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경주가 박대성 화백에게는 특이한 행운의 이름이다. 왜 그러냐면 여러 나라에 고도가 있지만 경주는 신라인들이 완성해 놓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유산들이 있고, 그 안에 살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마음에 담아 화폭에 그려내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로 어떻게 그리라고 할 수 없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박대성 화백은 나름대로 자유로운 그리기 방식을 터득하여 현재까지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미술교육이 가진 보편성을 배제하고 대상을 바라보며 자유의지를 투영하려 노력한다. 새가 되어 내려다보기도 하고, 물고기가 되어 올려 보기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의 시점을 나에게 투영해 화폭에 그려낸다. 인지하는 방식을 바꿔봄으로써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박대성 화백은 먹 하나로 색을 짓고 엮는다. 그리고 ‘여백의 미’라는 수묵화의 독특한 화면 구성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백의 미’는 채워진 공간보다 비워진 공간에 더 많은 사유와 의미로 채워져 있다. 비움으로써 채움을 만들어내는 의식적 행위는 동양 수묵의 오랜 특징이다. 근대 서구예술에서는 여백의 미와 비슷한 철학적 흐름이 ‘미니멀리즘’이라는 사조로 태동하였다. 이런 점에서 비추어 봤을 때 채움과 비움, 음과 양의 대조를 지닌 수묵화는 오랜 시간 기다린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동양 3국의 수묵화는 서로 또 다르다. 중국 수묵화는 다채롭고 다양하고, 일본 수묵화는 간략하지만, 화려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수묵화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중적인 무게가 실려 있다. 먹의 세계 안에서도 민족적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발전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먹의 세계에서 박대성 화백이 화업을 이어오며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경지가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소산 수묵이 지닌 특성과 양식에 대해 선보이고자 한다.
관람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입장료는 오른 12,000원, 어린이 10,000원이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솔거미술관 전화(054-740-399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