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상설전시관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를 새롭게 조성하고 3월 21일(금) 공개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을 향한 새로운 공간
‘공간_사이’는 상설전시관 조각공예관 3층 청자실과 금속공예실 사이에 있다. 금속공예실의 주요 전시품이기도 한 한국의 범종 소리를 주제로 공간을 구성하고 이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공간_사이’는 다양한 세대, 국적, 장애 유무, 박물관 경험 정도의 차이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관람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두 개의 전시실 사이 공간이면서 여러 관람객들 사이를 이어주는 의미를 공간에 담았다.
교육관에서 상설전시관으로, 접근성을 확장하다
‘공간_사이’는 2023년에 조성된 ‘공간 오감’(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공감각 전시 학습 공간)과 연결선상에서 기획되었다. 그러나 ‘공간 오감’이 교육관에 위치해 특정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적 성격을 가진 것과 달리 ‘공간_사이’는 상시 개방되는 공간인 상설전시관에 조성되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서 성격을 가진다. 특정 대상을 위한 특정한 공간이 아닌 다른 전시실과의 조화 속에서 다양한 관람객을 포용하고자 하는 확장성을 담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도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범종 소리를 다양한 감각으로 즐기다
‘공간_사이’는 한국 범종 소리의 원리를 여러 감각을 통해 경험해 보는 공간이다. 한국 범종을 대표하는 국보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특징인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를 시각ㆍ청각ㆍ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범종의 소리를 보고 듣다
공간 중앙에 폭 4m, 높이 4m의 대형 LED 화면 구조체를 배치하여 영상 안에서 <성덕대왕신종>의 거대한 존재감을 구현하였다. 영상에는 한국 범종 소리의 원리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한편 실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에 기반한 매체예술(미디어아트)을 선보인다. <성덕대왕신종> 맥놀이를 구성하는 저주파수대 소리를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배치하여 범종음의 청각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였다. LED 화면 구조체의 뒤편에는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청음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범종의 소리를 몸으로 느끼다
공간 입구 양쪽에 놓인 의자와 LED 뒤편 청음 의자에는 셰이커(shaker, 소리의 압력을 전달하는 진동기의 일종)가 부착되어, 범종음과 함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진동 체험은 범종 소리의 시각화와 더불어,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박물관의 종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범종의 재료를 느끼다
대형 LED화면 구조체의 양쪽에서는 <성덕대왕신종>의 실제 재질 축소 모형과, 범종의 재료인 구리와 주석, 범종을 타격하는 당목의 재료로 꼽히는 느티나무 등에 대한 촉각 체험을 통해, 범종의 소리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더한다. 특히 촉각 체험 영역에는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범종의 소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 등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정보무늬(QR)로 제공한다.
누구나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공간_사이’는 한국 범종 소리의 원리를 여러 감각을 통해 경험해 보는 공간이다.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는 한국어를 기본으로 한국수어, 음성해설, 큰 글씨, 영어 번역과 함께 제시되어 전시실을 찾는 관람객 누구나 불편함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수어로 전시 해설을 제공하는 한편 전시실 내부에 히어링 루프(Hearing Loop, 청각장애인 보조 장치의 일종)를 설치해 보청기나 인공와우 착용자의 경우 소리를 더욱 뚜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음성해설은 오디오안내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전시 패널에 제시된 내용뿐 아니라 관람에 이해를 돕는 내용을 두루 담았다. 시력에 어려움이 있는 관람객 특히 시각장애인이 공간이 담고 있는 정보와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패널의 내용을 큰 글씨로 별도 제공해 다양한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어린이나 휠체어 이용자 등 일반적인 패널의 높이가 불편한 관람객들도 편하게 내용을 보도록 고려한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함께 만든 사람들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조성 과정에서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구현과 전달 방식, 접근성에 대한 고민들을 여러 전문가들과 나누며 내용을 완성하였다.
‘공간_사이’에서 제시하는 <성덕대왕신종> 음향에 대한 모든 데이터는 2020∼2022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한 타음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하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완호·정인지, 한국기계연구원 우정한·김봉기, 한국과학기술원 이정권이 측정한 음향이 바탕이 되었으며 조완호와 정인지는 전시 영상과 자료 전반에 대한 자문과 감수를 담당했다.
범종음을 입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운드 디자인(㈜씨투아테크놀러지 곽동엽), 외부의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는 전시실에서 범종음 감상을 최적화하기 위한 공간음향 디자인(튠웍스 김지경)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다. 한국수어를 더 자연스럽고 명확하게 구사하기 위해 변강석 강남대학교 수화언어통번역학과 초빙교수와 그가 이끄는 ‘수어민들레’의 농인 수어 전문가들이 협업하였다.
시력에 어려움이 있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음성해설 스크립트는 국내 1호 음성해설작가인 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의 서수연 작가가 작업했다. 음성해설 낭독은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의 세라,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로즈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최덕희 성우가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