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내륙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저는 바다가 참 좋습니다.
바닷가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인데…. 아직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요.
저는 동해보다는 서해가 좋습니다.
물론 청정하기는 동해만 한 것이 없지만
서해에는 갯벌이 존재하고 그곳에 많은 것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바닷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에 작은 게 종류입니다.
그 가운데 소라게가 있지요.
소라게는 비어 있는 소라 껍데기나 달팽이 껍데기와 같은 물체를
피난처이자 보호용으로 사용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빈집을 이용해야 하는 특성상 복부는 오른쪽으로 뒤틀려 있고
커다란 집게발도 오른쪽 것이 더 크지요.
이것은 껍질 속에 있을 때 입구를 덮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서 집을 달고 다니는 몇 안 되는 종이기도 합니다.
소라게는 자기 몸집에 알맞은 집을 선택해야 합니다.
너무 작으면 들어갈 수 없고 너무 크면 이동에 불편을 겪기 때문이지요.
교직에 첫발을 디딜 때 연립주택 방 한 칸에 월세를 주고 살았습니다.
요즘 말하면 깔세라고 해서 10개월 치를 선납하고 살아가는 방식이지요.
주인과 싱크대도 공유해야 했고, 거실도 공유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기르는데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사를 배정받았을 때 참으로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내 집은 아니었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공간이 생겼으니까요.
그 후에 전세로 지내다가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15년이 걸렸습니다.
다시 소라게를 봅니다.
게가 성장하면 새 껍데기로 옮겨 살아야 하는데
큰 집게로 입구를 가늠하여 알맞은 껍데기를 선택합니다.
만약 너무 큰 껍데기를 선택하게 되면 삶이 오히려 힘들어지지요.
어쩌면 우리도 소라게처럼 적당함을 유지하고 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능력에 맞지 않게 큰 집을 장만하여 대출에 허덕이는 사람도 있고
승진에 목말라서 과욕을 부리다가 인생을 망치는 예도 있습니다.
적당할 때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래서 노자는 이야기합니다.
‘지족상족(知足常足)’이라고 말이지요.
분수를 지켜 만족을 알아야 항상 만족할 수 있으니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감사함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