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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흙구름

바람이 빚어 땅에서 피어오른 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비가 오지 않아 바싹 메마른 활개마당(운동장)이나 넓은 들판에 세찬 바람이 휘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땅에 얌전이 누워 있던 흙먼지들이 바람의 손에 이끌려 하늘로 무섭게 치솟아 오르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치 땅이 하늘을 향해 내뿜는 거친 입김 같기도 하고, 흙으로 빚은 거대한 구름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한 바람빛(풍경).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땅의 기운이 하늘로 솟구친 모습, '흙구름'입니다.

 

'흙구름'은 이름 그대로 '흙'이 모여 '구름'처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구름이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이 구름은 땅에서 올라온 아주 작은 흙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말을 아주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구름처럼 높이 떠오른 흙먼지의 흐름.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흙구름'은 그저 바닥에 깔린 먼지가 아니라, '구름처럼 높이' 떠올라야 하고,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흐름'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앞서 만난 '먼지구름'이 뽀얗게 일어나는 흙먼지의 뭉게뭉게 피어나는 '모양'에 마음을 둔 말이라면, '흙구름'은 그 흙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아 마치 하늘을 덮는 구름처럼 흘러가는 '덩어리와 움직임'에 무게를 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땅에 있어야 할 흙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 흉내를 내는 것, 어찌 보면 참 얄궂은 일입니다. 하지만 맑은 날 흙바람이 크게 불어 하늘이 온통 누런빛이나 붉은빛으로 물들 때, "아, 흙구름이 하늘을 가렸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 답답한 바람빛(풍경)도 바람이 부리는 게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흙구름'은 바람이 몹시 불거나, 메마른 날, 또는 아주 힘찬 움직임이 있을 때 만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들판에서 흙구름이 피어올라 해를 가려버렸어요.

말발굽 소리와 함께 거대한 흙구름이 하늘로 치솟았다."

작게 일면 '먼지구름'이지만, 저렇게 하늘을 뒤덮을 만큼 크게 솟구치면 '흙구름'이라고 불러야죠.

 

비록 우리 코와 목을 따갑게 하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 때가 많지만, 그 이름만큼은 참으로 크고 숨김이 없습니다. 땅의 흙이 바람을 타고 하늘의 구름이 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할까요? 

 

언젠가 바람 끝에 실려 오는 흙냄새를 맡으신다면, 또는 멀리서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보신다면 찌푸리기보다 "저기 흙구름이 지나가는구나!" 하고 말해 보시기 바랍니다. 흙먼지라는 쓸쓸한 말 말고 '흙구름'이라는 멋진 이름을 불러줄 때, 우리의 하루도 조금 더 너그럽고 넉넉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