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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카자리, 카도마츠 등 일본의 연말연시 장식

연말연시 일본을 장식하는 풍경들
<맛있는 일본이야기 74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성탄이 다가오니 까페의 음악은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바다 건너 일본의 지인으로부터도 대문에 ‘직접 만들어 달았다’고 하는 크리스마스 장식(Christmas wreath) 사진이 날라왔다. 순간 나는 이것(일본에서는 ‘리스’라고 하는 장식라고 한다.)을 시메카자리(注連飾り,정초에 일본 집 대문에 다는 전통 장식)로 착각하고 아니 벌써 시메카자리를 달았냐고 했더니 지인은 시메카자리가 아니라 ‘손수 만든 리스’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인은 한국에도 리스(wreath)를 대문에 달아두냐고 묻는다. 글쎄? 라고 말끝을 흐렸는데 집 근처 까페에 가보니 현관에 반짝이는 ‘리스’가 달려 있다. 뿐만아니라 며칠 전 들른 대형병원 로비에도 사람 키 두어배가 넘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바야흐로 12월은 교회는 물론이고 백화점이나 상점가, 병원, 관공서를 비롯하여 더러는 가정집 아파트 현관문에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다. <동아일보>(2018.12.25.)에 따르면 ‘성탄트리 나무 한국서 유래…어떻게 세계로 퍼졌나’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띈다.

 

“초록빛을 띤 삼각뿔 모양의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가 서구에서 유래된 만큼 성탄 트리에 쓰이는 나무도 당연히 서양의 나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는 한국에서 유래됐다. 바로 구상나무다. 한라산, 지리산 등에서 살아가는 이 나무가 유럽에선 성탄 트리로 가장 인기 있는 한반도 고유의 상록교목이다.

 

25일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구상나무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07년이다. 당시 프랑스 출신 식물학자인 포리(Urbain Faurie) 신부와 포교 활동을 하던 타케(Emile Joseph Taquet) 신부가 제주 한라산에서 함께 채집한 것이다. 이들이 채집한 구상나무 표본들은 세계 각국으로 보내졌고, 영국의 식물학자 윌슨(Earnest H. Wilson)이 이를 기준표본으로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집’(The Journal of the Anorld Arboretum) 1권 3호에 신종으로 1920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구상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하게 된 것이 1907년부터라는 것이지, 서양의 크리스마스 트리 유래는 더 오래되었다. 다만 콕 집어 언제부터라고 하기 어려운 여러 설이 있다. 이른 유래를 보면 8세기 무렵, 선교사 성 보니파티우스가 게르만족이 전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막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새싹이 돋은 것에 감복한 사람들이 이 나무를 신성시하며 예배를 보게 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16세기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겨울밤 상록수의 아름다움에 감명받아 촛불을 꽂아 장식했다는 설 등등 다양하다.

 

크리스마스 트리 (리스 등의 장식 포함)가 서양 원조라면 일본의 전통 장식은 연말에 대문에 다는 시메카자리다. 시메카자리는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편의점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나라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12월(보통은 13일에서 28일 사이에 설치)에 대문에 장식하고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이듬해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다.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는 등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시메카자리 뿐만아니라 일본에는 카도마츠(門松, 소나무장식)라는 장식품을 정초에 상가 입구나 집 앞에 세워두는 풍습이 있다. 카도마츠는 일본의 고전 작품인 《즈레즈레구사(徒然草, 1330년)》에 “큰길에 카도마츠가 서 있어 화려한 분위기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풍습이다. 그런가 하면 새해 초에 카가미모치(鏡餠)를 장식하는 풍습도 있다. 카가미미치는 한자에서 보듯이 ‘거울떡’이다. 거울은 예부터 일본에서 삼종의 신기(三種の神器)라고 해서 신성시하던 물건인데 이러한 둥근 거울이 오늘날은 떡으로 변형되어 눈사람 모양의 찹쌀떡을 정초 집안의 중요한 곳에 장식하는 풍습으로 정착된 것이다.

 

서양의 크리스마스 트리 등 장식이나 일본의 여러 전통 장식(카자리)들은 결국 신을 기쁘게 하고 거기서 인간의 행복과 평화, 즐거움을 얻고자 하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성탄 장식은 종교색을 많이 털어낸 느낌이다. 백화점이나 역, 대형 슈퍼나 관공서 현관에도 성탄 장식이 내걸리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일본의 마트나 쇼핑센터, 백화점 등에 가면 시메카자리, 카도마츠, 카가미모치 같은 연말연시 장식품이 눈에 많이 띌 것이다. 물론 이를 만들어 파는 가게 등은 이때가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