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 아래, 인도ㆍ스리랑카ㆍ방글라데시ㆍ네팔ㆍ부탄 등 남아시아 5개국의 대표 가면극 10종을 담은 《남아시아의 가면과 가면극》을 펴냈다. 각국 전문가의 연구와 국립민속박물관 조사팀의 현장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총서는 신의 얼굴을 한 가면으로 인간의 삶을 비추는 남아시아 가면극의 특징을 생생하게 전한다. 남아시아 가면의 형태와 가면극 연행 방식은 한국과 차이가 있지만, 재앙을 물리치고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는 서로 닮아있다.
신과 함께 맞는 새해, 인도 초우(Chhau)
초우는 인도 동부에서 새해를 알리는 봄 축제인 차이트라 파르바(Chaitra Parva) 기간에 주로 연행되는 가면극이다. 축제의 마지막 사흘 동안 마을에서는 밤새 초우 공연이 이어지는데, 사람들은 공연을 지켜보며 한 해 동안 쌓인 불운과 혼란을 씻어내고 새로운 질서와 안녕이 시작되기를 신에게 기원한다.

내용은 주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같은 인도 신화를 주제로 다루는데, 지역에 따라 연행 특성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총서에는 ‘세라이켈라 초우’와 ‘푸룰리아 초우’가 소개된다. 세라이켈라 초우는 궁정 전통의 영향을 받아 절제된 동작과 세련된 가면이 특징이며, 대사 없이 몸짓만으로 내용을 표현한다. 반면 푸룰리아 초우는 화려한 장식의 가면과 힘찬 군무가 두드러지고, 가수와 서술자가 함께 이야기를 설명하며 공연의 흐름을 이끈다.
마을을 돌며 신을 맞이하다, 인도 쿰마티칼리(Kummattikali)
쿰마티칼리는 인도 남부 케랄라 지역에서 오남(Onam) 축제 때 연행되는 가면극으로, 가면을 쓴 연희자들이 마을 집집을 순회하며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이 가면극은 신을 맞이하고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형태와 의미 면에서 한국의 ‘지신밟기’와 매우 유사하다. 쿰마티칼리를 집필한 인도 남부문화센터의 고팔라크리슈난(K.K.Gopalakrishnan)은 연행 과정과 가면의 형태, 신·인간·동물 등 다양한 캐릭터 구성을 상세히 설명한다. 더불어 책에는 국립민속박물관 조사팀이 현장에서 조사한 현대적인 퍼레이드형 쿰마티칼리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질병 잡신으로 병을 다스리다, 스리랑카 산니(Sanni) 가면극

산니 가면극은 스리랑카 남부 지역에서 무당들이 전승해 온 치병 의례의 마지막 단계에서 연행되는 가면극으로, 질병을 일으킨다고 여겨지는 18명의 산니 잡신이 가면을 쓰고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병의 성격을 지닌 존재로 표현되며, 병의 증상과 성격은 가면의 형태와 연희자의 몸짓으로 구체화한다. 이러한 특징은 개별 산니 잡신의 표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피와 관련된 질병을 유발하는 잡신 리리 야카(Riri Yaka)는 붉은색 계열의 가면과 격렬한 동작으로 표현되고,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병을 상징하는 골루 산니(Golu Sanni)는 소리를 내지 않거나 둔한 몸짓으로 극을 이어 간다.
이처럼 병의 성격을 시각화한 연행은 무당이 산니를 하나씩 제압하고 몰아내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산니 가면극은 치병 의례로서 마무리된다. 집필자인 스리랑카 국가무형유산위원회 전문위원 이랑가 위라코디(Iranga Samindani Weerakkody)는 이러한 연행 구조와 상징 체계를 현지 사례를 바탕으로 현장감 있게 소개한다.
이 밖에도 연구총서에는 스리랑카의 소카리(Sokari)와 콜람(Kolam), 방글라데시의 칼리카치(Kalikach), 네팔의 마하칼리 피아칸(Mahakali Pyakhan), 부탄의 드라메체 응아참(Drametse Ngacham)과 팍참(Phag Cham) 등 남아시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다채로운 가면극들이 수록되어 있다. 원문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 ‘발간자료’ 차림에서 내려받아 열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