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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서도소리> 이젠 세계인의 소리가 될 것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 <유지숙의 서도소리>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추강(秋江)이 적막어룡냉(寂寞魚龍冷)허니 인재서풍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를

매화만국청모적(梅花萬國聽募笛)이요 도죽잔년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를

오만낙조의함한(烏蠻落照倚檻恨)은 직북병진하일휴(直北兵塵何日休)오

 

어제 5월 1일(금) 저녁 7시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는 <유지숙의 서도소리> 공연의 문이 열리면서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춘 서도시창(西道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가 유지숙 명창의 목소리로 유장하게 흘렀다. 이 공연은 (사) 향두계놀이보존회가 주최ㆍ주관한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승교육사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인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 기획행사였다.

 

관산융마는 평안도, 황해도의 서도지역에서 불리는 시창으로, 시에 곡조를 붙여 부르는 곡이다. 오늘 유지숙 명창의 소리로 듣는 관산융마는 서도소리 특유의 요성과 시김새가 녹아 있어 그 멋은 참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부르는 수심가에는 서도 민요의 음악적 특징이 모두 담겨 있는데 노랫말은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심경을 읊는다.

 

 

 

흔히 ‘민요’ 하면 그저 흥겨운 노래로 생각하기 쉽지만, 서도민요에는 이처럼 ᄌᆦ창 관산융마와 수심가가 있어 그 깊이를 더한다. 더구나 유지숙 명창의 옆엔 남북한 민속음악을 아우르는 당대 으뜸 피리 및 태평소 명인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 예능보유자인 최경만 명인이 반주로 함께 해 공연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이어서 유지숙 명창은 서도민요 소리꾼으로는 드물게 송서율창 <추풍감별곡>을 불러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송서는 말하듯이 풀어내는 이야기와 운율이 어우러진 독특한 창법이다.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다듬이소리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의 하나”라고 했는데 이 송서율창은 그런 선비가 책을 읽는 낭랑한 모습을 풀어내는 것이다.

 

<추풍감별곡>은 고전 소설의 하나로 가을바람 속 이별의 정서를 담은 작품인데, 떠나는 임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그리움을 읊는다. 정형화된 장단 없이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말붙임과 억양, 간간이 배어 나오는 감정의 떨림을 보여준다.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인 표현 속에 북녘 지역 특유의 소리 감성이 녹아 있으며, 말맛과 운율이 살아 있어서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이 또 다른 멋을 한껏 뽐내고 있다.

 

이어서 유지숙 명창의 중견 제자 이나라, 장효선, 류지선, 김유리, 김무빈이 ‘이젠 우리도 있어요’ 하고 나선다. 이들은 벌써 중견 소리꾼이 된 유지숙 명창의 큰 제자들로서 무대에서 <공명가>를 부른다. 공명가는 서도좌창의 진수라 불리는 곡으로, 삼국지 절정의 장면인 적벽대전을 앞두고 벌어지는 긴박한 순간을 담은 노래다. 제자들의 소리판은 각각의 서도소리가 지닌 특징적인 표현이나 강약, 시김새 등을 제대로 잘 배웠다는 점을 확인시켜 줌은 물론 특히 곡선(曲線)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나 호흡의 처리는 스승 유지숙 명창을 그대로 빼닮았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후 눈에 띄는 것으로는 서도민요 어린이 합창단 ‘둘레팀’이 앙증맞은 소리로 <금다래타령>을 부른 대목이다. 이 노래는 슬픈 전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곡조는 비교적 경쾌하고 흥겨운데, 역시 유지숙 명창에게서 배운 어린이 소리꾼들답게 흥겨운 소리를 해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이 ‘둘레팀’에 7살 어린이의 앙증맞으면서도 서도소리의 맛을 잘 살린 노래가 관심을 끌었다면, 유지숙 명창과 함께 뱃고사, 봉죽타령, 조개타령 등을 부른 나이 77살 소리꾼을 비롯해서 노익장 소리꾼들 곧 오현승, 이서현, 성제선, 박영춘, 김지원, 이재득의 맛깔스러운 서도소리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연의 대미는 전 출연진이 다 나와서 부른 ‘난봉가’들이었다. “앞집 큰애기 시집을 가는데 /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 앞집 큰애기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 새끼 서 발이 또 난봉나누나”라는 사설이 기가 막히다. 뒷집 총각이 목매러 가는데 새끼 서 발이 난봉날 까닭은 뭘까? 전 출연진의 난봉가는 이번 공연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해주었다.

 

 

 

 

유지숙 명창은 공연을 여는 소감을 “부르면 부를수록 끝이 없는 길이기에, 다시금 처음의 마음으로 긴소리들을 무대에 올립니다. 이번 무대는 스스로 다잡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자리입니다.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고, 부족함을 채워가며 서도소리의 깊이를 더욱 다져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곁을 지켜온 제자들과 함께하며, 그 인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전통을 성실히 이어가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서도소리가 전승이 잘될 것인가?’라고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지만 공연을 보고나 뒤 나는 이것이 기우임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유지숙과 같은 걸출한 명창이 있고, 그런 그 소리꾼 밑에 7살 어린이부터 77살 지긋한 제자까지 모여들어서 소리공부를 해 무대에 오른 것은 물론 그 실력이 출중했다는 점에서다. 또 공연 내내 관객들이 끊임없이 추임새를 넣고 호응하는 모습은 관객들이 소리꾼들의 소리에 푹 빠졌음을 말해주기에 ‘이제 서도소리 전승의 위험 수위는 넘겼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라고 공연을 본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은 감탄사를 연이어 쏟아냈다.

 

또한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공연을 봤다는 서초동에서 온 한수희(47) 씨는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는 늘 내 감동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제자들이 한결같이 청출어람을 뽐내는 듯이 소리하는 것을 보면서 공연 내내 저절로 추임새가 나왔고, 감탄하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한과 흥이 교차하는 독특한 소리 속에서 인간의 삶과 감정을 진하게 담아내는 음악 서도소리는 이제 세계 사람들이 즐겨 들을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다.”라면서 즐거워했다.

 

이날 공연은 국립창극단 유은선 예술감독이 사회를 보고 해금 이동훈, 대금 원완철, 피리 김어진, 장구 신원섭 등 중견 연주자들의 완벽한 반주로 더욱 빛이 났다. 그리고 모처럼 민속극장 풍류를 꽉 메운 관객들은 공연 내내 흥에 겨워 끊임없는 추임새로 응답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