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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894. 입추 무렵 오랫동안 비가 오면 기청제를 지낸다

 

내일은 가을의 길목 입추입니다. 밤새 열대야에 고생을 하고 있지만 하늘 저편에서는 가을소식이 다가옵니다. 입추(立秋)는 가을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며, 24절기의 열세 번째로 말복 앞에 찾아오지요. 생각 같아서는 말복이 오고 입추가 올 것 같지만 실제는 입추가 먼저 옵니다.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지 않으며, 조금씩은 겹쳐 있다고 하는데 계절도 마찬가지지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고 있지요. 입추부터는 김장용 무, 배추를 심기도 하지만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하니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고 합니다 

벼가 한창 익어 가는 계절인 입추 무렵 비가 닷새 동안만 계속돼도 날이 개기를 비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지요. 태종실록 36권(1418) 8월 7일 기록에 “예조에서 아뢰기를, ‘백곡(百穀)이 결실할 때인 지금 오랫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니, 8일에 기청제를 행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기청제를 하는 동안에는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으며, 물을 쓰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되었습니다. 기청제 전날 밤에는 비를 섭섭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는 금지되는데 심지어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습니다. 또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일절 금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양방(陽方)인 남문(南門)을 열고 음방(陰方)인 북문은 닫았습니다.

어느새 입추지만 아직 날은 더워 바닷가나 계곡을 찾느라 길에서 고생하지만 입추는 갈바람을 예약하는 날임을 생각하면 우리의 고생도 머지않았습니다. 입추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삶을 가르칩니다. 참고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입추(立錐)는 24절기 입추(立秋)와는 관계가 없지요. “송곳(錐)을 세울(立) 만한 여유(餘地)가 없다.” 곧, 아주 좁고 여유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