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림(田霖, ?~1509)은 조선 중기의 무장으로 법도에 추호의 흔들림이 없는 청백리로 한평생을 살다간 공직자입니다. 그에게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전해오는데 전림이 한성부판윤으로 있을 때 왕자 회산군의 집 짓는 곳을 지나가다가 짓는 집의 규모가 큰 것을 보고 공사감독을 불러 야단칩니다. 후에 가서 보니 전림의 말을 듣고 기둥을 자르고 칸 수를 줄인 결과 회산군 집은 납작하고 홀쭉해져서 그만 '납작집’이라고 불릴 만큼 볼품이 없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조의 공신으로 세도를 누리고 있던 홍윤성(洪允成)의 하인들이 그 세도를 믿고 장안에서 횡포를 부린다는 정보를 입수한 전림은 나졸들을 매복시켜 그 하인들을 잡아들입니다. 주인의 힘을 믿은 하인들이 "누가 감히 홍정승 집 사람들을 잡으려 하느냐."라고 호통을 쳤지만 오히려 전림이 "홍정승이 너희에게 범법하라고 명하셨느냐?"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홍정승도 감히 어쩌지 못했지요.
오히려 "공과 같은 사회기강을 바로잡는 포도대장이 있기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서슬 퍼런 기강을 간직하던 전림은 아들이 횡포를 부리자 죽이고 마는데 지나치긴 하지만 비록 자식일지라도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전림의 단호한 의지를 보는 듯합니다. 자식의 일이라도 법도에 맞지 않으면 용서치 않았던 전림은 요즈음 자식 일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공직자에 신물을 느끼는 국민에게 신선하고 분별력 있는 공직자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