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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속세를 벗어나 선암사에서 차 한잔을

현존하는 차의 성인, 지허(指墟)스님을 만나다 풍경이 있는 풍경 얼마 전 영동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전통찻집이 있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통찻집이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한데 그 곳의 차림표를 보니 녹차뿐이 아니라 쌍화차, 생강차, 유자차, 커피 등이 있는 것이 아닌가? 커피, 쌍화차도 전통차? 물론 찻집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통차가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쌍화차는 쌍화탕 어야 하고, 생강차, 유자차 등은 '~즙'으로 불러야 하고, 전통차가 아닌 대용차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그럼 녹차가 전통차일까? 보통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알고 있는데 그것은 오해라는 주장을 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은 바로 태고종의 본사인 선암사의 주지이신 지허스님이다. “녹차는 일본에서 역수입된 차입니다. 분명 전통차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녹차를 없애자는 것도,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녹차를 전통차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지허스님은 힘주어 말하고 있었다. 지허스님이 계신 곳을 넓은 선암사 경내에서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타전’에 계시다는 얘길 들었지만 몇 번을 물어보고 나서야 소박한 한 요사채 앞 댓돌에 놓인 스님의 신을 볼 수 있었다. 스님이 입고 계신 승복은 몇 번이나 꿰매 입은 것이다. 그러나 꿰매 입은 것을 검소한 것으로 오해할 것을 저어하신 것인지 스님은 여러 옷이 있지만 이 옷이 가장 편해서 계속 꿰매어 입는다고 강조하신다. 차를 내시는 지허스님 스님은 너무나 소박하시다. 큰스님이신데도 명망가들의 그런 권위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소위 큰 사람들이 권위를 위해 말을 무척이나 아끼고,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2시간여 거침없이 말을 하신다. 그리고 간간히 드린 우리의 말도 스스럼없이 경청하신다. 기거하고 계신 방도 그저 평범한 방에 불과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우리의 전통차는 녹차와 품종부터가 다릅니다. 녹차는 일본에서 개량한 야부기다종으로 뿌리가 얕고, 잎이 무성합니다. 그래서 대량생산을 하는데 아주 좋을 것입니다. 어쩌면 저렴한 차를 마시는데 장점이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뿌리가 얕으니 비료를 줄 수밖에 없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토종 야생차는 뿌리가 곧고 땅 위의 키보다 3~4배가 큽니다. 그래서 암반층, 석회질층에 있는 담백한 수분, 무기질을 흡수하여 겨울에 더 푸르고, 꽃이 핍니다. 그래서 녹차에 비해 우리의 전통차가 깊은 맛이 있는 것입니다.” 지허스님이 기거하시는 소박한 요사채 스님은 말씀하시는데 전혀 꾸밈이 없다. 그렇다고 녹 차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엿보이지 않는 다. 야생차는 재배하지 않으니 양도 적고, 일일이 수공으로 덖어내기에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어 값싼 녹차의 효용성을 부인하지 못한다는 말씀이셨다. 우리나라에 나고 있는 차나무는 야부기다종이 85% 정도, 변종이 10% 정도이며, 토종은 5% 내에 불과하다고 한다. 선암사를 비롯, 벌교의 징광사, 낙안의 금둔사, 보성의 대원사 주변에 남아 있는 것이 토종야생 차일 뿐이다. 하지만 이 야생차도 원래의 자생 차나무는 아니며, 삼국시대에 전래된 차가 2천여 년을 지나면서 풍토화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원래의 자생차는 백산차(白山茶)가 있었지만 멸종된 상태라고 한다. 선암사 경내의 아름다운 길 1 선암사 경내의 아름다운 길 2 “저는 현재 보편화된 일본식 다도는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릎을 꿇고 마시라니 젊은이들은 모두 도망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저 편하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초의스님이나 다산선생이 무릎꿇고 마셨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스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렇습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받아간 문화들을 모두 극진히 모셨는데 바로 바둑, 도자기, 차 등입니다. 바둑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