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정초(鄭招)·변효문(卞孝文)이 펴낸 《농사직설(農事直說)》은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사법을 찾아서 쓴 것으로 그동안 중국에만 의존했던 농사에서 벗 어난 획기적인 농업서입니다. 나라의 뿌리인 농사가 생산력이 현저히 낮아지자 백성의 생활은 날로 궁핍해졌는데 이를 안타까이 여긴 세종임금은 고민 끝에 이런 현상이 조선 풍토에 맞는 농사법이 없어서임을 깨닫고 마침내 각 지방에 농사 경험이 풍부한 농민들에게 그들의 농법을 물어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농사직설의 시초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비곡종(備穀種 : 종자의 선택과 저장법) 지경(地耕 : 논밭갈이법)이 있는가 하면 삼ㆍ벼ㆍ기장·조·수수ㆍ피ㆍ콩ㆍ팥ㆍ녹두ㆍ보리ㆍ밀ㆍ참깨ㆍ메밀 등의 재배법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볍씨 뿌리는 법을 보면 당시 4가지 농법 곧 논에 볍씨를 뿌려 그대로 키우는 방식인 직파법(直播法), 밭벼처럼 파종하여 키우다가 장마 이후로 물을 담은 채 논벼로 기르는 방법인 건답법(乾畓法), 못자리에서 키운 모를 논에 옮겨 심어 재배하는 묘종법(苗種法), 그리고 밭벼를 기르는 산도법(山稻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농지 고르기(整地法)는 봄, 여름에 얕게 갈고, 가을에는 깊게 갈 것을 권했고, 거름으로는 사람이나 가축 똥, 재거름, 녹비(참갈 잎, 녹두 등), 외양간 거름, 오줌재 등이 쓰였으며 써레, 쇠스랑을 비롯해서 미리개, 번지, 고무래, 따비, 호미 등 지금은 구경하기 어려운 농기구 이름도 많이 나옵니다. 《농사직설》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서로서 지금으로부터 581년 전(1429, 세종 11)에 우리 땅에 맞는 독자적인 농업기술을 연구하였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1686에 펴낸 내사본은 일본에까지 건너갔고 최근엔 한글이 보급된 찌아찌아족에게도 《농사직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농교본 곧 인도네시아판 농사직설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라니 참 대단한 책이란 걸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