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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오월 단오의 전통을 이어가는 고이노보리(잉어날리기)

 


 




 

푸르른 오월 하늘에 색색으로 펄럭이는 모형잉어(비닐 따위로 만든 잉어를 딱히 부를 말이 마땅치 않아 모형잉어라고 부름)들이 눈부시다. 5월이 되면 슬슬 일본의 하늘을 장식할 잉어들이 선보이고, 5월 5일은 그 고이노보리(잉어날리기) 절정의 날이다.

이때쯤 일본을 찾는 사람들은 아파트 베란다나 시골집 마당 장대에 매달린 잉어를 보게 될 것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아예 모형 잉어 축제를 하는 곳도 있다. 일본 가호쿠신보(河北新報) 4월 30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미야자키 시로이시(宮城 白石市)에서는 무려 500마리의 잉어를 내달았다고 한다. 이렇게 대규모의 잉어날리기는 올해 7회째로 지난 2년간은 동북지방의 대지진으로 중지했다가 2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주민들은 지진복구를 기원하는 뜻에서 전국으로부터 모형잉어를 기증 받았는데 개인과 단체로부터 약 600마리의 모형잉어를 받아서 이날 500개를 80미터 철삿줄 8열에 장식했다고 한다. 말이 500마리지 바람에 펄럭이는 잉어들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일대 장관이며 이를 보도하려고 전국에서 기자들이 몰려들고 관광객들도 앞다투어 몰려들어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한다고 전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고많은 물고기 가운데 잉어모양일까? 이는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그 답이 있다. 중국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은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본에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에 무사집안에서 시작된 단오풍습으로 음력 5월 5일 무렵 사내아이의 출세를 기원하여 집안 마당에 높은 막대기를 세우고 거기에 길게 늘어뜨린 모형잉어 장식을 달아 둔 것이 그 유래이다. 물론 지금 일본이 명절을 모두 양력으로 지내는 것처럼 단오에서 유래한 이 고이노보리도 양력으로 지낸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입신출세란 문필을 휘날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덕천가강(德川家康、도쿠가와이에야스) 같은 씩씩한 장수가 되는 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에서 단오 풍습은 사라지고 없지만 한때는 아낙들이 창포물에 머리감을 때 쓰던 창포(菖蒲)가 일본에서는 나쁜 악귀의 액땜용으로 쓰이는데 일본말로 ‘쇼우부(しょうぶ)’라고 발음한다. 쇼우부는 무가사회를 뜻하는 상무(尙武)라는 말도 같은 발음이라서 창포-상무-무가사회로 받아들여 5월 단오날은 남자아이의 입신출세와 무운(武運)을 비는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날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등을 현관에 장식으로 걸어두고 아이들에게 은근히 조상의 위업을 본받도록 하는 풍습이 있었으며 5월인형이라고 해서 사내아이들에게 무사인형을 선물하는 풍습은 지금도 남아있다.

단오 풍습을 버리지 않고 사내아이들의 잔칫날로 승화시킨 일본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5월 5일 고이노보리(잉어 날리기) 풍습에 견주어 한국의 어린이날은 무엇을 해야 하는 날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1923년 방정환(方定煥)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가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내고 있다.

갑옷이나 투구를 선물하고 잉어처럼 살아 퍼덕이는 힘을 가진 사내아이로 자라도록 어린시절부터 독려하는 일본의 5월 5일 풍습에 견주어 비싼 물건이나 사달라고 졸라대고 그것을 사주는 것이 어린이날인지 아는 한국의 상황은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모형잉어의 선명한 색만큼이나 뚜렷한 차이가 난다. 무엇으로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것인지 이웃나라의 잉어날리기 철만 되면 시름에 잠기게 된다.



* 일본 한자는 구자체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