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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8. 파주에서 전국시조경창대회 열린다

   

 

시조창은 자연 그대로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격조 있는 전통성악이다. 이러한 시조창이 시류에 밀려 점점 퇴색해 가고 있는 현실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던 차에 경기도 파주에서 5월 26일, “전국시조경창대회”가 열릴 예정이라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조창의 부흥과 보급이라는 시대적 열망 속에 새로운 명창을 찾는, 그러면서도 시조인들의 결속과 화합을 다지는 파주의 이번 대회는 조옥란 명창이 다섯 번째로 주도하게 된 행사이다. 처음과는 달리 점차 지역민들의 관심 속에 지역의 특색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여서 앞으로의 진행이 희망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시조시는 향가나 민요 등과 공존하며 성장하다가 조선의 유학자들에 의해 크게 발전한 분야이다. 이처럼 시조가 발전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시조시의 형식이 간결 소박하다는 형태상의 특성이 당시의 유학자, 지식인, 선비층의 취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러한 시조시는 조선전기만 해도 ‘대엽조’라는 시형에 얹혀져 불렸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의 가곡을 잉태시켜준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 등인 것이다. 가곡을 일러서 세련되고 정제된 형식미를 지니고 있는 노래, 유장한 선율미와 표현의 절제미를 자랑하는 노래, 발성의 장중미를 살린 노래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곡은 일반인보다 이를 전문으로 부르는 사람들에 의한 전문가의 노래로 자리를 잡아왔던 노래인 것이다.

이렇듯 부르기 어려운 가곡에서 일반인들이 부르기 쉽고 평이한 노래로 재구성된 것이 곧 시조음악이다. 이 시기를 대략 영조 무렵으로 보고 있다.

시조창의 악보로는 양금보로 된 <구라철사금자보>나 <유예지>와 같은 악보가 처음이다. 이 악보에 실려 있는 노래가 바로 현행의 <경제(京制) 평시조>로 밝혀졌으며 평시조에서 초장을 높게 질러내는 형식으로 변형된 지름시조가 나오게 되었고, 다시 많은 사설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 사설시조를 파생시키게 된 것이다.

시조음악은 8박형의 장단과 5박형의 장단이 있는데, 이를 섞어가며 부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를 예로 든다면 ‘태산이’는 5박형 장단으로 부르고, ‘높다하되’와 ‘하늘아래’는 8박형 장단, 그리고 ‘뫼이로’는 다시 5박형, 마지막 ‘다’는 8박형 장단의 제1박에 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시조창의 초장은 <5-8-8-5-8>장단에 얹어 부른다고 말하고 있다.

골격적인 선율은 do(仲 Ab)-Sol(黃 Eb)로 4도 하행하는 형태나 또는 Sol-do로 4도 상행하는 형태가 있고, Do의 2도 윗음인 Re가 가끔 나오는 지극히 간단한 선율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do의 끝을 들어올리면서 뻗다가 Sol로 떨어져는 편안한 요성(搖聲, 떠는 소리)이 이루어지도록 부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선율형으로 진행되는 시조창은 자연스러운 모양새(자연지세, 自然地勢)를 나타내는 격조있는 전통성악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연지세의 느낌은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를 새로운 이상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꾸밈이 없는 ‘자연지세’를 나타낸다고 하는 말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일상 생활 속에 나타난 생활철학의 멋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령 “세속의 영화란 실상은 고기가 낚시를 무는 것과 같으니 영화를 바라지 않으면 명리(名利)의 향기로운 미끼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벼슬자리란 본디 서로 다투어야 올라가는 것이거늘, 벼슬자리에 있지 않으면 올라가고 내려가고, 상타고 쫓겨나고 하는 그 안타까운 위태로움이 있을 리 없지 아니한가!”와 같은 글이다. 이 글이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세상의 부귀영화를 한낱 뜬구름으로 여기고 초야에 묻혀서 왼손에는 책을 들고, 오른손에는 거문고를 들고서 인생을 유유자적하며 살던 선비들의 음악은 아무래도 박자가 느리고 여유가 있으며 유연한 곡선미를 느끼게 하는 가곡이나 시조와 같은 음악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세상 영욕이야말로 한낱 뜬구름에 불과한 것임을 조용히 일깨워 주는 노래가 시조창이고 서로 인정하고 신뢰하게 하는 점잖은 노래가 또한 시조창인 것이다.

바라건대, 조옥란 명창이 앞장서서 펼치는 전국시조대회가 더 많은 사람이 시조를 좋아하고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노래들이 널리 퍼져서 우리 사회가 밝고 명랑해지기를 기원한다.

지역의 유지는 물론 일반시민들이 다수 참여해서 전국 각 지역에서 파주를 찾는 많은 시조인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으면 한다. 시작에서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질서있게 그리고 성황리에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 전국시조창대회 발표회 5월 26일(토) 15:00 시민회관 소강당
* 문의 조옥란 명창 017-357-3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