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월)

  • 구름많음동두천 12.9℃
  • 맑음강릉 14.2℃
  • 구름많음서울 12.7℃
  • 구름조금대전 14.6℃
  • 맑음대구 12.4℃
  • 흐림울산 13.4℃
  • 구름많음광주 16.4℃
  • 구름많음부산 16.4℃
  • 구름많음고창 15.1℃
  • 구름많음제주 17.6℃
  • 구름많음강화 11.2℃
  • 구름조금보은 13.4℃
  • 맑음금산 14.3℃
  • 흐림강진군 15.6℃
  • 흐림경주시 11.9℃
  • 구름많음거제 15.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9. 전옥희, 정상을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소리꾼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에서 지난 5월 26일(토)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풍습과 전통을 이어가고자 <당산제 큰잔치>를 열었다. 그리고 그 잔치에 이은관 명창에게 서도소리와 배뱅이굿을 열심히 익히고 있는 여성 소리꾼 전옥희를 초청하여 배뱅이굿 한마당을 펼쳐 큰 관심이 쏠렸다.

이러한 전통의식이나 놀이야말로 지역민들을 화합시켜 명랑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기본적인 정신이요, 원동력임을 생각할 때,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전통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결속시켜 나가는 기본 질서라는 논리가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작게는 배뱅이굿을 통하여 함께 울고 웃는 재미있는 공연이 되겠지만, 크게 보면 이러한 행사를 통해 이웃이 하나가 되고, 그래서 지역민들의 화합과 나눔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더욱 컸다. 전옥희

한국 사람으로 배뱅이굿 한 가락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은관의 배뱅이굿은 매우 유명한 서도의 창극조 소리이다. <배뱅이>라는 처녀가 결혼 전에 죽게 되자, 그녀의 혼(魂)을 달래주려고 8도의 이름난 무인들을 불러 굿을 하는 과정을 노래와 아니리, 발림을 섞어 가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창극조이다. 남도의 판소리와 비교가 되는 소리라 하겠다.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 소리를 다듬고 정리한 사람은 19세기 말, 평안도 용강사람 김관준으로 알려졌다. 그의 소리는 그의 아들 김종조를 비롯하여 최순경, 이인수 등이 이어받았고, 이인수의 소리가 다시 이은관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른다.

이은관의 많은 제자 가운데 여성창자는 매우 드물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오늘의 주인공 전옥희라는 소리꾼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동요나 민요와 같은 전통적인 소리를 듣고 자라나 서 장차 유명한 소리꾼이 되는 것이 어려서부터 지닌 꿈이었으나, 어찌 인생길이 마음먹은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인가! 소리공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마음속 저 깊은 곳엔 언제고 기회만 된다면 소리꾼의 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다짐만을 깊게 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이은관 명창을 만나게 되었고, 용기를 내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앞서 뛰어가는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길을 걷는 선후배들은 물론, 주위에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이, 심지어 그의 스승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전옥희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점을 칭찬하고 있다.

그가 열심히 이 길에 정진하고 있다는 근거들을 나열해 보면 <배뱅이굿보존회> 사무국장을 맡아서 배뱅이굿과 관련된 대내, 내외적인 업무를 총괄하면서도 누구보다 열성으로 선생에게 공부하고 있다는 점, 선생과 보조를 맞추며 함께 무대공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는 점, 배뱅이굿과 관련한 교재 저술이나 신민요 악보발행 등을 통하여 배뱅이굿 보존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비롯한 수상의 실적이 돋보이는 점, 말레이시아, 하와이, 일본, 캐나다 등 나라밖 공연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배뱅이굿과 신민요 발표회’를 비롯하여 최근에도 불교 TV, 남산국악당 특별공연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면서 꾸준한 자기 무대를 만들어 왔다. 아직 이 바닥에서 그의 이름은 초년병에 그치지 않고 있지만, 쉼없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머지않은 장래 배뱅이굿이나 서도소리에서 그의 자리는 확고해 지리라고 믿는다.

때를 놓친 전옥희가 덮어 두었던 전통의 소리들을 뒤늦게 다듬느라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아름다울 뿐이다.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소리들이 순조롭게 풀려나오기 바라며 배움에 길에 왕도가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힘차게 나가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늦게 출발을 했지만 열배 백배로 더 노력하고 죽을 각오로 이 길에 정진해 보렵니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기 바라며 그녀가 가는 길을 막는 모든 장애물이 그를 더더욱 큰 그릇으로 키워 주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