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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아름다운 금강초롱에 붙은 일본인 이름 하나부사

   

"최 참판댁의 기둥 군데군데 초롱이 내걸려 있고 행랑의 불빛도 환하게 밝았다.”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초롱이라고 하면 왠지 귀여운 등불이 연상된다. 전기가 없던 시절 불을 밝히는 도구였던 초롱은 꽃이름에도 붙어 있는데 금강초롱이 그것이다. 꽃모양이 흡사 신랑신부 가마 타고 시집가던 날 들던 청사초롱 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그런데 이 꽃이름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로 이 꽃에 이름이 붙은 하나부사(花房義質, 1842-1917)는 25살 때 유럽과 미국을 순방한 경험을 토대로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시기의 조선주재 초대 공사이다.

금강초롱은 1902년 강원도 금강산 유점사 근처에서 자생하는 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태백산·오대산·설악산·향노내봉·금강산을 거쳐 함경남도에서도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최근에는 경기도 가평군 명지산에서도 금강초롱이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 꽃에 하나부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하나부사의 한자는 화방(花房)으로 사람들은 여기에 초(草)자를 붙여 화방초라 불렀는데 금강초롱에 하나부사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의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타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금강초롱(하나부사) 말고도 사내초(테라우치)라는 이름도 붙였는데 특히 조선 초대총독이었던 데라우치(寺內正毅)가 식물학자 나카이의 뒤를 많이 봐줘서 그 고마움에 조선 꽃이름에 데라우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나카이(nakai) 말고도 조선의 꽃이름에 일본 식물학자 이름이 여럿 보이는데 우에키(ueki), 마키노(makino) 등이 그들이다. 몇 가지 꽃이름을 보면, 산앵도나무: vaccinium koreanum nakai, 오동나무 : paulownia coreana uyeki, 섬백리향: thymus przewarskii nakai, 감나무:diospyros kaki thunb.var.domestica makino 등의 학명에서 일본인 이름이 선연하게 보인다. 조선인 이름의 창씨개명도 부아가 치미는 판에 아름다운 조선의 꽃이름에서 발견되는 일본인 이름은 언제봐도 유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