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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8월 9일은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된 날

   

       

한국인에게 있어서 8월의 의미가 남다르듯 일본인에게 8월의 의미는 남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그를 입증하듯 8월로 접어들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세례를 둘러싼 언론과 방송의 보도가 경쟁적이다. 또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현장은 평소보다 많은 일본인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국립 나가사키 원폭사망자 추도 평화기념관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당시의 정황이 적혀있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나가사키시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한순간에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수많은 시민과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다행히 목숨만은 건진 피폭자들에게도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과 몸의 상처, 방사선으로 말미암은 건강장해를 남겼다. 우리는 이러한 희생과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며 이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바친다. 우리는 원자폭탄에 의한 피해의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할 것이며 이러한 역사를 교훈 삼아 핵무기 없는 영원히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기념관 안에는 멈춰버린 시계며 원폭 핵심지에서 700미터나 떨어진 이와키마치 초등학교에 다니던 14살 츠츠미양의 시커먼 도시락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단체로 온 학생들로 언제나 만원인데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온 인솔교사는 당시 미군이 폭탄을 떨어뜨려 츠츠미같은 어린아이들이 죽어갔다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기념관 측의 말마따나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 구축이라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인류가 지향할 지고지순한 목표이다. 그러나 지금 원폭의 도시 나가사키 기념관이 밝히고 있는 당시 상황 설명은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나가사키 원폭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왜 나가사키는 원폭을 맞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은근슬쩍 태평양전쟁 가해국에서 피해국으로 둔갑하고 있음을 눈치 채는 것은 오로지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각국 사람들일 뿐 이제는 일본인들조차 자신들이 피해국의 국민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지식층에서 말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유달리 혜성처럼 빛나는 일본인이 있다. 오카마사하루 목사(岡正治, 1918-1994)가 그 사람이다. 오카마사하루 목사는 나가사키에 일본 최초로 가해박물관을 세운 사람이다. 오카마사하루 목사가 설립한 박물관 자원봉사자는 말했다. “일본의 침략과 전쟁의 희생자가 된 외국인들은 전후 50년이 되도록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버림받아왔습니다. 가해의 역사를 숨겨왔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만큼 국제적인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는 없습니다.

이 평화자료관은 일본의 무책임한 현 상태를 고발하는 데 전 생애를 바친 고 오카마사하루 씨의 유지를 계승하여 시민의 손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권력자들 눈에는 이곳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겠지만 이곳은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저희 평화자료관을 방문하시는 한 분 한 분이 가해의 진실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라도 속히 전후 보상 실현과 전쟁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데 헌신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2년 전 한일평화답사단과 찾은 박물관은 협소했지만 각 전시실에 전시된 전시물들은 알찼고 하나하나에 시민들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 평생을 ‘가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일에 몰두하다 쓰러진 오카마사하루 목사의 일생이 고스란히 자료관 전시물에 배어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개인이나 국가나 공과가 있게 마련이다. 과거에 저지른 나쁜 과업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숨기거나 은폐하는 태도는 바르지 않다고 본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핵폭탄 탓으로 수많은 일본인이 죽어갔다고만 하지 말고 태평양전쟁 때문에 숨져간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한 정확한 피해와 전후 보상 등이 자국인(일본인) 수준만큼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성숙한 일본이 해마다 나가사키의 일본인 피해자만 이야기해서야 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