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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3. 국악기와 친해지는 길이 곧 국악을 사랑하는 길이다

 

한국의 전통악기, 곧 국악기는 대나무나 명주실을 이용하여 만든 악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편경처럼 돌로 만들어진 악기도 있고 편종이나 방향처럼 쇠붙이를 재료로 하여 만든 것도 있으며 흙이나 가죽, 나무 등으로 만든 것도 있다. 여하튼 전통악기의 대부분은 자연산 재료를 그대로 활용하여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전통음악의 고저(高低), 즉 선율을 이끌고 있는 악기들은 관악기(woodwind instrument)와 현악기(stringed instrument)들이다. 관악기의 주재료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현악기들은 거의가 명주실을 오동나무통 위에 얹어 소리를 내고 있다.

선율을 만들어 나가는 주된 악기들의 재료가 대나무나 명주실, 오동나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음색은 벌써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부드럽고 친환경적인 자연의 소리라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서양 음악이 금속성 악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지성의 소리요 과학적인 음악이라면, 한국의 악기들은 식물성 소재에서 나오는 따스한 감성과 서정을 느낄 수 있는 철학적인 음악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국악기의 음색은 서양악기에 비해 어둡고, 탁하며 대체적으로 슬프게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하나, 이러한 느낌은 서양음악과 동양음악의 음악적인 생성과정이나 성장 배경이 서로 다른 까닭에서 느껴지는 문화적인 차이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식물성 소재에서 얻어진 소리의 빛깔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부드러운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란 젖소가 우유 생산량을 높인다는 연구 보고를 떠 올리면 식물성 재질의 부드러움이 동물이나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유익한 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농촌 진흥청과 모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팀이 한 쪽의 농작물에게는 한국풍의 동요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그린 음악>을 들려주고 또 다른 쪽의 농작물에게는 이질적인 외국 음악을 들려주고 그 반응을 실험하였는데,  그린음악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 타국의 음악을 듣고 자란 농작물보다 성장이 빠르고 병충해도 덜 생긴다고 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농작물의 성장이 촉진되는 이유는 <그린 음악>의 음파(音波)가 세포를 자극해서 앞, 뒷면에 있는 숨구멍을 많이 열게 하고, 그로 인해서 가스 교환을 촉진하면서 양분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이 아닌 식물의 경우에도 음악, 특히 한국음악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인정한다면 나아가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의 존재나 그 중요성은 더 이상의 언급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통음악은 우리의 정신이고 생활철학이며 민족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삶, 그 자체이기에 한국인과 한국 전통음악의 관계를 논한다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라 하겠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악기들은 식물성 재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음색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한국인의 심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주법에 있어서도 한국의 악기들은 서양의 악기들과는 달리 매우 유동적인 연주법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관악기 중 피리를 예로 든다면, 한 개의 지공(指孔)에서 정해진 음만을 소리 내는 서양악기와는 달리 하나의 음을 끝까지 동일한 음높이로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각 악기마다 독특하면서도 특유의 다양한 표현들을 구사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연주방법은 그 음을 흘려 내리는 퇴성(退聲)의 주법이 있고, 그음의 끝 부분을 밀어 올리는 추성(推聲)의 주법이 있으며, 꺾어 내리는 주법과 흔들어 내는 요성(搖聲)의 주법 등 다양한 기법의 연주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한국의 관악기는 한 개의 지공에서 연주방법에 따라 유동성 있는 다양한 음색과 표현이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경우는 관악기뿐만 아니라, 현악기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가야금에 있어 오른손으로 소리를 내고 그 울려진 음을 왼 손으로 농현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이어가는 표현법이나 거문고에 있어 술대로 울려진 음을 괘 위에 왼 손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들은 한국음악의 독특한 표출방법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