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한문으로 된 7언, 또는 5언으로 된 시에 고저를 넣어 부르는 노래가 곧 시창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판소리 춘향가 중 이도령이 어사(御使)가 된 후에, 거지 행세를 하면서 변 사또의 잔치석상에서 부르던 7언 절구의 유명한 시(詩)를 읽었다. 이러한 시 한수는 암기해 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금준(金樽)미주(美酒)는 천인(千人)혈(血)이오,
옥반(玉盤)가효(佳肴)는 만성(萬姓)고(膏)라.
촉루(燭淚)낙시(落時)에 민루(民淚)락(落)이요,
가성(歌聲)고처(高處)에 원성(怨聲)고(高)라.
7언의 한문시를 노래하던 계층은 아무래도 글공부를 좋아하던 지식인 계층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들은 어려운 한문시를 외우고, 쓰고,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에 고저를 붙여 읽는 독서성(讀書聲)을 익혔을 것이고, 여기에서 더 음악적으로 발전된 형태가 시창(율창)이라 하겠다.
벽파 이창배의 한국가창대계에는 경포대(鏡浦臺), 만경대(萬景臺), 촉석루(矗石樓), 만류무민(挽柳武愍), 영풍(詠風), 신추(新秋), 관산융마(關山戎馬) 등 7곡을 시창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노래들을 들어보면 규칙적인 장단 없이 자유로운 템포로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음악을 이어가는 하나의 악구, 즉 프레이즈(phrase)가 숨의 단위가 되어 느긋하게 진행된다.
창법도 기존의 가곡이나 시조 등의 정가와 유사하다, 선율의 흐름이나 잔가락도 그렇고 표현함에 있어서 떠는 소리나 흘리는 소리 등도 정가와 유사하며 전체적인 음악의 분위기가 정가 중에서도 시조창이나 가사창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특히 고음으로 연결되는 선율일 경우에는 속소리로 가늘게 내는 가성창법을 쓰고 있다. 이러한 속소리 창법은 시조창이나 가사창에서는 가끔씩 보이고 있는 창법이지만, 남창 가곡에서는 절대로 쓰지 않는 금기시 된 창법이다. 이러한 점에서 창법은 가곡보다는 시조나 가사창의 창법과 가깝다고 하겠다.
시창의 출현음도 시조나 가사와 흡사하다. 시창은 Sol-Do-Re-Mi -sol-do-re 가 주요 구성음이다. Sol 은 거의 떠는 음이고, Re는 흘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Do는 평으로 내는 음이다. 출현음도 시조나 가사와 흡사하지만, 각 구성음들이 지니고 있는 기능, 이를테면 떠는 음의 위치, 꺽거나 흘리는 음의 자리, 떨거나 흘리지 않고 평으로 내는 음 들의 위치가 시조와 또한 흡사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창은 느린 템포로 이어가며 일정한 장단이나 박자의 개념보다는 숨으로 단위를 삼아 불러 나가는 노래이다. 보통 7언시 1구를 길게는 2숨에 부르기도 하고, 짧게는 5숨으로 끊어가며 부르고 있어서 템포에 관한 통일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선율선의 자연적인 구획은 프레이즈에 의해 숨으로 구별되고 있다.
이처럼 일정치 않은 길이의 프레이즈가 숨에 의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불리는 시창은 박자나 장단에 의해 진행되는 여타의 성악과는 달리, 창자의 자재성이 크게 좌우되는 격조 있는 성악장르여서 당연이 정가에 포함시켜야 할 정가의 한 분야인 것이다. 이상의 설명으로 시창의 음악적 성격을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규칙적인 장단 없이 자유로운 템포로 흘러간다는 점,
둘째, 프레이즈(phrase)가 숨의 단위가 된다는 점, 7언시 1구를 2숨~5숨으로 끊어가며 부르고 있어서 템포에 관한 통일성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셋째, 창법에 있어서도 깊은 소리의 발성이나 뒷목의 이용 등, 기존의 가곡이나 시조 등의 정가와 유사하다는 점. 단, 가성창법은 시조창이나 가사창에만 보이므로 이들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
넷째, 선율의 흐름이나 잔가락, 시김새 등도 시조창이나 가사창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
다섯째, 시창의 출현음은 Sol-Do-Re-Mi -sol-do-re가 중심이어서 시조나 가사와 흡사하며 각 음의 기능 또한 흡사하다는 점, 등이다.
여섯째, 기타 연창하는 자세나 복장, 감상태도 등등이 정가의 그것과 흡사하기에 시창은 당연이 정가의 한 분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