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음력으로는 삼월에 들었으며, 양력으로 4월 20, 21일, 해의 황도(黃道)가 30도일 때이다. 청명과 입하(立夏) 사이에 들며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 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다. 몸에 좋다고 해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한다. 자작나무 수액인 거자수는 특히 지리산 밑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이때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흑산도 근해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곡우 때면 북상해서 충청도 격렬비열도 쯤에 올라와 있고 이때 잡는 조기를 '곡우살이'라 부른다. '곡우살이'는 아직 크지는 않았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남해의 어선까지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