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은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로 음력으로는 8월 중이며, 양력으로는 9월 23일경이다. 추분점은 천구상(天球上)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점 가운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황경(黃經) 모두 180°, 적위(赤緯)·황위(黃緯) 모두 0°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든다.
옛 사람들은 추분 기간 중 초후(初候)에는 우렛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 중후(中候)에는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 말후(末候)에는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이 때가 추수기이므로, 온갖 곡식이 풍성한 때이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같이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춘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즉,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또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음이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의 세계라는 것이다. 지나침과 모자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상(平常)이라는 뜻의 중용을 다시 한 번 새길 필요가 있겠다.
또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는데 그 냄새를 향(香)이라고 한다. 사람도 내면에 양식이 익어갈 때 향이 날 것이다. 하지만,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강렬한 햇볕, 천둥과 폭우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추분에는 중용과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이다. 추분과 함께 가을을 맞으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내 맘속에 꼭꼭 채워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