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명예교수] 지금 국악속풀이는 경서도 소리극의 초기 공연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국립국악원에서1990년대 말부터 경서도 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소리극을 기획, 제작하기 시작하였는데, 1998년의 <남촌별곡>과 2000년의 <시집가는 날>이 초기의 작품들이고, 이들 작품은 국립국악원에 소속되어 있던 이춘희의 작창으로 올려졌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이춘희는 그 경험을 되살려 다음해에는 자신이 설립한《(사)경기민요보존회》의 이름으로 <노들골에 단풍드니>와 <춘풍별곡>, 그리고 2002년의 <한오백년> 등을 계속해서 무대에 올리는 열정을 보였다는 점, 특히 <한오백년>은 그의 스승 안비취 명창의 인생과 예술을 다룬 작품으로 스승의 다양한 공연활동이나, 제자육성, 민요사랑에 관한 정신을 그대로 들어내 열띤 호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스승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어서 스승의 소녀 시절은 서정화, 젊은 시절은 이호연이, 그리고 장년의 안비취 역에는 이춘희 자신이 직접 출연하여 열연을 펼쳤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2002년 5월, 국립국악원은 2년 전에 무대화 했던 오영진 원작, 김지일 대본의 <시집가는 날>을 앵콜 공연으로 예악당 무대에 올렸다. 초연시에는 장수동 연출이었으나 김홍승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출연진들도 대다수 다른 얼굴들이었다. 이쁜이 역은 전에 김상희가 맡았으나 김영화와 서정화로, 갑분이 역은 유지숙에서 강효주로, 그리고 맹진사는 이원종에서 김종엽 등 새얼굴로 바뀐 것이다.
<시집가는 날>의 줄거리는 맹진사에게는 이쁜이라는 딸이 있는데, 부모가 정해 준 배필이 다리 장애자라는 거짓정보에 속아 이쁜이가 포기하는 바람에 신랑은 몸종인 갑분이를 선택한다는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 |
||
▲ 경기소리극 <시집가는 날> 한 장면 |
그 이후에도 이춘희의 경기소리극은《(사)경기민요보존회》의 후신인《한국전통민요협회》의 이름으로 계속 무대에 올려졌다.
2007~2008년에는 <일타흥>이라는 이름으로도, 또한 부천과 예악당에서는 <진(眞)사랑>이라는 제목으로도 공연이 된 작품이 있고, 서울의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이나 김포시에서 공연된 <미얄할미뎐>과 같은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진(眞)사랑>은 조선후기의 문필가 임방이 지은 《천예록》에 기록된 기생 일타흥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훗날 춘향전의 모태가 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 줄거리는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심덕부의 자손으로 심희수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천하가 다 아는 난봉꾼이었다. 이러한 사람을 기녀 일타흥이 개과천선(改過遷善)시켜서 정승자리에 오르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희생을 통해 참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인데, 연극적인 요소와 경기소리를 접목하여 대중적인 마당극의 해학과 풍자의 멋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전해 준 공연이었다.
그 후, 2010년의 <일패기생 명월이>와 2011년의 <나는 춘향이다>와 같은 소리극들도 《한국전통민요협회》에서 기획 제작된 작품들로 나름대로 극과 소리를 접목시켜 새 장르를 개척한 작품들로 평가받았다.
![]() |
||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경서도 소리극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기본적인 조건에 부합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이야기의 줄거리가 재미있거나 감동적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설화나 소설에 기반한 작품이거나, 민요나 재담소리에 기반을 둔 작품 중에서 선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창작품을 선정할 경우, 그 이야기의 전개를 세심하게 살피고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가 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소리극이니 만큼 작창의 폭도 넓혀야 할 것이다. 매번 듣는 그 장단의 그 가락이 아니라, 신선한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멜로디는 물론, 장단이나 표현법 등에 있어서 창의적인 작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경서도 소리의 특징은 맑고 경쾌한 분위기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슬픔을 주제로 하는 작품보다는 희망과 기쁨을 노래하는 편이 훨씬 노래성격에 어울린다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경서도 소리극의 필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국립국악원의 기획 작품에 직접 참여하거나 또는 자신이 설립한《한국전통민요협회》의 기획 공연으로 소리극을 제작해 온 이춘희 명창의 남다른 경기소리 사랑을 나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