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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서도소리극, 이 분야 활성화에 크나 큰 견인 역할

[국악속풀이 154]

[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주 속풀이에서는 이북 5도청 평안남도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항두계놀이를 국악극으로 꾸며 무대화 한 유지숙의 소리극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원형을 지켜 온 평안도의 항두계놀이는 2013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그 역사는 농촌 마을의 계(契) 역사와 맞물려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지역적 환경이 공동체 조직을 만들었고, 김정연과 오복녀로부터 유지숙이 전수받고 이를  소리극화 하였다는 이야기, 대부분의 창법은 서도소리의 창법인 수심가 토리로 부르는데 목을 조이면서 떠는 졸름목이나 가성, 비성의 구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서도소리의 특징은 푸념과 넋두리, 그리고 남성스러운 호방함과 장중함, 기백이 꿋꿋함이 배여 있는 호령조의 소리가 많고, 특히 평안도 지역의 자연스런 사투리 구사가 서도소리극 제작에 있어 주요한 관건이 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항두계놀이와 같은 전통 두레문화 속에 간직된 공동체 정신을 소리극화 하여 오늘에 살려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라져 버린 협동정신이나 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찾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지숙의 항두계놀이 이외에도 서도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이 서도의 명창들에 의해 꾸준히 무대에 올려져왔다. 그 대표적인 명창들이 배뱅이굿의 이은관을 비롯하여, 서도소리 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이춘목과 김광숙, 그리고 김경배, 한명순, 박준영, 박정욱, 유지숙 등등이다.

 

   

▲ 배뱅이굿과 창작민요 <도미의 아내> 한 장면


이 중 이은관은 혼자 불러 오던 배뱅이굿을 여러 제자들과 함께 역할을 나누어 분창하는 형식의 소리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배뱅이굿은 물론 소리가 중심이지만 때로는 대사로 처리하는 부분도 있고 연기나 동작과 같은 발림을 하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나가기 때문에 충분히 연극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배뱅이굿의 줄거리는 귀하게 자란 무남독녀 <배뱅이>라는 처녀가 금강산의 상좌 중과 정이 들게 되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혼인 전에 죽게 되자, 그녀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굿을 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주인공 격인 평안도 박수무당이 능청스럽게 배뱅이 내력을 노래와 아니리, 발림을 섞어 가며 잘 풀어내어 돈을 많이 벌어갔다는 다소 허황된 내용이기는 하나 소리꾼이 부르는 소리가 구경꾼들을 충분히 울리고 웃기는 내용이어서 인기가 매우 높았던 분야로 마치 남도(南道)지방의 판소리와 비교가 되기도 한다.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 소리를 다듬고 정리한 사람은 19세기말 평안도 용강 땅의 김관준이라는 스님 출신의 소리꾼이며 그의 아들인 김종조를 비롯하여 최순경, 이인수 등이 이어 받았고, 이인수의 소리는 다시 이은관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른다. 이은관의《가창총보》에는 배배이굿 이외에도 창(唱)과 사(詞)로 구분하여 기록해 놓은 1인 창극조 소리로 <도미의 아내>, <배비장타령>,<이춘풍전>, <장한몽>, <정선의 애화> 등이 실려 있다. 앞으로 이러한 소리들도 소리극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관의 <배뱅이굿>은 그의 제자들인 박준영이나 박정욱 등이 소리극 형태로 새롭게 구성해서 완판창극으로 무대에 올리곤 했다.

 

  
▲ 배뱅이굿과 창작민요 <도미의 아내> 한 장면

 

이춘목의《서도소리보존회》에서는 조영선의 대본, 연출로 <배치기> <배따라기> 등을 소리극으로 올려 주목을 받았고, <팔도강산 소리여행>이나 <황주골 심청>, <황진이> 등과 같은 작품들을 꾸준히 무대화 하여 소리극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명순은 <평양다리굿>을 소리극화 해서 극적인 구성과 색다른 연출력을 보이기도 했으며 김광숙의 《서도소리전수소》에서는 <산은 옛산이로되>를 최근에 우면당 무대에 올리기도 하였다. 특히 김경배는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에 얽힌 설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창작 소리극을 제작하여 매해 공연해 왔다.  
 
이 설화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고구려 평강왕에게는 무남독녀 딸이 있었는데, 이 공주는 어려서부터 잘 울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왕은“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말을 자주 해 왔는데 정작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무렵, 공주는 다른 혼처를 다 물리치고 오직 온달에게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궁궐에서 쫓겨나게 되고 온달을 찾아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날부터 공주는 온달에게 무예와 학문을 닦게 하여 후에 나라를 구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능력있는 여성이 무능한 남편을 교육시켜 크게 성공시킨 사례가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마는 아마도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의 여인상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는 귀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의 소리와 달리, 평안도나 황해도 지역의 관서지방 소리들은 그 보존을 적극적으로 서둘러야 한다. 월남한 제 1세대 명창들도 대부분 타계하였고, 그 뒤를 이어가는 후계자의 수가 적어 그 전승이 매우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유지숙, 김경배를 비롯한 젊은 서도명창들이 앞장서서 서도소리극을 제작하고 이를 공연해 오고 있다는 현실은 이 분야의 활성화나 중흥에 크나큰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서도창의 이해가 성숙하지 않은 척박한 상황에서도 극적인 소재를 발굴하여 창(唱)과 대사, 동작으로 어우러지는 서도 소리극의 무대를 만들어 가는 서도 소리꾼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