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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거리

이은관을 잇는 박준영 배뱅이굿 공연

풍류극장, 북녘소리 그리고 배뱅이굿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이은관 하면 배뱅이굿, 배뱅이굿 하면 이은관이었다. 그만큼 이은관과 배뱅이굿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한 시대를 풍미한 그리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공연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이은관 명창은 세상을 하직했다. 이제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이은관 명창은 제자 박준영 명창을 남겨놓고 갔다. 이은관 명창의 수제자였던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전수조교 박준영 명창이 지난 1129() 늦은 3시 서울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풍류극장에서 ()서도창배뱅이연구보존회 주최, 서울특별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전수회관 후원으로 배뱅이굿과 북녘소리 공연을 했다 

 

   
▲ <영변가>를 부르는 박준영 명창과 제자들

   
▲ 공연의 사회와 해설을 맛깔스럽게 해준 단국대학교 서한범 명예교수

 공연의 시작은 북녘소리 곧 서도소리로 시작했다. 약산(藥山) 동대(東臺)의 유명한 진달래꽃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으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했다는 <영변가>를 박준영 명창과 12명의 제자가 힘차게 무대를 열어젖힌다.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공연 내내 단국대학교 서한범 명예교수의 맛깔스러운 해설이 곁들여졌다. 서 교수는 지금 북녘에선 이 소리들이 명맥이 끊겼다. 그리고 북녘에서 내려온 소리꾼들은 이제 나이가 많아 유명을 달리했다. 다만 그분들의 지도를 받은 박준영, 김경배, 유지숙, 박정욱 등이 그 자리를 어렵게 메워가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도래될 통일일 시대를 대비해서 북녘소리를 살려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예리, 김준, 사랑, 박현빈, 박정윤, 강나현 등 앙증맞은 아이들이 나와 <투전풀이>를 신나게 부른다. “일자도 모르는건 박문식이로다 덜레 덜레 광창이지 남으로 뻗은 길이라 에-

이러구야 살 수 있나 할 수 없는 인간이 되었구나 덜레 덜레 광창이지 남으로 흥뻗은 길이라 에-“ 흥겨운 율동과 함께 부르는 <투전풀이>는 어른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 앙증맞은 아이들이 <투전풀이>를 신나게 부르고 있다.

   
▲ 사설난봉가 등을 부르는 안나리 외 박준영 명창의 제자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이십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리 못 가서 내 생각하고서 되돌아오누나

 에헹 어야 어야 더야 내 사랑아 에헤 앞집의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이 목 매러 간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이 목 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 나누나 에헹 어야 어야 더야 내 사랑아 에헤 

안나이, 이유진, 김소영, 박래송, 김채윤, 류근영, 김미성은 사설난봉가를 구성지게 부른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도 함께 부른다. 이후 김영희, 하인철, 김혜연, 김유리, 정다은이 산염불, 자진염불을 불렀다. 스승 박준영 명창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들이라고 청중들은 입을 모은다.
 
 

   
▲ 배뱅이굿을 부르는 박준영 명창

이제 2부 박준영 명창의 본 공연 배뱅이굿이 시작된다. “왔구나 왔소이다 왔소이다 불쌍이 죽어 황천갔던 배뱅이 혼신 평양사는 박수무당의 몸을 빌고 입을 빌어 오날에 왔소이다 우리 오마니 어디갔나요 오마니 오마니- 살아생전 같으면 내가 어디를 갔다가 온다고 하면은 우리 오마니가 나를 보고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어둔밤에 불 본 듯이 화닥닥 뛰어서 나오련 만은 죽어 지고서 길 갈라서니 쓸 곳이 없구려 오면 온 줄 알며 가면 간 줄 아나 오마니 흑흑흑흑 

거짓 박수무당의 배뱅이굿에 사람들은 배꼽 잡는다. 유명을 달리한 이은관 명창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워주고 있는 박준영 명창은 이제 분명히 큰배뱅이가 되었다. 이은관의 그늘을 벗어난 것이다. 감기 걸린 목이라면서도 소리는 우렁차게 나온다.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감기가 옴짝을 못하는가 보다. 이후 제자들의 무대로 느리개호무가, 배치기, 연평도난봉가, 잦은배따라기, 잦은뱃노래가 이어졌다.

 

   
▲ 연평난봉가를 부르는 김소영 외 4명

  이날 경기도 화성에서 공연을 보러왔다는 양인선(주부) 씨는 만일 이 공연을 못 봤으면 후회했을 뻔 했다. 이은관 명창이 저세상에 가셔 이제 배뱅이굿을 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박준영 명창은 스승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 데서 공연을 보러온 보람이 크다.”라고 연연을 본 소감을 들려줬다 

다만 일부 사람들은 이은관 명창에 굳이 견준다면 해학적인 아니리가 약간은 부족한 듯하지만 힘 있고 정직한 소리만큼은 그 누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는 평가들을 해준다. 본래 배뱅이굿도 소리인 만큼 아니리보다는 정직한 소리로 평가받는 풍조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 배뱅이굿과 북녘소리 한마당은 청중들의 스트레스를 한껏 풀어주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