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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첫 잔은 조상의 내면세계를 칭송하는 의미

[국악속풀이 194]

[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세조이후 종묘제례에 연주되고 있는 보태평 11곡의 이름, 임진왜란으로 인해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 전쟁은 인명의 손실이나 재산의 피해, 주권의 침해가 막대하지만 이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의 공백, 예술의 퇴영을 가져오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전쟁이 끝난 다음 인조임금 때 다시 종묘에서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였으나 그 규모는 매우 초라한 모습이 되었다는 이야기, 실례로 성종 때의 헌가악사는 70여명이었으나 그 절반도 못되는 23명뿐이었으며, 특히 거문고, 가야금, 향비파와 같은 향악기들이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보태평과 정대업이 종묘의 제사음악으로 채택된 이래, 오늘날까지 그 음악의 전승과정은 충실한 편이라는 이야기, 역사성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나 그 위에 예술성을 인정한다면 이 음악의 가치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그래서 국가는 1964년 12월, 종묘제례악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하였고, 이 음악의 예능보유자로 성경린 외 19명을 인정한 바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 종묘제례악에서 편경을 연주하는 모습

이번 주에는 종묘제례의 의식순서에 따른 음악과 춤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나라 임금을 제사하는 의식 가운데 가장 먼저 하는 의식이 영신례(迎神禮), 즉 신을 영접하는 예식이다. 우리 가정에서도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 제일 먼저 대문을 열어 신을 맞이하는 예를 갖추는 것처과 같은 이치다.

이때에 연주되는 음악은 보태평의 첫 곡인 <희문>을 9회 반복 연주하는 <희문구성(九成)>이다. 이 음악은 헌가(軒架)에서 연주한다. 여기에 맞추어 일무라 부르는 64인의 춤이 추어진다. 종묘의 일무는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로 구분된다. 보태평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은 문무이고 정대업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은 무무라고 부른다.

음악이 다른 것처럼 문무와 무무는 춤동작도 다르고, 손에 들고 추는 무구도 다르다. 문무는 왼 손에 약(), 오른손에는 적(翟)을 들고 추는데 견주어, 무무는 검(劍)이나 창(槍)을 들고 춘다. 첫 번째 의식인 영신례의 음악은 보태평이므로 일무 역시 문무가 행해지는 것이다.

다음 두 번째 의식은 전폐(奠幣)례로 예물을 바치어 신을 즐겁게 하는 예이다. 이 때 연주되는 음악이 등가(登歌)에서 연주되는 그 유명한 <전폐희문>이라는 악곡이다.

이 곡은 전폐례에 맞도록 보태평의 첫 곡인 <희문>을 특별히 느리게 변주시켜 연주하는 악곡이다. 이 전폐희문을 들어 본 사람들은 종묘제례악의 깊고 그윽한 멋을 잊을 수 없다고 감탄하고 있다. 느리게 이어지는 피리와 대금, 해금 아쟁 등의 선율악기와 편종, 편경 등 유율타악기들의 대화가 서로 물리고 물리면서 여유있게 진행되는 음악은 마치 협곡을 지난 긴 강물이 망망대해를 향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 같기도 하고, 온갖 시련을 극복하면서 이 땅을 지켜 온 조상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만나는 듯한 감동을 받게 된다. 전폐례 역시 일무는 문무이다.

 

   
▲ 종묘제례악의 시작을 알리는 "축"(왼쪽)과 끝을 알리는 "어"

세 번째 의식은 진찬의 예, 곧 식사를 하는 예식이다. 이때에는 헌가에서 진찬이라는 음악이 연주되지만 일무는 쉬게 된다. 첫 번째 의식인 영신례는 헌가, 전폐의 의식은 등가, 그리고 진찬의 의식은 헌가에서 연주하게 된다. 이처럼 종묘의 제례악이나 문묘 제례음악은 연주하는 악대가 두 곳에 나누어져 있다. 연주하는 악대의 위치가 돌계단 위에 있으면 등가이고, 댓돌 아래 넓은 뜰에 위치한 악대는 헌가인 것이다.

규모는 등가보다 헌가가 큰 편이어서 진고라든가, 징, 태평소와 같은 소리 큰 악기들이 헌가에 편성되어 있다.

네 번째 의식이 바로 첫잔을 올리는 초헌례의 의식이다. 신위가 모셔져 있는 종묘의 각 실을 전부 다니며 술잔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에 따라 음악도 보태평 전곡을 반복하여 연주하게 된다. 춤은 문무가 이어진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첫째 잔의 의미는 조상의 내면세계, 즉 문(文)과 덕(德)을 칭송하는 의미인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