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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삼현육각에서 삼현(三絃)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악속풀이 207]

[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민간 기악합주의 주류를 이루어 온 삼현육각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서울 경기지방의 삼현육각(三絃六角)음악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피리의 최경만, 대금의 이철주, 해금의 김무경 등이 보유자로 인정되었다는 이야기, 삼현육각의 악기편성은 피리 2인, 대금 1인, 해금 1인, 북 1인, 장고 1인 등, 6인이며, 최경만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악장으로 재임하던 2006년 11월, 50여년 만에 대풍류 전곡을 재구성하여 발표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령산>과 같은 음악은 매우 느린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호흡이 길어야 하며 피리와 대금, 해금의 가락이 어렵고 장단이 불규칙한 악곡이라는 이야기, 전승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적으로 공연을 준비한 <삼현육각보존회>의 열의와 뒤늦은 결정이긴 해도 서울시의 시 지정 문화재로 삼현육각을 선정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삼현육각으로 연주되는 서울경기의 <대풍류> 원가락을 되찾는 작업에 고심해 온 보존회장 최경만은 어렵고 재현이 불가능했던 부분은 지영희 편 《민속음악연구집》을 참고하였고, 선배나 선생들이 남긴 구술자료나 녹음자료, 혹은 악보 자료를 참고 하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가 재구성하여 무대에 올린 작품은 대풍류 뿐이 아니라, <푸살>이라든가, <굿풍류>와 같은 무속음악들도 재구성하여 민속 합주음악의 레퍼터리를 확충해 온 공로가 크다.

 

   
▲ 삼현육각을 이끄는 최경만 명인의 피리 연주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6각이 6인의 악기편성이라고 한다면 삼현(三絃)은 어떤 의미를 지닌 말인가? 삼현이란 말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해석이 분분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첫째는 《삼국사기(三國史記)》 통일신라 조에 소개되어 있는 삼현(三絃)삼죽(三竹)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의 삼현은 3종의 현악기, 즉 거문고, 가야금, 비파 등을 가리키는 말이고 삼죽(三竹)은 대금, 중금, 소금이다. 3종의 현악기는 넓은 뜻으로 악(樂)이라는 개념과는 통해도 삼현육각이라는 용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말이라 하겠다.

둘째는 영조실록 44년 7월 갑오(甲午)조에 “근래에 삼현이 너무 촉급해 졌다.”는 기록과 함께 천(天), 지(地), 인(人)의 음악을 논하고 있는 점에서 삼현이 당시 널리 퍼져 있는 일반 음악을 지칭하는 이름처럼 쓰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범위를 줄여서 최소한 당시에 하늘이나 땅, 또는 사람을 위한 제사음악에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삼현이라고 하는 것은 군악을 가리키는 것이다.”라는 《목민심서(牧民心書)》 에 보이는 내용이다. 군악이 삼현이라는 말은 삼현이라는 용어가 곧 행악(行樂)에 쓰이는 음악일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는 사실이다. 군악은 취타풍류와 같이 힘차고 씩씩한 곡풍을 지닌 음악이다. 그런데 이러한 군악을 삼현이라 했다면, 삼현이야말로 야외에서 치고 부는 악기들이 중심이 되어 행악에 쓰였음을 단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심인물의 행차에 있어서 앞부분의 전부(前部)고취는 비교적 소리가 큰 태평소와 나발, 나각 등이 편성되며 전부고취를 담당하는 악사들이 바로 취고수(吹鼓手)들이다. 그러나 중심인물의 뒷부분에 따라가는 후부(後部)고취는 피리, 대금, 해금과 같은 선율악기들의 세악수(細樂手)편성이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율악기들의 화려한 선율과 타악기들의 요란스러운 타점들이야말로 행렬음악의 성격을 잘 들어내는 특징이라 하겠다. 이러한 음악을 삼현이라 하였으니 삼현의 음악적 성격이 어떠한가 하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해금 ,대금, 피리, 장고, 좌고의 삼현육각 연주 모습

넷째, 삼현의 의미와 가장 가깝게 생각되는 악곡은 <관악영산회상>이다. 이 악곡을 다른 이름으로는 <삼현영산회상>이라 부른다. 지방에 따라서는 <새면영산회상>이라고도 하고, <새면 친다>라고도 한다. 전주지방에서는 즐기기 위한 감상용 새면은 롱(弄)삼현, 무의식과 관련된 삼현은 민삼현으로 불렀다. 그러므로 삼현육각이란 명칭에서의 삼현은 관악영산회상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가면무나 놀이형식의 탈춤 등을 연출할 때에 반주를 맡은 악사들이 모이고 대기하던 곳을 삼현청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삼현이 탈놀이의 반주음악, 내지는 음악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이 분명해 진다.

여섯째, 관악영산회상 제5곡은 <삼현도드리>라는 악곡이다. 국립국악원에서는 함녕지곡(咸寧之曲)이라는 이름으로 합주, 또는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쓰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악곡들은 삼현도드리로 시작해서 염불도드리, 그리고 타령과 군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때의 편성이 삼현육각이거나 조금 확대한 편성이다.

일곱째, 가곡에서도 <청성 잦은한잎>을 달리 <삼현삭대엽(三絃數大葉)>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잦은(數)한(大)잎(葉)은 삭대엽의 순 우리말 표현이다. 그렇다면 청성(淸聲)은 삼현이 되는 것인데, 전통음악에서 높은 소리인 <청성(淸聲)>을 삼현이라고 하는 이유는 삼현육각의 음악이 비교적 높은 음역으로 진행되는 음악적 분위기와 가깝다 하겠다.

실제로 야외에서 행차에 쓰이는 음악도 낮은 음으로 연결되어서는 효과가 반감될 것이 분명하고, 잔치때 쓰는 연향악에 있어서도 소리가 드높아야 흥겹고 신명이 날 것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무속의식과 관련된 음악들도 그렇고, 야외에서 펼쳐지는 탈놀이나 춤의 반주 음악등도 흥겹고 신명을 불러 일으켜서 주위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박자가 느리거나 낮은 음역의 연주보다는 빠르고 높은 음역의 가락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때 효과적이 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