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바이 [뜻] 아주 전혀 [보기월] 제가 왜 이러는 것인지 바이 모르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에 조금 서운하긴 했습니다. 가을 추위가 있을 거라는 기별을 듣고 단단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갔습니다. 하루 내내 밖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쓰였습니다. 소매 긴 옷을 입고 겉옷까지 하나 더 챙겨서 나갔는데 얇은 바람막이로는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겹으로 입기에는 또 좀 더웠습니다. 아침에 배곳에 나갔다 갈 겨를도 없어서 토박이말 맛보기 글을 써 올리는 일과 해서 내야 할 일거리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까지 겹쳐서 잠을 줄여야 했습니다. 일과 잠을 맞바꾼 셈이지요. 새벽에는 수레가 울어대는 소리에 깨는 바람에 잠을 더 설쳐야했습니다. 뛰고 달리기 겨루기와 헤엄 겨루기가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활개마당으로 갔습니다. 저마다 갈고 닦은 솜씨를 겨루는 자리라 마음을 졸이는 아이들의 모습과 스스로 제 솜씨를 믿고 즐기는 아이들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생각없이 그냥 놀러 온 듯한 아이들도 있었구요.^^ 아이들이 거둔 열매 가운데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런 자리에 함께함으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바람만바람만 [뜻] 바라보일 만한 만큼 뒤에서 따라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이런 일을 겪을 때 드는 생각이지만할 수 있다면 아이들을 바람만바람만 뒤따라다니며 보살펴 주고 싶답니다. 어제 바람은 그렇게 세게 불지 않았지만 비는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아침에 배곳에 오는 길에 때를 맞춘 듯이 바람이 세게 불어서 비받이를 못 쓰게 된 사람들이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논에 누렇게 익은 벼들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누운 것들이 보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싹쓸바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었다는데 그것과 견주면 제가 본 것은 아픔이라고 할 수도 없지 싶었습니다. 배움이 많은 날이라 어떻게 때가 지나가는지 모르고 지냈는데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별이 왔습니다. 딸아이가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에 따로 열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셈(수)를 누르는 것인데 이제껏 알고 쓰던 걸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큰아이가 바꿔 놓고 알려 주지를 않았던 것이지요. 오갈 데가 없게 된 아이는 큰아이가 마칠 때까지 집앞에서 떨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삶을 살기 때문에 걱정없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바람꽃 [뜻] 큰 바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먼 메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 [보기월] 흐린 날씨에 저 멀리 보이는 구름이 바람꽃처럼 보였습니다. 맡은 일을 다 끝맺지 못 했지만 새롭게 할 일은 자꾸 생깁니다. 깜빡 잊고 때를 놓치는 일도 있고, 때를 놓치지 않으려니 몸이 여렷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싹쓸바람이 온다는 기별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어제 아침부터 바람이 조금 세게 불었습니다. 문틈 사이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울음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집 안에서 내다본 바깥에는 지나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흐린 날씨에 저 멀리 보이는 구름이 바람꽃처럼 보였습니다. 바람꽃이 보이면 큰 바람이 분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리 센 바람은 불지 않았습니다. 어두워질 무렵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바로 땅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일을 새로 하나 꾸미느라 머리를 쥐어 짜고 있는데 말로도 하기 어려운 것을 종이 위에 짧은 글로 써서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야 하니 참 어렵습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더 모아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바람꽃'은 '너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바라지하다 [뜻] 먹거리나 옷을 대어 주거나 여러 모로 돌보아 주다. [보기월] 이제까지 바라지한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568돌 한글날 무엇을 하며 보내셨는지요? 여러 곳에서 참으로 갖가지 일들을 하면서 한글을 기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저는 한글학회 진주지회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올해에는 지난해에 하지 않던 일을 더해서 볼거리도 많고 함께하신 분들도 훨씬 많아서 잔치가 더 빛이 났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 뽑기는 여느해 하던 일이었고, 아름다운 우리말 찍그림 보임, 한글 손가방 만들기는 올해 새로 한 일입니다. 쉬는 날 구경을 나온 사람들에게 볼거리도 되고, 마음에 드는 말을 새긴 가방을 손수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을 것입니다. 이제 이렇게 일을 하나씩 늘려 가면서 우리말과 글에 마음을 쓰는 분들이 늘어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제까지 바라지한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한두 사람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뜻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바라지하다'는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센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기자] 경상남도 진주교 육지원청(교육장 유병주)은 한글날을 앞둔 7일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진주교육지원청은 전국 최초로 지역교육청 단위의 특색사업으로 '토박이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토박이말 교육의 효율적 실천을 위해 협력학교 2개교와 합력학급 10학급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토박이말교육학회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김수업)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토박이말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쳐 오고 있다. 이날 열린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는 '토박이말 교육의 가을걷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뽑힌 배움이(학생) 380 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앎 솜씨, 그림 솜씨, 움직그림(동영상) 솜씨, 가락글(시) 솜씨, 줄글(산문) 솜씨 겨루기를 펼쳤다. 협력 학교와 협력 학급에서는 토박이말 맛보기라고 하여 날마다 토박이말 하나씩을 맛본 뒤 그 말을 넣은 짧은 글짓기, 날적이(일기) 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토박이말 부려 쓰기에 힘을 써 왔다고 한다. 그리고 토박이말 놀이딱지와 똑똑손말틀(스마트폰) 풀그림(프로그램)인 토박이말누리를 갖고 놀면서 많은 토박이말을 익히기도 했다고 한다. 유병주 교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바따라지다 [뜻] 국물이 적어 묽지 않고(바특하고) 맛이 있다. [보기월] 과일 간 것을 먹고 여러 차례 끓여 바따라진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었더니 배가 불렀습니다. 철이 바뀌는 탓이어서 그런 것인지 몸이 어디 안 좋은 것인지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니지 않으면 자주 늦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챙기는 게 과일을 갈아 먹는 일입니다. 저만 먹는 거라면 벌써 그만 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식구가 다 먹고 있고 또 잘 먹으니 그 맛에 될 수 있으면 빠지는 날 없이 하고 있지요. 어제 아침에도 일어나기 힘든 몸을 일으켜서 씻을 건 씻어 썰고 넣을 것 다 넣어서 잘 갈았습니다. 여느 날은 겨를이 없어 밥을 안 먹는데 아내가 밥을 챙겨 줘서 먹었습니다. 눈 앞에 있는 된장국이 맛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과일 간 것을 먹고 여러 차례 끓여 바따라진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었더니 배가 불렀습니다. 그렇게 안 먹던 밥을 먹어서 그런지 여느 날보다 늦게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해서 좀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금씩 늦게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바끄럽다 [뜻] 1) 일을 잘못하거나 거리껴서 남을 마주할 낯이 없거나 떳떳하지 못하다. [보기월]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 놓고 제가 더 바끄러웠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위에 긴 옷을 입고 나섰습니다. 아침 바람이 서늘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한낮에는 저절로 옷을 벗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기침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입마개를 하고 다니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난 이레 바깥 나들이까지 엿새동안 배곳을 떠나 있다가 와서 그런지 아직도 마음은 나들이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희들끼리 하는 이야기도 놀러 갔던 일이 거의 다였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을 하고 왔지만 더하고 덜한 것은 있었습니다. 겨우 이래저래 달래어 가며 배움을 이어갔는데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유난히 마음을 잡지 못하는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그만하라고 타이르고 잘못을 나무랐지만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배움을 비롯할 때 다짐한 것이 있어서 다짐대로 아이들을 맡은 갈침이께 보냈지요.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 놓고 제가 더 바끄러웠습니다. 아이들과 한 다짐을 따르긴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른 수를 찾지 못한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밑절미 [뜻] 일몬(사물)을 이루는 본디부터의 바탕 [보기] 뛰어난 한글의 밑절미가 토박이말이니 토박이말도 그에 못지 않게 뛰어난 말이라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겨레의 하늘이 열린 것을 기리는 날부터 사흘을 이어서 쉬었습니다. 온 나라 곳곳에 잔치가 열렸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제가 사는 곳의 흐름불 잔치(유등 축제)를 비롯하여, 살사리꽃 잔치, 불꽃 잔치,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지 싶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으로 잔치 구경을 나선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기별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저는 지나간 딸아이 돌날을 챙기고 아버지 고수련을 하느라 잔치 구경은 못 갔다왔습니다. 다만 가까이서 열리고 있는 흐름불 구경은 살짝 하고 왔습니다. 물과 빛이 어우러져 그린 빛그림은 해마다 봐도 아름다웠습니다. 길에 가득 찬 사람 구경도 좋았습니다. 이틀 뒤면 568돌 한글날입니다. 벌써부터 여러 가지 일이 있을 거라는 기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말이 아프다, 들온말이 마구 쓰인다 따위의 걱정도 이맘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별입니다. 이렇게 우리 글자인 한글을 기리는 날 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미주알고주알 [뜻] 아주 작은 일까지 속속들이=고주알미주알 [보기월] 어디어디를 다닐 것인지 미주알고주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잘 다녀오겠습니다. 마음속으로 하리라 짜 놓았던 대로 일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꼭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이틀이면 안친 일들 몇 가지를 하고 마음 놓고 몇 날 밖에 다녀 올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엿날은 두 아이 칼품새 올리는 데 다니느라 하루가 쏜살처럼 지나버렸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아버지께 기별이 왔는데 시골집에 가서 지난 이레 털어 놓은 밤을 까서 갈무리까지 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할 일이 짜여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이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끄고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밤송이를 밟아 알밤을 까고 밤송이를 들어내면서 알밤을 골라내는 일을 했지요. 혼자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밤을 까는 일에만 마음을 쏟았지만 얼른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골라 낸 알밤 가운데 크고 실한 것들은 따로 젖은 모래에 갈무리를 해 두었습니다
[오늘 토박이말]미주알고주알[뜻]아주 작은 일까지 속속들이=고주알미주알[보기월]어디어디를 다닐 것인지 미주알고주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잘 다녀오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하리라 짜 놓았던 대로 일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꼭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이틀이면 안친 일들 몇 가지를 하고 마음 놓고 몇 날 밖에 다녀 올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엿날은 두 아이 칼품새 올리는 데 다니느라 하루가 쏜살처럼 지나버렸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아버지께 기별이 왔는데 시골 집에 가서 지난 이레 털어 놓은 밤을 까서 갈무리까지 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할 일이 짜여 있어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이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끄고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밤송이를 밟아 알밤을 까고 밤송이를 들어 내면서 알밤을 골라 내는 일을 했지요. 혼자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밤을 까는 일에만 마음을 쏟았지만 얼른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골라 낸 알밤 가운데 크고 실한 것들은 따로 젖은 모래에 갈무리를 해 두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뵙는 날 드릴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