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알 [뜻] 아직 덜 여물어서 물기가 많고 말랑한 곡식알 [보기월] 벼는 고개가 넘어 갔지만 아직 물알이라 참새들이 먹기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비가 내린 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파란 빛을 뽐내듯 그렇게 우리들 위에 있었습니다. 배곳 둘레에 있는 논에서 모를 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훌쩍 자란 벼가 고개를 살짝살짝 숙이고 있었습니다. 살짝 부는 바람에 함께 인사를 하듯이 말이지요. 그 위로 참새떼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아마 아침밥을 먹는 모양이었습니다. 벼는 고개가 넘어 갔지만 아직 물알이라 참새들이 먹기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더 여물어야 두고두고 먹을 수 있지만 말입니다. 낮에 구름들이 무리를 지어서 지나가면서 하늘을 아주 가리기도 했지만 비는 더 오지 않았습니다. 햇볕에 끌려 되올라가는 물방울들이 더위를 더해 주었습니다. 해가 지고 살짝 부는 바람은 가을을 느끼게 해 주기도 했지요. 여름과 가을이 함께 섞여 있다고나 할까요? 가을로 들어서는 들가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곡식에 물알이 생기다'는 뜻으로 '물알(이) 든다'라고 씁니다. '물알'을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손 [뜻] 반죽, 밥, 떡 따위의 질거나 된 정도. [보기월] 덜 깎아 낸 쌀로 지은 밥이라 거칠기도 하지만 제가 물손을 본다고 봤는데 물이 좀 적었었나 봅니다. 동이비가 쏟아진 곳이 많았습니다. 부산과 창원에서는 갑자기 내린 비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미리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늘을 탓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부디 돌아가신 분들이 좋은 곳에서 고이 쉬시길 빕니다. 어제는 아내가 일찍 잠이 들었고 밥솥이 비어 있는 걸 보고 제가 쌀을 씻어 밥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에 맞춰 놓아서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퍼서 밥그릇에 담았습니다. 첫술을 떠서 씹었는데 조금 된 듯한 밥이 입안에서 까끌거렸습니다. 덜 깎아 낸 쌀로 지은 밥이라 거칠기도 하지만 제가 물손을 본다고 봤는데 물이 좀 적었었나 봅니다. 무슨 일이든 알맞게 맞춰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온갖 가루를 반죽할 때도 그렇고 떡을 할 때도 물을 맞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살 [뜻] 물이 흘러 내뻗는 힘 [보기월] 센 물살에 물때가 씻겨서 그런지 냇물이 더 맑아 보였습니다. 이레끝에는 풀베기에 나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저도 이틀 달아서 풀깎이를 메고 다녔습니다. 날씨가 도와서 풀베기는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해를 가려서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벌 때문에 많이 놀라기도 했고 아픔도 컸습니다. 해마다 벌집이 있을까 싶어 조심을 했는데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난 벌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미리 챙겨 간 약이 있어서 바르고 먹고 해서 그리 많이 붓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군데를 쏘여서 아직 다 낫지 않은 곳이 가렵긴 합니다. 다음 이레끝에도 풀베기를 하러 가실 분들은 단단히 채비를 해서 가시기 바랍니다. 벌을 막아주는 옷도 있고, 벌에 쏘였을 때 바르거나 먹는 약도 챙겨 가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벌에 쏘이며 풀을 베고 오는데 시원한 냇물에서 막바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참에 내린 비에 한물이 나갔었는데 센 물살에 물때가 씻겨서 그런지 냇물이 더 맑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더 시원해 보이고 부럽기도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보라 [뜻] 물결이 바위 따위에 부딪쳐 온 데(여러 곳)으로 흩어지는 잔물방울. [보기월] 비는 그쳤지만 앞서 가는 수레의 바퀴가 일으킨 물보라가 앞을 가렸습니다. 여우볕이 나는 걸 보고 비가 많이 오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대로 비는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침부터 서울에 많은 비가 내려서 일터로 가던 분들이 물마 때문에 힘이 들었다는 기별을 주었습니다. '물마'는 그제 맛보여 드린 말인데 그걸 보신 분이 그리 댓글을 달아 주셔서 알았습니다. 그렇게 맛보신 토박이말을 부려 써 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웃비는 그쳤지만 땅은 젖어 있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앞서 가는 수레의 바퀴가 일으킨 물보라가 앞을 가렸습니다. 때론 닦개로 닦아도 잘 닦이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더 힘이 듭니다. 그래서 애먼 사람한테 투덜거릴 때도 있지요. 아무 쓸모 없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또 여러 가지로 잊지 못할 날입니다. 배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갈배움 겨루기를 해서 손님을 치는 날이기도 하고, 토박이말 맛보기에 멋진 글그림이 어우러지는 첫날이기도 합니다. 도움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마루 [뜻]1)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수평선의 두두룩한 부분. [보기월]구름이 만든 그림 속에 물마루를 넘는 배가 하나 나오기도 했습니다. 배곳(학교)로 가는 길에 비가 오다 말다를 되풀이해서 아침에 교통 도우미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렸습니다. 비가 오는 날 아침에 하기로 되어 있어서 비가 오면 하고 안 오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날씨는 곧 빗방울이 떨어질 듯 했습니다. 그래서 가자마자 바로 자리를 잡고 서서 아이들이 들어 가는 것을 도왔습니다. 조금 있으니 비가 내렸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때는 아니라서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배움터 지킴이께서 들어가라고 하셔서 조금 일찍 들어왔습니다. 아침부터 오락가락 하던 비는 그 뒤에도 그랬습니다. 아침나절에는 그리 많이 오지도 않았습니다. 누운미르메(와룡산)과 마다바(남해), 그리고 구름이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 주었습니다. 커다란 나무도 보이고, 짐승도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구름이 만든 그림 속에 물마루를 넘는 배가 하나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참 그림 구경을 잘 했는데 그만 주룩주룩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그림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마 [뜻]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만큼 땅 위에 넘쳐흐르는 물. [보기월]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면 오가는 길에서 물마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장마가 아닌가 싶을 만큼 비가 오래 내립니다. 곳곳에 비가 많이 내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별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는데 오늘 많이 올 거라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면 오가는 길에서 물마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맞은 쪽에서 지나가는 수레가 물마를 튀기며 지나가서 그걸 둘러쓰게 되면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비가 올 때는 좀 천천히 다녀야겠습니다. 그리고 물이 잘 빠지도록 길을 만들 때도 마음을 쓰면 좋겠습니다. 더위도 그렇고 비나 눈도 그렇고 이래저래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사귐도 그렇습니다. 알맞게 잘 사귀는 일이 쉽지 않긴 합니다. 집안 아우가 생각지도 않은 일로 하늘나라로 가버리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레 모든 사람이 다 탐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모든 이들에게 탐탁한 사람이 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서로 다름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물리다 [뜻] 다시 대하기 싫을 만큼 몹시 싫증이 나다. [보기월]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늘이 준 일이라 여기면 물릴 까닭이 없겠지요. 비가 오락가락 하는 동안 빗소리를 노래 삼아 안친 일들을 했습니다. 미리 해 놓았던 일도 있고, 머리로 생각해 두었던 일들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해 놓은 일들을 누군가 보고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늘이 준 일이라 여기면 물릴 까닭이 없겠지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는데 마지못해 하다보면 그럴 때가 많을 테구요. 하지만 둘레에는 맡은 일을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즐기며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겠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배곳(학교)는 오늘 새로운 배새(학기)를 열었습니다. 다른 배곳보다 조금 짧게 쉬고 일찍 열어야 할 까닭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느 해에는 겪어 보지 못할 일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배울 것이 많을 겁니다. 우리 배곳 식구들이 울력해서 많은 손님들을 잘 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질리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물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물놀이 [뜻] 잔잔한 물이 공기의 움직임을 받아 물낯(수면)에 잔물결이 이는 모습 [보기월] '물에서 노는 것'도 '물놀이'지만 '물이 노는 것'도 '물놀이'라는 것을 알고 쓰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일에 쫓겨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한 달이 다 흘렀습니다. 일 생각을 하지 않고 푹 쉬어 본 게 언제 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좀 쉬어 보려고 식구들과 함께 숲을 찾았습니다. 숨을 쉬면서 바로 맑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좋은 곳이었습니다. 물 맑고 쉬기 좋은 집이 있지만 갈 때마다 비가 오거나 나오기 바빠서 올여름에는 물에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숲에 간 김에 물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골짜기 물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차가웠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술이 시퍼래져서 물 밖으로 내 보내야 했습니다. 저도 물에 오래 있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날도 저물어 가고 하나 둘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 우두커니 놀던 곳을 보니 물놀이가 일었습니다. 바람이 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그걸 보고 곧 비가 오겠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렁팥죽 [뜻]1) 마음이 여린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보기월] 그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제가 물렁팥죽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겨레 사랑, 나라 사랑 이야기는 듣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일들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 그런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인지는 저마다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도 다 겨레와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저도 남을 잘 믿습니다. 그래서 가끔 속기도 하고 속은 뒤에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누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요새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제가 물렁팥죽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다들 알고 있었던 일인데 저만 이제서야 알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물너울 [뜻] 바다같은 넓은 물에서 크게 움직이는 물결=파도[보기월] 시원한 파도가 생각날 때 '물너울, 물놀'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는 것입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능을 두고 나서서 천천히 가서 어제 있었던 일도 갈무리할 겨를이 있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모두모임을 했다는 기별도 하고 토박이말 맛보기 글도 올리고 말입니다. 아이들과 토박이말을 널리 알리는 알림감을 만들고 있어서 이런저런 토박이말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서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게 토박이말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마다 일을 짰기 때문에 하나씩 만들어 가는 모습도 보고 이렇게 저렇게 좀 보태고 바꿨으면 좋겠다는 도움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마칠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하다가 물놀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아빠 파도는 한자말이에요 토박이말이에요?라고 물었습니다. 한자말이라고 하니 그럼 파도를 토박이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게 아이들입니다. 뭐든 하나를 알려주면 그것과 아랑곳한 궁금한 것이 있고 궁금하면 묻게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