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벼락김치 [뜻] 무나 배추를 간장에 절여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김치[보기월] 벼락김치가 있으니 '벼락배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같이 사람이 또래 아이들에게 비슷하게 이야기를 해도 듣는 아이들에 따라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날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들을 것이라는 제 생각과 달리 마산 아이들은 힘이 든 듯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진주 아이들은 맞장구에 추임새를 하듯이 재미있게 들어 주어서 또 다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사랑한다 우리말 우리글'이란 벼름소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데 아이들이 많고 적은 것도 다르고 여러 가지로 다르다 보니 제가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우리말 겨루기를 하면서 토박이말이 어렵다고 하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참 많이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그런 말을 맛볼 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는 일에도 마음을 써야겠지만 아이들이 곧바로 맛보고 즐기며 배우거나 익힐 수 있는 거리들을 많이 마련해야겠다는 생각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베거리 [뜻] 꾀를 써서 남의 속마음을 슬쩍 떠보는 짓. [보기월] 베거리를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쉽지만은 않답니다. 마산 도서관에서 열린 '책읽기 배움터(독서교실)' 첫날 마흔 사람의 배움이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도록 해야지 하는 마음과 달리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무엇을 하러 왔는지 묻고 싶을 만큼 천둥벌거숭이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적는 믿음직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자리를 함께했던 갈친이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와 놀이 마당을 여는 자리로서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말을 해 줘서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좀 모자란 이야기였다고 느꼈기에 채울 것들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마치고 낮밥을 먹으면서 배움자리에 다른 모람들도 자리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 갈배움을 함께할 분들을 더 많이 모을 수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베거리를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쉽지만은 않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 말씀을 기다리겠습니다. '베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벗바리 [뜻] 뒷배를 보아주는 사람[보기월]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도 벗바리가 좋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머지 않아 그리 되지 싶습니다. 더운 나라에 있다가 돌아와서 그런지 어제는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거의 열흘 만에 배곳에 갔더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일을 맡아서 해 준 분께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미뤄 놓았던 일도 하고 새로 나온 일들 몇 가지를 해 놓고 책읽기 배움터(독서교실) 채비를 했습니다. 재미도 있고 배울 거리도 있는 뜻 깊은 배움 자리가 되도록 하려고 말입니다.두 해 앞에는 혼자였는데 이제는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토박이말 갈배움 이야기가 조금씩 퍼져서 여기저기서 마음을 써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토박이말 살리는 일도 벗바리가 좋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머지 않아 그리 되지 싶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만나는 배움이들이 토박이말 맛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잘 해야겠습니다. 그들이 벗바리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벗바리'는 '뒷배를 보아 주는 사람'인데 '뒷배'는 앞서 맛보여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벗개다 [뜻] 안개나 구름이 벗어지고 날이 맑게 개다.[보기월] 밝은 햇빛,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날이 벗개길 바랐지만끝내 비가 왔습니다. 여러 날을 나라 밖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온 이야기와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좀 낫다 싶기도 하고 우리도 저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말을 배우고자 하는뜨거운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저렇게 우리를 배우려고 하는데 저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란 말입니다. 겉으로 꾸민다고 그것만 볼 것도 아니고 우리의 지난 날을 숨길 수도 없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저마다 느끼고 알게 될 테지요. 그래서 더욱 우리다움을 되찾고 가꾸어 가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온 멋진 섬과 바다 모습은 우리의 아름다운 바다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밝은 햇빛,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날이 벗개길 바랐지만 끝내 비가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벌물 [뜻] 맛도 모르고 마구 들이켜는 물[보기월] 앞으로는 맛을 보라고만 할 게 아니라벌물마시 듯이 할 수 있도록 둘레를 토박이말로 넘쳐 나게 하는 데 더 힘을 써야겠습니다. 4347해이자 2014해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4347이 뭐예요? 라고 묻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걸 알려 줄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삶이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잣대로 일몬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우리가 숨을 쉬듯이 쓰는 우리 말도 알고 쓰는 게 다가 아니고 모르는 말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낯설지만 알아서 쓰면 좋겠다 싶은 말들을 맛보여 드리는 일에 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제가 들인 힘과 때새와 견주어 봤을 때 그리 보람이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와는 아주 다른 입맛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 입에 맛있다 싶은 것들을 자꾸 맛보여 드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 생각만큼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웠구요. 토박이말 맛을 보신 분들이 저절로 토박이말을 찾도록 하겠다는 마음만 앞섰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맛을 보라고만 할 게 아니라벌물마시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벋대다 [뜻] 1) 쉬이 따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티다.[보기월] 책을 읽어 준다고 하니벋대지않고 따라왔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여느 때보다 더 늦도록 일을 하게 됩니다. 자는 때가 늦어진 만큼 늦게 일어나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낮에 하품이 잦습니다. 아우를 보는 바람에 돌봐 줄 사람이 없어진 조카를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을 하는 동안에는 언니 오빠하고 잘 놀았지요. 그런데 언니 오빠가 제 일보러 나가고 나니 많이 심심해 하였습니다. 이거 해 줄까 저거 해 줄까 물어도 싫다고 하고마루가 차가워서 안방으로 가자고해도 안 간다고 벋댔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준다고 하니벋대지않고 따라왔습니다. 처음 책은 앉아서 들었고, 다음 책은 누워서 듣더군요. 그래서 셋째 책은 저도 누워서 읽어 주었습니다. 책을 두 세 쪽 읽었을까 조용하다 싶어 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잠이 와서 이도저도 싫다고 벋댔던 모양이었습니다. '벋대다'는 말을 쓸 때면 어릴 때 염소를 먹이러 다닐 때가 생각나곤 합니다. 풀이 많은 곳에 데려가 매어 놓았다가 해가 질무렵에 끌고 오는 일을 맡
[한국문화신문=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벋놓다 [뜻] 1)다잡아 기르거나 가르치지 않고 제멋대로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내버려 두다.[보기월] 길을 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 봐도 제 아이를벋놓아길렀거나 기르고 있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해끝에 가슴 따뜻해지는 반가운 기별보다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기별이 더 많습니다. 여러 가지 기별 가운데 어른한테 수제비태켠을 했다는 푸름이들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길을 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 봐도 제 아이를벋놓아길렀거나 기르고 있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주는 걸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까닭은 여러 곳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먹고 살기 바빠서 집에서 못 챙겨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배곳(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나무라기 앞서 어른들이 좋은 본을 보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지요. 풀어야 할 풀거리들이 쌓였는데 풀 수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풀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어 더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이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벋가다 [뜻] 옳은 길에서 벗어난 짓을 하다[보기월] 아이들이벋가지않고 잘 자라길 바라는 게 어른들 마음입니다. 토박이말 갈배움의 값어치를 알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 모로 모자란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답답함은 더하답니다. 됨됨이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남다른 생각을 하는 뛰어난 사람으로 기르고 싶다면서 그렇게 되도록 하는 데 그 무엇보다 종요로운 말을 챙기려 하지 않습니다. 막힘 없이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 힘이 있어야 된다고 하면서 쉬운 말로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말(입말과 글말)을 떠난 삶을 생각할 수 없다고 하면서 말은 국어 교과에서 챙기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말을 가운데 두고 배울거리들을 하나로 묶어 가르치고 배울 수를 찾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으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가르침과 배움의 가운데 말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이벋가지않고 잘 자라길 바라는 게 어른들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더 좋은 나라 더 나은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번지럽다 [뜻] 기름기나 물기 따위가 묻어서 윤이 나고 미끄럽다. [보기월] 먹다 남은 닭튀김을 먹다가 흘렸는지 바닥이 많이번지러웠습니다. 다른 일이 없어 해야 할 일만 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떨 때는 하루가 아주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떨 때는 얼마나 짧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어제는 하루가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배곳에 가자마자 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일을 하다가 둔 것도 있었고, 새로 할 일도 있었습니다. 바쁜 일을 먼저 하고 덜 바쁜 일은 뒤에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했지요. 다른 때였으면 마음도 바쁘고 몸도 무거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참고을 진주교육지원청에서 올해 씨앗을 뿌려 거둔 토박이말 갈배움의 열매가 경남의 얼굴이 되어 온나라 교육장님들 모임에서 선을 보이게 되었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겪어 보지 않은 일을 무턱대고 믿거나 따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이 해 보고 좋다고 하는 일도 귀 기울이고 눈여겨 봐 주는 것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 벅신거리다 [뜻] (넓은 곳에 사람이나 동물이)많이 모여 우글거리다.[보기월] 새해 첫날 곳곳이 해맞이를 하는 사람들로벅신거릴것입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침입니다. 이불 밖이 서늘해서 일어나기가 싫을 때가 많지만 아침에 잠을 깨며 살아 있다는 것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일어났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사는 게 재미없고 힘들다고 느낄 때 '오늘은 어제 돌아가신 분들이 그토록 그리던 날'이라는 것을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그 사람의 하루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일을 미루거나, 남에게 개개며 빈둥빈둥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배곳 오는 길에 해맞이를 하러 오라는 펼침막을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데 마음을 쓰는 때이긴 합니다. 새해 첫날 곳곳이 해맞이를 하는 사람들로벅신거릴것입니다. 해끝(연말)뿐만 아니라 날, 이레, 달, 해와 같이 삶의 마디마다 돌아보며 자잘못을 가려보고 새롭게 일을 짜는 걸 버릇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마다에게 알차고 값진 하루하루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