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6월이 되면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머리를 숙인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을 어찌 우리 그날을 잊으랴! 부모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냥하고 우리 겨레가 서로 싸운 슬픈 전쟁이었다. 또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우다 활짝 피워보지도 못한 체 아까운 목숨을 민주의 제단에 바치고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젊은이들을 생각한다. 민주열사 박종철과 이한열은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짙푸르고 꽃잎처럼 붉게 물들었던 내 젊은 날을 생각한다. 불의와 독재 권력에 맨몸으로 항거하며 맞섰던 그때를 생각한다. 눈을 부라린 독재 권력으로도 어찌하지 못하고 막을 수 없었던 거대한 민주화의 물줄기가 도도히 흘렀던 그때를 생각한다. “독재정권 물러가라”, “직선제로 개헌하라”, “독재 타도! 민주 쟁취!”를 외치던 시위학생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오늘의 민주화를 이끌었을 것이다 오래전 연세대학교 앞에서 36년째 ‘논지당’이란 카페를 운영하였던 분. 불의와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우던 학생들에게 은신처를 마련해 주고 그들과 함께했던 문선경 씨를 만나 무늬처럼 새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세상 사람들이 노년이 되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뭔지 혹 아시나요? 무슨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세월은 참 빠르다>라는 말 아닐까요? 자식 키 크는 줄은 알아도 자신이 늙어가는 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사람입니다 지나가 버린 젊음 뒤에 따라오는 것은 어쩜 편안하기도 하겠지만 힘없어지고 몸은 병들고 외로운 마음에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제 고향 대구에 가면 염매시장이라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염매(廉賣)라는 말은 물건을 싼값에 판다는 뜻이겠지요. 이 시장 골목에는 여러 식당이 있고 얼굴이 살짝곰보인 친한 아지매가 밥도 팔고 술도 파는 식당의 주인이며 특별히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단골집 아지매입니다. 그런데도 짓궂은 선배는 곧잘 은근슬쩍 농담을 던집니다 누가 농담을 함부로 합니까? 아무나 할 수 없는 농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농담! 그럴만한 사이라야 하는 흥겹고, 눈물 나고, 안타깝고, 가슴 뭉클한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농담이지요. 추억 속에 염매시장 아지매는 빠른 세월을 탓하며 속마음을 구수한 농담으로 일깨워 주던 절절한 노래 같은 이야기를 말 하려 합니다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생각해 보니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난날의 내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본다. 1960년대까지도 우리는 보릿고개를 이야기하던 가난한 살림살이었다. 당시 대구상고 정문 앞에는 소설가 송일호 씨가 운영하던 희망서점이 있었고 그 건물 2층에는 <재구농촌출신학우회>라는 기다란 나무 간판이 붙어 있었다 대구로 유학 나온 학생들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면서 이 모임에 참여하였고 함께 모여 토론하고 또는 저마다의 생각을 웅변으로 발표하고 연습하면서 청운의 꿈을 품고 함께 힘을 기르자는 그때는 매우 뜻깊은 모임이었다. 그 모임 2층 사무실 큰 거울에는 <먼저 거름이 되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그때의 그 글은 소설가 송일호 씨의 삶을 이끈 마음의 깨우침이었으리라! 농부가 알찬 열매를 거두려면 농작물에 충분한 거름을 주어야 한다. 또 거름은 먼저 썩어야 하며 썩는다는 것은 자기의 희생을 말한다. 실한 열매만 가지려 했지 먼저 거름이 될 사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두가 높은 자리 권력과 돈을 가지려 이렇게 혼탁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먼저 거름이 되라!>는 이 말 새겨듣기 바란다. 오늘은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전통은 살려 이어가게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사는 우리가 기억하고 살려 이어지게 해야 할 전통문화예술을 푸대접하기도 한다. 전자계산기가 나오면서 주판이 사라지고 머리로 하는 셈법은 무뎌졌다. 또 온라인거래의 활성화되고 사인(서명) 제도가 도입되면서 도장(인장)의 예술적 값어치와 기능의 전승은 위기를 맞이했다 전각(篆刻)을 알아듣기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나무나 돌, 금, 옥 따위에 글이나 무늬 등을 새기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는 (사)한국전각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황보근 명장의 이야기다. 서예가이기도 한 황보근 씨는 예술성 높은 인장으로 일찍부터 명성을 쌓았고 인각과 전각에 모두 능해 대한민국 국새 제작에도 참여한 으뜸 명장이다. 대한민국 명장에 뽑힌 뒤 인사동길 그의 공방 인예랑(印藝廊)은 붓글씨와 전각의 공방이며 시인 묵객들의 사랑방이자 자신을 다듬는 수행의 도장(道場)이 되었다. 그가 스승으로 모신 무위당 장일순으로부터 인향만리(人香萬里)의 품격을 배웠고 한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스승의 말씀을 되새기며 자신을 뒤로 물리면서 칼처럼 붓처럼 견고하나 부드러운 삶으로 자신을 더 아름답게 다듬어가고 있다. 황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산에 들에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좋은 계절입니다 목련, 매화,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듣기만 해도 정겹고 아름다운 이름! 곱고 향기로운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납니다. 이 고운 이름과 우리의 이름은 누가 무슨 뜻으로 지어주었을까요? 우리말 연구가이며 우리땅 이름학회(회장), 국가지명위원 등으로 활동하시는 배우리 시인은 오래전 텔레비전 프로에 고정 출연자로 우리말과 땅이름을 강의하신 분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식민지 시대는 우리의 혼과 정신을 말살하려는 저들에게 이름마저 빼앗겼던 슬픔이 있었지만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는 나라의 땅만 되찾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고 짓밟힌 우리의 정신과 우리말 이름으로 살아야 한다며 일평생 우리말 사랑에 앞장서서 일하신 시인입니다. 일찍이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에게 뽑혀 학원, 새벗, 소년세계 등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의 문우들을 만날 때마다 왜 지금은 시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시인은 사람들의 고운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면서 사람의 이름에는 우리의 정신과 가족의 사랑, 소망이 담겨 있으니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를 쓰지 않느냐라며 웃으십니다. 한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편집자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이렇게 목쉰 소리로 노래하던 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다. 이에 허홍구 시인은 뜨거운 눈물로 선생을 배웅한다. 우리 곁을 떠나신 백기완 선생님 황해도 은율 구월산 아래서 태어나셨고ㅡ 1946년 13살 때 서울로 오셨다ㅡ 평생에 소원은 조국의 남북통일ㅡ 혼불로 토해내는 사자후는ㅡ 듣는이의 가슴을 울리게 하셨다ㅡ 꺼지는 땅을 끌어 올리고ㅡ 무너지는 하늘을 갈라치고ㅡ 죽었던 역사 죽었던 희망을 일으키려 하셨다ㅡ 선생님은 우리말의 보물창고 였으며ㅡ 뒤따르는 우리들의 길라잡이였었다ㅡ 눈물로 선생님을 배웅합니다ㅡ 2021. 2. 15 시인 허홍구 큰절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코로나와 추운 날씨에 얼마나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하셨습니까 어제 같은 새해 1월이 어느 사이에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2월을 맞으면서 달력을 봤더니 새해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있고 또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는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입니다. 설날을 지나면 바로 24절기 중 두 번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말이니 곧 봄이 온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품듯이 2월은 생명의 봄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꿈꾸고 소망하는 뭔가를 품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엔 무엇을 품고 무엇을 소망하고 계시나요? 저도 몸은 자꾸만 늙어가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졌습니다만 맘속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따뜻한 사랑을 품고 살아갑니다. 산 높고 물 맑은 고장! 청정 홍천이라고들 자랑하는 곳! 아시지요? 우리나라 남쪽 시ㆍ군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인데 이곳에서 문인협회와 예술문화단체 홍천지회장을 지내고 종횡무진 지역 일꾼으로 문화발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석도익 소설가의 이야기입니다 석도익 소설가 흘러버린 세월 허전한 마음 옛날을 더듬는다 시인과 소설가로 30여 년을 익혀온 문학 동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해마다 맞이하는 새해! 2021년의 새해를 선물 받았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닫힌 가슴도 활짝 열어봅시다 국민들은 코로나 돌림병으로 가뜩이나 어렵고 힘이 드는데 방송에서 우리가 보고 들어왔던 우리 사회의 눈꼴사나운 모습들! 또 정치인들의 권력 싸움과 갖가지 볼썽사나운 뉴스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화나게 하고 실망하게 했습니다. 2021년 새해는 우리 모두 새로움의 앞선 자가 되길 바랍니다 못난 나를 버리고, 나만 생각하던 아집도 버리고 묵은 것, 낡은 것. 모두 다 벗어 던지고 모두가 새로워지길 소망합니다 거듭 바라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보고 들어왔던 못난 모습 그만 봤으면 합니다 꼭 얼굴을 붉히며 눈을 부라리고 무슨 원수처럼 다투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헤아려 보며 응원하고 양보하고 협력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중위 회장은 텔레비전에 논객으로 출연하여 권력을 가진 자와 공직자는 국민과 약한 사람들의 눈총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높낮이 없이 함께 어울리며 뽐내지 않는 겸손으로 후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김중위 회장* 어떻게 살아왔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늘 부끄러워지는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12월이 되어서야 세월 참 빠르구나 하고 아쉬워하지요 여러분은 무엇으로 즐거워하며 어찌 지냈습니까? 그놈의 코로나 돌림병 때문에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네요 그럼에도 우리는 건강하고 멋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모습이 꼭 달마승(達摩僧)을 닮은 금속공예작가가 있습니다. 취흥주(醉興酒)를 함께 마시다 보니 시들해져 가는 얼굴에도 붉은 꽃이 피어나고 숨죽인 세포가 춤추듯 살아나는 듯합니다. 작가는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선 순한 나이가 되었지만 번뜩이는 눈동자와 뜨거운 열정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껍떼기 속 알맹이의 그 빛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모양과 형식으로 남기는 거 말고는 또 없는 것일까요? 자신의 몸짓으로 살다가 그냥 빙그레! 웃는 모습만 남기자 하네요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 노래했던 유치환 시인을 떠올려보며 금속공예작가인 김동식 씨의 이야기입니다. 김동식 금속공예작가 울퉁불퉁한 세상 고개를 어찌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련만 풀밭이거나 돌밭이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헤쳐 지나가는 바람 같다. 마음속에 새긴 인물을 금속에 담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세상은 언제나 바뀌어가고 계절 따라 제 모습도 바뀌어가네요 이맘때가 되면 늘 벌써 11월이네 하며 세월의 빠름을 말합니다. “나의 삶, 나의 문학”이란 제목의 민윤기 시인 글을 읽었습니다. 1966년에 시문학으로 문단에 나온 시인은 70년대 후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불편해 사실상 절필을 하고 20여 년 동안은 여성잡지 《주부생활》, 《엘레강스》, 《레이디경향》, 《우먼센스》 등에서 기자, 편집자 등을 거치고, 여성잡지를 창간하며 최고의 편집자로 살아온 시인입니다. 그때를 회상하며 비겁했다는 생각보다 겁박이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생뚱맞은 표현을 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시를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음은 물론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시를 쓰는 시인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을 위한 시(詩)의 대중화를 꿈꾸며 2014년 월간잡지 《시》를 창간하여 내년이면 벌써 8년째를 맞이하지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 쉽고 짧은 시로 어두운 곳에 밝은 희망을 안겨 주고 외로운 영혼에 위로와 평화를 선물하고자 하는 시인의 이야기입니다. 민 윤 기* 꾹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