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이다. 그에 따라 한가위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올해도 자그마치 연인원 3000만 명이 상이 고향 나들이에 나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명절을 맞이한다. 오늘 텔레비전에서 보니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두가 예쁜 한복을 입고 나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한 연예인이 품위있는 한복을 입었지만 아래를 보니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양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꼴이나 다르지 않다. 한복을 입을 때도 예절에 맞게 입어야 품격이 생길 것이다.지난 5월 29일 연합뉴스를 보니 북한에서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5월 14일자)을 통해 옷차림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민족 옷과 옷차림 예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옷을 깨끗이 차려 입는 것은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전통적인 옷차림 예절을 소개했다.노동신문은 우선 남녀 모두 저고리나 윗 옷을 입을 때 동정의 이가 꼭 맞도록 단정하게 입고, 옷고름도 아무렇게나 매지 말고 나비매듭이 되도록 맬 것을 요구했다.
무용총 주실동벽-가무도해방 이후 서양문화가 물밀듯 밀려오면서 우리 문화가 서서히 힘을 잃어 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에 따라 한복도 서서히 주인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젠 명절 때도 일부의 사람만 찾게되었고, 정부나 단체나 회사나 심지어 집안의 큰일에서조차 한복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러다간 우리의 옷 한복이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는 험난한 꼴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만 분명히 한복은 우리 민족이 수 천년 역사 동안 발전시켜왔던 우리의 옷임에 틀림없음이 각종 사료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민족이 입어온 옷의 변화를 대강 살펴보기로 한다. 1. 옷의 기원 맨 먼저 우리 옷의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은 언제일까?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바늘이나 실을 잦던 도구들은 가장 오래된 우리 옷의 자료이다. 또 농경문 청동기에는 저고리와 바지의 기본 복식에 성인 남자는 상투를 하고, 미혼남자는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이 나타난다. 그 뒤 부족국가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면 두루마기를 중심으로 저고리, 바지, 치마, 모자, 허리띠, 신 등의 양식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옷은 아한대성 기후로 삼한
흔히 생각하는 고급문화만 문화인 것이 아니다. 어찌 음악감상을 하고, 미술전에 가며, 연극관람을 하는 것만이 문화일 것인가? 단순히 생활 그 자체도 문화이다. 입고, 먹고, 생활하는 의식주의 세계가 바로 문화의 한 모습인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강조하는 것인가? 우리 민족은 5천년 역사 속에서 이 땅에 우리 겨레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다시 말하면 어느 민족에게도 없는 우리 고유의 위대한 문화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말이다.한데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우리 민족의 모습은 어떤가? 생활 속에서 그 고유의 민족문화가 살아있지 못하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입을 거리의 삶 즉, 의생활이다. 해방 후 50년대까지도 보편적으로 입었던 우리 고유의 옷, 한복이 지금은 남의 옷처럼 여겨지고 있는 한심한 지경이 되어 버렸다. 남의 옷인 서양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보이고, 한복을 입으면 원숭이 쳐다보듯 하는 이상한 사회가 되었다. 물론 요즈음 좀 나아지긴 했지만.사람이 옷을 입는 이유를 우리는 종교적 이유, 마법, 미의식, 사회적 지위, 인종의 차이, 모방취미 등으로 본다. 여기에서 종교적 이유와 마법은 논외로 치고,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한복을 입어라 모두가 서양 옷을 특별한 불만 없이 입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한복타령인가? 그냥 놔두면 안 될까? 그러나 나는 이 즈음에 이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예부터 전해오는 전통한복에 더해서 십수 년 전부터 생활한복이란 것이 나왔다. 이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을 현대인에게 맞게 활동성을 부여해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통 전통한복이건 생활한복이건 한복을 잘 입지 않는다. 그저 서양 옷을 우리 옷인 양 당연한 듯 입고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한복은 아름답지만 불편하다." 심지어 한복인들도 일부는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는 듯하여 안타까울 때가 있다. 과연 그럴까? 생활한복을 판매하는 점포에 있어보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사철 입는 한복 있습니까?" 단적으로 생활한복을 가볍게 보는 발상이다. 되묻는다. "서양 옷에 사철 입는 옷이 있나요?" 그는 답변을 못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한복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한복은 옷이다. 옷은 문화이다한복은 옷이다. 옷은 문화 즉, 생활문화의 한 부분이다. 음악회에 가고, 미술전에 가며, 연극을 보는 것만이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의 일이다. 잠시 보인 것이지만 이희호 여사가 한복을 입었던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떤 서양옷보다도 아름답고, 품위있어 보였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북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한복을 입고 환영하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정말 가슴 뭉클한 일이었다.그런데 아쉬운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한복을 입지 않았던 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사건에 두 사람이 두루마기를 입고 서명을 하는 장면이 화면에 비춰졌더라면 더 없이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만일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입은 대통령과 양복을 입은 대통령을 비교하라면 어떤 말이 나올까? 아마도 한복에서 더 한국의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보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한복이 보여주는 강한 한국적인 인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다. 과연 한복에는 이미지 이상의 의미는 없을까? 정말 서양옷과 비교해서 더 좋은 점은 없을까? 한복을 입으라고 하는 것이 국수주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우리가 언제부터 서양옷을 입었는가? 어떻게 입게 되었는가? 대중적으로 입기 시작한 건 아마 해방 후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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