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코카콜라가 인기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콜라 병의 잘록한 곡선이 여체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직선은 두 점을 잇는 최단 거리인 만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곡선은 어떠한가? 곡선은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난초를 즐겨 키우는 것은 잎이 항상 푸르고, 또 곡선을 이루며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관찰해 보면, 직선은 매우 드물며 대개는 곡선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천과 강, 해안선은 모두 곡선이며 나뭇잎, 조개, 조약돌 등도 모두 곡선을 이룬다. 그러나 자연물에 인공이 가해질수록 곡선이 변하여 직선이 된다. 옛날 길은 구불구불 곡선이었고, 논두렁도, 기와집도 곡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되면서 도로도 논두렁도 건물도 모두 직선으로 변하고 말았다.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수원대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섬인 제부도에 가 보았다. 제부도는 화성 8경 중 하나로서, 썰물 때에는 육지와 이어지지만 밀물 때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마침 썰물이어서 쉽게 자동차로 섬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양쪽 바다에는 온통 시커먼 갯벌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제비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면 날아왔다가 음력 9월 9일 중앙절에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가는 여름 철새이다. 삼짇날 돌아온 제비는 4월 초에 진흙을 물어다가 추녀 안쪽에 집을 짓고 4월 하순이 되면 3~5개의 알을 낳고 15~18일 동안 알을 품어서 새끼를 부화시킨다. 새끼는 어미가 25일 정도 키우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제비는 곡식은 먹지를 않고 벌레만 잡아먹는 육식성 익조로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제비를 영물이라고 믿었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풍년이 들 것이라고 믿었다. 초가집에서 제비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제비를 가족처럼 돌보면서 한 지붕 아래 살아왔다. 판소리 흥보가에서는 가난한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서 이듬해에 대박이 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87년에는 면적 100㏊당 무려 2만 2,000마리의 제비가 살고 있었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제비가 둥지를 틀고 번식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2011년에는 제비의 수가 100㏊당 20마리로 줄었다. 불과 24년 만에 제비의 개체 수는 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카아슨 여사는 1962년에 《침묵의 봄》이라는 작은 책을 썼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에게는 성경 같은 책으로서 이후에 등장하는 환경 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이 식량증산을 위해 DDT같은 농약을 만들어서 해충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충뿐만 아니라 이로운 곤충도 죽이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죄 없는 새들까지도 죽일 것이라는 예언서 같은 내용이었다. 이 책은 미래 어느 날, 산골 마을에 봄이 왔지만 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나타날 것이라고 암울한 예측을 하였다. 《침묵의 봄》 영향으로 세계의 지성들이 로마 클럽을 만들었는데, 로마클럽에서는 1972년에 《인류의 위기 (The Limits to Growt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 책의 저자인 메도스 등은 인구와 공업생산, 식량생산, 자원소비, 환경오염 등의 상호작용과 그 장기적 영향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요소들의 상호작용 결과가 다음 세기에 어떻게 나타날지 추정하기 위해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을 하였다. 세계인구의 증가율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환경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어 가운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최초의 환경경제학자라고 말할 수 있는 슈마허가 1973년에 쓴 책의 제목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공장을 크게 지어 대량으로 생산하면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 보다 값싸게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물론 모든 이론이 그렇듯이 ‘규모의 경제’ 이론도 근래에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져서 어떤 분야에서는 ‘소품종 대량 생산’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식으로 수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학을 따르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더 큰 것, 더 많은 것이 좋다고 보는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큰 것이 좋고 많은 것이 좋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으며, 우리의 자녀를 아직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의 세대만 해도 많이 달라졌지만 나의 부모 세대만 해도 자녀가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자녀의 수가 5~7명인 집이 대부분이었다. 큰 차와 넓은 평수의 아파트, 대형 냉장고와 커다란 TV는 아직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정치가는 국민 소득을 두 배로 늘려 주겠다고 장미빛 공약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자동차를 발명한 헨리 포드의 꿈은 ‘모든 집에 달리는 궁전 하나’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세계의 여러 곳에서 그의 꿈은 실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가 1903년 최초로 자동차를 승용차로 수입하였다. 그 후 백년이 지나 지난 2000년에 자동차 등록대수는 1200만대이었는데, 2015년에는 무려 2100만대로 증가하여 세계에서 15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며 고급 승용차 내부를 보면 ‘달리는 궁전’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자동차는 조선 시대의 가마나 중세 시대의 마차에 비해 놀랄 만큼 빠른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이나 부산 등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경험하듯이 도시 내에서 승용차는 그렇게 빠른 것 같지 않다. 도로를 계속 넓힌다고 자동차 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브라에스의 역설’이라는 것을 들먹이는데, 그 역설이란 도로가 넓어지면 체증이 오히려 심화된다는 것이다. 2013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승용차 평균 주행 속도는 도심에서 시속 18.7㎞, 외곽지역에서 시속 26.6㎞로 나와 있다. 교통 방송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구한말에 태어나신 나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지가 벌써 40년이 넘었다. 할아버지는 청년 시절에 천주교의 신부가 되고자 대구에 있던 신학교에 다니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도중에 병을 얻어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을 하셔서, 결국 나까지 태어나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에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을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얘야, 지구는 공처럼 둥글다는 데 허공에 떠 있단다.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떠 있는 것이 참 신기하지? 하느님의 능력은 정말로 오묘하기도 하구나!” 우리의 고정관념은 경험의 산물이다.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만 보면서 자란 사람에게는 허공에 떠 있는 지구가 신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로케트를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만화 영화의 주인공 ‘우주 소년 아톰’이 볼 때에는 우주 곳곳에서 별들과 지구가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이 당연하게 생각될 것이다. “경험은 가장 좋은 스승이다”라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때로는 답답하다. 현대건설에서 성공하여 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정책을 결정하면서 “내가 해 봐서 잘 아는데...”라는 말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의 환경을 말하는 시평 <이상훈 교수의 환경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상훈 교수는 1985년 뉴욕주립대에서 환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ㆍ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ㆍ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특히 2013년부터 2015까지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고질적인 학내 비리 해결 투쟁에 몸을 던져 일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한국투명성기구가 주는 2015 투명사회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이상훈 전 교수는 그의 전문 분야인 환경이야기를 독자여러분께 쉽게 들려드리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추임새 부탁합니다. (편집자 말)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환경’이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하다. 환경이라는 단어는 사회의 여러 영역에도 침투하였다. 환경법, 환경행정, 환경외교, 환경경영, 환경음악, 환경미술 등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 것을 보면, 모든 영역에서 환경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환경을 공부한 한 사람으로서 흐뭇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환경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일반인들은 환경이라고 하면 환경오염을 연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