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10월 초,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5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는 한국서도연희극보존회 유지숙 대표가 이끈 평안도의 항두계놀이'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통적인 놀이형식의 이 작품이 각 시도의 훌륭한 출품작들을 제치고 대상에 오른 것은 나름대로 그 지역의 역사나 전통을 올곧게 지켜온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황해도의 봉산탈춤 이래로 이북 5도의 작품이 그러한 대상을 받았다는 점이 올해의 이북 5도청의 큰 수확이 아닐까 한다. 참고로 향두계(또는 항두계)놀이는 일종의 두레이다. 그러니까 마을의 농사일을 함께 하기 위해 조직된 평안도의 협동조합이고 이러한 조합을 통하여 지역민이 함께 일하고 추수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나 춤, 연희들이 벌어지는데 이와 같은 놀이를 통하여 서도지방의 삶과 정서,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항두계놀이는 다음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먼저 2013년 12월 18일, 오후 5시에 서울 종로구 구기동 소재 이북5도청 공연장에서 송년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번 작품은 특별히 조선시대 상황에 맞는 무대 디자인이나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지난 주 금요일(12월 6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 대설(大雪)이었다. 24절기 가운데 봄 절기는 입춘부터 시작하여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가 된다. 또 여름 절기는 입하부터 소만, 망종, 하지, 대서, 소서까지다. 이어서 가을 절기는 입추를 비롯하여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며, 겨울 절기는 입동과 함께 소설, 대설, 동지, 소한을 지나 대한으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 대설이 지났다면 이미 겨울 속에 깊숙이 들어왔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절기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지으려고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해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절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예부터 사람들이 쓰던 달력에는 태음력(太陰曆), 태양력(太陽曆),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 따위가 있다. 태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1년을 열두 달로 하고, 열두 달은 29일의 작은 달과 30일의 큰 달로 만들었다. 태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이제 곧 계사년 뱀띠 해는 가고 갑오년 말띠 해가 온다. 저물어가는 길목의 일본 분위기는 어떨까? 아직 12월 초라 연말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길거리나 슈퍼에 가보면 슬슬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후쿠오카 도심 빌딩에도 망년회(忘年會)니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과 선간판이 내걸리는 것을 보니 올 한 해도 다 갔구나 싶다. 뿐만 아니라 저녁 시간이 지나 밤 9시 무렵 상점가 술집 앞에는 망년회를 마친 것인지 십여 명씩 방금 술집에서 나온 홍조 띈 얼굴의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 술집마다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어디에나 사람 사는 곳에는 비슷한 정경이지만 특히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문화이다. 지난 주말 후쿠오카에서 2시간 여 거리인 오이타(大分)에 갔을 때 들린 슈퍼에도 일본만의 독특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물씬 느끼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먼저 슈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메카자리(注連飾り)다. 시메카자리는 보통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집 대문에 달며 다가올 한해의 액운을 막고 새해 복을 비는 뜻을 담고 있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충남 서산의 여류 시조명창, 황옥순(黃玉淳) 씨가 오는 12월 11일(수) 오후 2시 서산문예회관에서 그의 여덟 번째 시조창 발표회를 갖는다. 시조창의 보급이나 확산을 강조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시조창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한국의 3대 전통 성악으로 가곡, 판소리, 범패(梵唄)를 꼽는다. 아마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 규모가 방대하며 예술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로 전문가 집단에 의해 전승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곡은 조선조 중기 이후, 전문가들의 노래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평이하게 만든 시조창이 파생되어 널리 불리기 시작했다. 전통사회에서는 유행가처럼 널리 불렸던 시조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는 템포가 느리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고 있다. 자생력이 약한 노래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판소리는 이야기가 있고 소리와 아니리 발림을 섞어가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소리여서 점점 애호가가 확산되는 추세이며, 범패는 불교의식과 관련하여 그 전통이 분명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이에 반해 시조를 즐기는 애호가들은 한정되어 있다. 노인층에 집중되어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북해도(北海道)》란 책이 있다. 신촌(서대문구 창천동) 버티고빌딩 2층에 있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빌린 책이다. 이곳에는 일본전문도서관이 있어 국내에서 쉽사리 일본관련 책과 디브이디(DVD)를 접하기 어려운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공간이다. 강의용 디브이디를 빌리러 갔다가 신간 책꽂이에서 발견한 이 책은 지난 8월에 나온 책으로 고향 문학산책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연붉은 노을로 표지를 장식하고 아무 군더더기 없이 북해도라고 되어 있어 북해도의 무엇을 다루고 있나 하는 호기심이 있어 빌려왔으나 내용은 북해도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을 골라 일부를 싣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더러더러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 《북해도(北海道)》책 표지 흔히 북해도라고 하면 겨울의 눈축제(유키마츠리)나 아이누 족을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문학 속에 비친 북해도의 모습은 춥고 황량한 겨울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다. 라일락은 일본 원산지 나무가 아니다. 원산지는 터키반도에서 유럽남동부 발칸반도 일대다. 라일락은 영어 이름이고 리라는 프랑스 이름이다. 라일락의 일본 이름은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비닐 봉투나 종이 가방 같은 것이 나오기 전에는 일본에서도 후로시키(風呂敷, 보자기)가 쓰였다. 일본 보자기의 기원은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 정창원(正倉院) 소장품 가운데 보자기 같은 것이 보이는데 부가쿠(舞樂, ぶがく, 전통적인 무대 예술)을 할 때 입던 옷을 싸놓았던 것이 보자기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보자기 형태라기보다 보자기 안쪽에 옷을 고정하는 띠를 붙여 놓은 것이라 보자기로 보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85)로 오면 히라츠츠미(平包)라고 해서 보자기에 서민들이 옷을 싸가지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재미난 것은 이 시대 목욕 문화와 보자기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후로시키(風呂敷, 보자기)라는 말도 후로(목욕)라는 말이 들어 있어 목욕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당시에 목욕은 단순히 신체를 깨끗이 하는 뜻 말고도 마음을 닦는다는 뜻이 있어서 알몸으로 목욕탕에 들어가지 않고 흰옷을 걸치고 욕탕에 들어갔다고 전해지는데 욕탕 앞에서 보자기에 별도로 싸가지고 간 흰 옷으로 바꿔 입었다. 흰옷으로 갈아입을 때는 바닥에 보자기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교수] 지난주엔 1950년대 후반, 13살 나이에 장고를 메고 농악단원이 된 소년 악사 김청만이 2013년도에 판소리 고법의 예능보유자가 되어 발표회를 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의 스승 한일섭 명인은훗날 판소리가 많이 성하게 되면 고수가 부족하게 될 터이니 지금부터라도 판소리 고법을 제대로 익히라고 충고하였다는 이야기, 80년대초, 오정숙(吳貞淑) 명창을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한국의 명인 명창들이 그의 장단에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 국립국악원으로 자리를 옮겨온 이후, 판소리뿐 아니라 활동분야가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렇다. 판소리 완창의 붐을 타고 전국의 판소리 명창들이 그를 찾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비단 판소리의 북 반주만이 아니었다. 가야금 산조를 비롯하여 거문고나 대금, 해금 등의 문화재급 연주자들이나 대학의 교수들이 앞 다투어 그에게 장고 반주를 청하기 시작하였으며 민요창이나 무용음악의 공연무대에도 그의 반주는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그의 활동은 점차 확대되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뿐이 아니었다. 음반작업이나, 방송활동, 그리고 후진 양성에도 열성이었다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요즘 언론에는 의사나 영양사들이 나와 온통 소금 유해론을 펼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소금 탓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성인병이 온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소금기(염분)가 많다며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뽑힌 김치도 요주의 먹거리인 것처럼 말하는 이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인이 즐겨먹는 된장찌개를 포함한 온갖 찌개들까지 소금 투성이어서 문제 있는 먹거리처럼 말한다. 과연 그 말이 진실일까?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아무 탈 없이 김치와 같은 절임 반찬과 된장, 고추장 같은 음식을 오랫동안 먹어왔다. 요즘 언론에 나와서 소금 부정을 말하는 사람들 주장대로라면 우리 겨레는 이런저런 병들로 멸종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멀쩡하다. 아니 싱겁게 먹는다는 현대에 훨씬 더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텐가?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사람은 소금물 속에서 태어난다. 아기가 자라는 엄마 뱃속의 양수는 바닷물과 같다고 한다. 또 사람의 몸 안에는 소금이 들어있는데 피 속의 소금기는 0.9%이고 세포의 소금기 역시 0.9%다. 그 0.9%의 소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인이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남녀불문하고 소나무입니다. 일본인은 정원에 소나무 한그루를 심고 그 옆에는 작은 길을 만들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게 합니다. 이런 것이 전통적인 일본 미학의 기본적인 형태이며 이러한 일본인의 소나무 사랑은 아마도 오래된 회상(回想)에서 기인한 것일 겁니다. 위는 평론가이자 교토대학 교수였던 타다미치타로(多田道太郞, 1924-2007)가 그의 책 《신변의 일본문화, 身邊の日本文化》에서 한 말이다. 그는 왜 소나무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보았을까? 그는 말한다. 일본인들은 신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보았는데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를 의지해서 땅으로 내려온다고 믿었다. 이를 의대(依代)라고 한다. 의대가 없으면 신은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원에는 소나무를 심고 연극을 할 때는 무대 뒷면에 소나무를 그리는 것이다 타다미치타로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소나무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신목(神木)인 것이다. 그러나 신이 나무를 타고 내려온다면 구태여 소나무여야 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한국의 무당집 앞마당에는 키 큰 대나무를 심어두는데 이 나무를 통해 신이 내려오는 것으로 믿은 때문이다
[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교수] 지금 국악속풀이는 산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성공의 비결이 한결같이 그러하듯, 산조음악의 정점에 오르는 길에도 요령이나 지름길은 따로 없다는 이야기, 그래서 반복하고 또 반복 연습해서 익숙해지는 길이 곧 산조음악에 접근하는 길임을 강조하였다. 그 과정에 관련음악을 충분히 듣고 구음(口音)으로 소리를 내며, 귀와 몸과 마음에 이르기까지 그 음악이 서서히 배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과거의 구전심수(口傳心授)방법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선생의 가락을 충실하게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장점을 지닌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잠시 산조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오늘은 김청만 명인의 고법 발표회 이야기를 먼저 하고 돌아오도록 한다. 전쟁으로 인해 인명도, 재산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래서 불타버린 집이나 학교의 건물을 다시 짓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는 등, 1950년대 중 후반은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던 그 시절은 춥고 배고프던 고난의 시기였다. 그래서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네 살림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시기, 13살 어린 나이에 장고를 메고 농악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