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한국 어린이들처럼 돌잔치가 없다. 그 대신 시치고상(七五三)이라는 풍습이 있다. 일본의 어린아이들은 ‘오미야마이리(お宮參り)’라고 해서 생후 한 달 정도 되는 갓난아기를 강보에 싸서 신사참배를 하는 풍습이 있다. 그 이후에 남자아이는 3살과 5살 때 여자아이는 3살과 7살이 되는 해에 일본 전통 옷을 곱게 입혀 신사참배를 시키는 데 이를 시치고상(七五三)이라 한다. 시치고상이란 말하자면 3살, 5살, 7살을 맞이하는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비는 인생의 통과의례 행사인 것이다. 이날이 되면 부모들은 어린아이에게 일본 전통 옷을 입혀 유명한 신사(神社)에 참배하러 데리고 가는데 이러한 풍습은 1681년 도쿠가와 집안의 5대 장군인 도쿠가와 츠나요시(川綱吉)의 장남인 도쿠가와 도쿠마츠(川松)의 건강을 빌기 위해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 시치고상을 위한 전통옷을 파는 옷가게 광고 (위) 아래는 가족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신사참배 중인 아이들 신사에서 ‘시치고상’ 의식을 치른 아이들은 손에 ‘치토세아메(千歲飴)’를 하나씩 들고 있는데 이는 가늘고 길게 만든 사탕으로 장수를 비는 뜻이 있으며 학과 거북이, 소
[그림경제/얼레빗 = 서한범 교수] 지난주 산조 이야기에서는 정악연주와 달리 산조연주는 줄을 흔들거나 누르고, 또는 밀어 올리는 주법으로 인해 매우 적극적이며 자유분방한 음악이라는 이야기, 박자도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나 곧 빨라지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며 종지한다는 이야기, 정악 연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수의 추임새가 터져 나와 흥취가 고조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 심상건의 산조연주를 듣고 무슨 재미로 평생 이 음악을 연주해 왔는가하는 질문에 그저 줄 죄고 푸는 맛이라고 대답하여 긴장과 이완의 한스 릭 이론과 동일하다는 이야기, 이처럼 죄고 푸는 맛의 표현을 위해서는 농현(弄絃)의 다양성이나, 리듬의 변화, 강약의 다이나믹스 등이 적극적으로 표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산조음악의 정점에 오르는 길에 요령이나 지름길은 없다는 이야기도 더했다. 그렇다면 산조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하는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겠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어느 어린이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그 곳의 언어에 익숙하게 되면 모국어인 한국어는 점차 잊게 되고 영어를 더욱 능숙하게 구사할 될 것이다. 반드시 어린이가 아닌 성인이라도 한국 사람이 영어를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과거 일본열도에서 맛있는 고기 가운데 하나가 개고기였다. 에도시대의 유명한 가학자(歌學者) 도다 모스이(田戶茂睡, 1629-1706) 씨는 아키다 지방의 성주인 사타케(佐竹) 씨의 초대를 받고 가서 개고기를 대접받고 너무나 맛있어서 뜰에 있던 통통한 개 날 위해 잡아 요리했네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일본열도에 살던 선주민들은 개고기의 미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곤도 히로시(近藤博) 박사는 그의 책《일본인의 미각》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또 이 책에서 일본인이 개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일본인의 기원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 일본위키피디어에는 여러 나라의 개고기 음식들을 소개했다. (베트남, 동남아, 중국 / 시계방향), 남의 나라 개고기 요리만 잔뜩 모아놨는데 정작 자기들 것은 없다. 한국의 진도견처럼 일본에는 아키타개(秋田犬)가 유명한데 도다 스모이 씨는 바로 이 개고기를 맛보고 홀딱 반한 것이었다. 아키타개고기의 상품(上品)으로는 이치시로, 니아카라고 해서 첫 번째로 흰둥이 두 번째로는 붉은개(황구)를 쳤다. 뿐만 아니라 사츠마(薩摩)지방에서도 개고기는 진미 중에 진미로 꼽혔다. 저명한
[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교수] 산조 음악은 판소리의 기악화, 또는 시나위 가락에서 유래하여 틀을 잡은 기악독주곡이라 했다. 산조를 일러 헛튼가락이니, 허드렛 가락이니, 또는 흐트러진 가락이라는 말은 적절히 못한 표현이다. 이유는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개성 있게 표출해 내는 고난도의 음악을 그렇게 폄하하는 것은 당치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주장은 이제부터라도 한자의 산(散)을 흩어진다는 개념보다는 음악적 전파력이 강해 이웃으로 널리 널리 퍼져나가는 확산(擴散)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산조 음악은 느리게 -보통으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에서 고려시대의 가요나 조선조의 세틀형식과 맥을 같이하는 민족 기층의 역량이 응집된 시대성을 지닌 양식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산조가 현재에는 가야금뿐 아니라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피리, 태평소 퉁소, 단소 등등 선율악기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19세기 말엽 김창조, 한숙구, 심창래, 박팔괘 이후, 수없이 많은 명인들이 명멸하며 가야금의 산조음악을 오늘날까지 전해 주었고 현재는 이들의 제자들이 가야금 산조 음악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 가야금산조를 연주하는 김남순 교수 그렇다면 산조음악의 미(美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문학의 시가적 기조(基調)는 사랑의 연민이요, 사물의 연민이라고 하였다. 이름은 기억되지 않으나 그는 저서이름을 아예 일본문학의 연민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본적 예술의 특색은 비과학적, 비수학적이며 부조화, 불안정의 유동미에 있다고 하였다. 내가 보는 아와레는 서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무상하고 측은하고 안쓰럽고 외롭고 아쉽고 고요하고 적적한 시인의 미에 대한 심미적 개괄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연변작가회의 회원인 리성휘 시인의 시집 《고향사람들》에 나오는 일본문학의 정서인 아와레 (あわれ)'에 관한 설명이다. 리성휘 시인은 일본와세다대학 문과를 수료한 분으로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에 능통한 분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문학을 공부하면서 늘 의문이었던 모노노아와레(줄여서 아와레라고도 함, もののあわれ、物の哀れ)라는 정서를 속 시원히 정의 하는 것 같아 후련하다. 다시 살펴보면 아와레는 서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무상하고 측은하고 안쓰럽고 외롭고 아쉽고 고요하고 적적한 시인의 미에 대한 심미적 개괄을 포함 하는 뜻인데 정말 이런 모든 것을 포함하는 아와레라는 말을 한국말로 바꿀 수 있을까? 좀 생뚱맞고 전혀 동
[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교수] 지난 주, 가야금은 오동나무 통속을 파내어 공명통을 만들지만, 산조가야금은 앞면과 뒷면을 따로 만든 다음, 이를 붙여 공명통을 만들어 쓴다는 점, 산조가야금이 보급되면서 기존의 악기를 정악가야금 풍류가야금 또는 법금이라고 부른다는 점, 오른손으로 소리를 내고 왼손으로는 다양한 표현을 하게 된다는 점, 사랑방에서 즐기던 악기가 공연환경이 달라져 음량에 관한 문제가 심각해 졌다는 점, 창작 국악곡에서는 새로운 연주법들이 개발되어 선보이고 있으며 음역이나 음량의 증대, 연주기법의 다양성을 위해 18현, 21현, 22현, 25현 등 다현의 가야금들이 제작,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가야금으로 타는 산조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한다. 산조 음악의 발생과 관련된 주장은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판소리의 기악화나 또는 시나위 가락에서 발전된 기악 독주곡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가야금 산조를 연주하는 이민영 연주자 가야금 산조의 명인으로 20세기 전반을 풍미해 왔던 심상건 명인이나 박상근 명인 등에 따르면 산조는 마음 내키는 대로 타는 헛튼가락, 허드렛 가락, 또는 흐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헤이안천도로부터 1100년째를 기념하여 명치28(1895)년에 환무천황(桓武天皇)을 제신으로 헤이안신궁(平安神宮)이 조영되었으며 10월 22일부터 10월 24일에 걸쳐서 마츠리가 성대히 거행되었다.” 이는 교토시관광협회(京都市光協)에서 시대마츠리(時代祭)의 유래에 대해 밝힌 글이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를 꼽는다. 화려한 고대 의상을 입은 출연자들이 교토 시내를 두어 시간 행진하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교토다. 마츠리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도구, 행렬 시간 등을 따지자면 7월의 기온마츠리(祇園祭)에 견줄 수가 없지만 5월의 아오이마츠리(葵祭)나 10월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도 꽤 볼만하다. 다만, 교토의 3대 마츠리 가운데 가장 그 역사가 짧은 것이 지다이마츠리로 1895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118년째를 맞이한다. ▲ 에도시대 부인 행렬, 무로마치시대 행렬, 풍신수길 시대 복장, 오다노부나가시대 행렬 지다이마츠리 행렬은 교토 어소(御所)를 낮 12시에 출발하여 가라스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교수] 가야금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최창남의 경서도 소리발표회와 제자들이 준비한 고 백인영 1주기 추모음악회 이야기를 하였다. 다시 가야금의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한다. 앞에서는 가야국의 우륵(于勒)악사가 신라로 투항하여 충주 지방에서 가야금 활동을 하던 곳을 지금 사람들이 탄금대라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고, 제자들이 새롭게 고쳐 만든 음악에 대하여 우륵 선생은 낙이불류(樂而不流)애이불비(哀而不悲)라 하여 정악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또한 신하들의 반대를 악하죄호(樂何罪乎), 곧 음악이 어찌 죄가 된다고 하는가! 라는 말로 신하들을 설득하여 가야금 음악을 신라의 대악으로 삼았다는 진흥왕의 이야기도 하였다. 진흥왕의 혜안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가야금과 그 음악을 이어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는 것이다. 남다른 안목과 판단력을 지녔던 진흥왕의 존재가 곧 가야금의 오늘을 이어준 결정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판 위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악기이다. 줄은 모두 12줄이다. 가야금은 12줄 모두를 기러기발 모양의 안족(雁足)위에 얹어 놓고 이것을 움직여가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흔히 일본가나 글자를 공부할 때 오십음도(五十音, 고쥬온즈)를 그려 넣은 직사각형의 글자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데 가로 5글자 세로 10줄이니까 50개 글자인 셈이다. 물론 이 가운데는 현대 일본어 글자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있어서 50개가 되지 않지만 편의상 지금도 50음도라 부른다. 문제는 일본 글자가 히라가나와 카타카나 두 종류가 있어서 모두 100개나 익혀야 하는 데 있다. 보통 히라가나는 일반적인 문장을 쓸 때 쓰며 카타카나는 외래어나 의성어 의태어 그리고 전보문 따위에 쓴다. 글자 숫자도 많지만 문제는 이렇게 글자 수가 많은데도 다양한 표현이 안 된다. 예컨대 한국어에서는 외래어 발음 가운데 쉘부르, 섀도우, 쇄뜨기, 미셸, 셀프, 샐러드에서 보듯이 다양한 모음과 복모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어에서는 쉘, 섀, 쇄, 셸, 셀, 샐을 각각 발음 할 수 없는 모음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것들은 겨우 셀 하나로만 발음이 가능하다. 거기다가 받침에 해당하는 발음이 안 되다 보니, 맥도널드는 마그도나르도, 보일러는 보이라, 로켓은 로케토 같은 식이다. 그래서 일본인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를 할 때 글쓴이는 종종 영어발음을 시켜보고 놀
[그린경제=서한범 교수] 지금 속풀이는 지난주에 이어 즉흥음악의 1인자였던 고 백인영 명인에게 보내는 추모의 글을 쓰고 있다. 그는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즉흥음악의 선두주자였다는 점, 음악적 재기(才氣)를 안고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음악적 환경에서 자랐고 누구보다도 음악에 대한 사랑이나 열정이 강렬했기 때문에 그러한 명성을 얻었다는 점, 17살에 KBS 목포방송국의 전속악사로 있으면서 퓨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여성국극단에 입단하여 명인명창들의 음악인생을 배우면서 자신의 음악을 탄탄하게 만들어 왔다는 점들을 이야기 하였다. 그 다음 추모의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 고 백인영 명인 추모공연에서 명인들이 함께 연주한 시나위 합주 백인영 선생! 지상파 방송을 통해 국악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연예와 오락, 그리고 사극(史劇) 드라마의 반주음악이나 영화음악에 있어서도 당신의 아쟁이나 가야금 소리는 빠지지 않았지요. 아니 빠지게 되면 극 분위기가 살아나지를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오. 당신이 구슬프게 문질러 대는 아쟁소리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고 가야금 12줄이 희롱하는 소리에는 여인들의 고달픈 삶이 녹아 있어서 많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