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 싸 움 - 황 인 동 자 봐라 ! 수놈이면 뭐니 뭐니 해도 힘인기라 돈이니 명예니 해도 힘이 제일인기라 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 좀 봐라 뿔따구에 확 치솟는 수놈의 힘좀 봐라 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 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기라 봐라, 저 싸움 어디에 비겁함이 묻었느냐 어디에 학연지연이 있느냐 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 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소띠해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식구로 여길 만큼 소중했다. 필요한 노동력이자 운송 수단이었고, 목돈을 마련하는 비상 금고의 역할도 했다. 더구나 고기는 음식 재료였고, 뿔과 가죽은 공예품과 일상용품의 재료였다. 현대사회에서 소는 농경사회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고기와 우유, 약품과 비누 등의 재료, 가죽 신발 등으로 인간과 함께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러나지 않는 우직한 소싸움의 정신! 코로나19 탓으로 가뜩이나 무릎이 꺾이는 힘든 요즘, 불굴의 의지로 힘차게 전진하는 소싸움에서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배운다. 천년의 역사를 이어 내려온 소싸움은 경북 청도를 비롯하여 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새 아침 - 정정근 옴츠리고 듣는 바다 숨소리 묵직한 어둠 뒤집어 보시려나 한 줄기 진홍 띠 하늘에 걸렸네 불끈 솟는 빛의 위력 갈매기 목쉬도록 새날을 환호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신축년은 흰소의 해, 예로부터 흰빛은 상서로움을 얘기했으며, 우리 겨레는 흰빛을 숭상한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흰옷을 즐겨 입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왜놈들이 흰옷을 입지 못하게 하려고 장터 들머리에서 먹물을 뿌려댔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우리 겨레에게 흰소의 해 신축년은 또다시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다. 지난했던 2020년 경자년! 코로나19라는 녀석이 느닷없이 출현하여 온 인류를 괴롭혔다. 그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 크기는 0.1~0.2㎛라고 한다. 적혈구, 백혈구보다도 작아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그렇게 작은 바이러스가 인간을 꿈쩍 못하게 하는 것이다. 21세기 과학을 발전시킨 위대한 인류지만, 그 작은 바이러스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그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는 없을는지 모르며, 그렇다면 함께 사는 것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을까? 어쨌든 코로나란 녀석 탓에 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겨울 들녘에 - 이 광 원 겨울에 씨앗을 뿌렸어요 외로움과 그리움의 씨앗 아쉬움과 희망의 씨앗 다시 새봄이 오면 꽃 피울 꿈을 꾸었어요 코로나가 우릴 힘들게 하고 거리를 두고 살게 하여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서로 응원하며 살다 보면 반드시 꽃 피는 봄이 다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에도 희망의 씨앗 품고 살다 보면 어려움도 쉬 이길 수 있겠지요. 지금 사람들은 ‘코로나19’라는 돌림병으로 몹시 추운 겨울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도 더한 고통이었다. 돌림병이 퍼지면 치료는커녕 그저 돌림병 걸린 사람이 사는 집 문을 걸어 잠근 채 격리했고 그 집의 환자는 괴로워하다가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검색어로 살펴보니 전염병 702건, 여역(癘疫) 418건, 염병(染病, 장티푸스) 154건, 천연두 74건, 여기(癘氣) 47건, 역병(疫病) 27건, 홍역 17건 등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때 백성들의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굳이 돌림병까지 얘기할 것도 없다. 추운 겨울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고통이었다. 윗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노 년 - 허홍구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백아(伯牙)는 거문고의 명인이었고 종자기(鍾子期)는 그 백아의 연주를 참으로 좋아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높은 산에 있는 듯하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연주가 흐르는 물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멋있다. 마치 넘칠 듯이 흘러가는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그렇게 백아와 종자기는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더는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곧 지음(知音)이 없다고 말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죽을 때까지 연주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도가 경전의 하나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종자기가 죽은 뒤 백아가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데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하여 ‘진정한 우정’을 말하는 고사성어가 됐다. 그리고 여기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벗’을 뜻하는 ‘지음(知音)’이란 말도 생겼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으로 참으로 어려운 지경을 맞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만나는 것을 삼가라고 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도 춤추며 살았어요 - 허 홍 구 스텝이 꼬이고 풀리는 게 춤이라면서요 꼬였다가 풀리고, 꼬였다가 풀리고 어렵게 꼬였다가도 부드럽게 풀리면 더 멋진 춤이 된다는구먼요! 마치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사람처럼요 남들이 다 하는 사교춤은 맛도 못 봤으나 꼬였다 풀렸다, 넘어졌다 일어섰다 했으니 나도 한평생을 춤추면서 살아왔더라고요 이제는 발이 꼬이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처럼 춤추며 하늘 오르는 꿈을 꿉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악가무와 함께 살았다. 음악과 노래와 춤을 아우르는 삶이었다. 그 가운데 춤, 우리의 춤은 정중동이 살아있는 것이었다. 멈춘 듯하지만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하지만 멈추는 동작이 살아있는 것이 우리의 전통춤이다. 그 춤은 예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홍구 시인은 “스텝이 꼬이고 풀리는 게 춤이라면서요 / 꼬였다가 풀리고, 꼬였다가 풀리고 / 어렵게 꼬였다가도 부드럽게 풀리면 / 더 멋진 춤이 된다는구먼요! / 마치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사람처럼요”라고 노래한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스텝이 꼬였다 풀리기를 반복하는 게 사실이다. 늘 밝은 세상만 있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면 - 조성례 아주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겨울을 감지한다 나무는 제 몸의 이파리들을 떨궈 발등을 덮는다 비로소, 침묵에 드는 겨울의 뿌리들이여! 발등을 덮은 작은 나무는 물관을 통해 수분을 간직하고 겨울은 기린의 목을 닮아 휘청휘청 내게로 온다 점점 두꺼워지는 껍질처럼 나이테들이 한 겹씩 남루를 껴안는다 남루 속에서 반짝이는 섬광들이 당신의 창문 밖을 기웃거리고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줄기가 추운 공중을 향해 여린 팔을 휘두를 때 줄기마다 내년을 약속하는 꽃눈, 꽃눈, 꽃눈, 그리고 온기를 보내는 당신의 작은 나무 시린 발을 땅속 깊이 묻고 나는 긴 잠을 자기로 한다 캄캄해서 환한 눈을 감고 당신을 기다린다 우리는 학생시절 교과서에서 0.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었다. '마지막 잎새'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폐렴에 걸려 희망도 없이 창문 너머에 있는 나뭇잎이 떨어지면 자기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사는 노화가가 섬세하게 나뭇잎을 벽에 그려서 비바람에도 견뎌내는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한다. 이에 존시는 삶에 희망을 품는다. 그 단편을 읽으며 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나뭇잎을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집으로 가는 길 - 김정원 길고 고단한 하루 땅거미가 기어올 때 쟁기질 끝내고 뚜벅뚜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 땀에 젖은 소를 마을 우물로 데리고 가 찬물로 등물을 해주며 엄마는 애틋하게 말합니다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그러면 말 못 하는 소가 엄마 치마에 머리를 살며시 대고 아기바람과 악수하는 무화과 나뭇잎처럼 가볍게 귀를 흔듭니다 우리네 어렸을 적에는 여름날 흔히 “등물”이란 걸 했다. 아버지가 논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돌아오시면 어머니는 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등물을 해주셨었다. 등물은 그렇게 끈끈한 가족애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김정원 시인은 엄마가 소에게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하면서 등물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러면 소는 가볍게 귀를 흔들며 응답을 했다나? 예전 우리 겨레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지낼 때 부르던 상엿소리가 있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했는지에 따라 죽어 염라대왕에게 심판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패랭이꽃 - 정습명 世愛牡丹紅 栽培滿院中 사람들 모란꽃을 좋아해 집 안 가득 심지만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시골 구석구석에는 아름다운 패랭이꽃 무더기 핀다네 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 꽃은 연못에 잠긴 달에 비치고, 향기는 바람결에 실려 오누나 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 외진 시골 꽃 찾는 귀인들 적어, 그 자태는 늙은 농부 몫일세 위는 고려 의종 때 문신 정습명(鄭襲明, 미상 ~ 1151년)의 한시 “석죽화(石竹花, 패랭이꽃)”다. 이 시에서는 먼저 모란이 등장한다. 모란은 한자 이름으로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는데 예부터 한ㆍ중ㆍ일 세 나라에서는 부귀와 공명을 뜻하는 꽃이라 하여 “꽃 중의 꽃” 곧 “화중왕(花中王)”으로 불렀다.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 모란을 수놓았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도 부귀와 공명을 염원하는 모란꽃이 그려졌다. 복스럽고 덕 있는 미인을 활짝 핀 모란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란은 그렇게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시골 들판 구석구석 무더기로 피는 패랭이꽃을 귀인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대신 농부들이 이 꽃을 사랑한다.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ㆍ대란(大蘭)ㆍ산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숨 소 리 - 원산 소중한 오늘이라는 하루 숨 쉬는 데 집중하고 산다 들숨 날숨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안심이다 존재하고 있음을 본다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위 시는 《나는 누구인가?》, 《이야기 삼세인과경》, 《보이지 않는 바람》 등 책을 펴냈으며, 《한강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원산스님의 작품이다. 스님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인식하고 있다. 어려운 말이 아닌 담백한 시어를 써서 담담하게 숨소리를 드러낸다. 《홍당무》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라면서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다음 블로그에서 “오늘이 있음에~”를 검색해 보았다. “오늘이 있음을 나는 기뻐한다.”, “오늘 살아 있음에”, “오늘 나눌 수 있음에”, “오늘도 잠들 수 있음에” 등 비슷한 글월이 무려 739만 건이 확인된다. 그만큼 “오늘이 있다”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나이가 들게 되면 주변에 아는 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위 경 련 - 김 옥 남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 더하고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오른 집값 보태서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자꾸 되새김도 했어 그래도 소화될 리 없지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그렇게 방안에 구겨져 있다. 김옥남 시인의 시 <위경련>에는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이 들리는가 하면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탓에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방안에 구겨져 있다고 신음한다. 자본주의가 보편화한 지금 세상에는 점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180만 원이고, 하위 10%는 85만 원으로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 더 참담하다.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이 임진ㆍ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 보물 제1096호 《오희문 쇄미록(瑣尾錄)》이란 책에는 처참한 백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했다거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달아났다거나, 심지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얼마나 가난이 극심했으면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