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는 집 언어는 하나의 기호일 뿐이어서 그 자체가 지닌 뜻이 별 게 없으므로 자주 써서 쓰임을 공유하면 그만이라고들 한다. 코끼리도 ‘코끼리’ 아닌 ‘끼리코’나 ‘상’(象)이라고 많은 이가 써서 통하면 된다는 얘기고, 마침내 ‘불고깃집’을 ‘가든’이라 불러도 통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랜 내림과 그 얼이 스민 좋은 연장을 갖춘 겨레한테는 이 말이 잘 먹히지 않는다. 외래어 ‘모델’은 광대·배우 뜻을 빼면 ‘본보기·본·틀·모형’으로 쓸 말이다. ‘모델케이스’도 ‘본보기’다. ‘모델하우스’라면 ‘본보기집, 본보기주택’이 쉽게 나온다. 이것보다 ‘견본주택’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견본’ 역시 일제여서 즐겨 쓸 게 못 된다. 우리식 한자말로 ‘간색’(看色)이 있지만, 이를 아는 이나 쓰는 이가 거의 없다. 그러니 ‘본보기집’ 정도가 무방할 터이다. 요즘 서울 공덕동 달동네 자투리땅을 비집고 자그마한 ‘아파트’ 한 채가 들어섰다. 많아야 스무남은 칸짜리인 그 새 집 언덕축대에 흰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구경하는 집’이라고 써놓았다. 흔히 ‘모델하우스·견본주택’처럼 임시로 번지르르 얽어놓은 가짜집이 아니다. 다 지은 집 가운데 길에서 드나들기 편한 집을
얼마 전 어떤 사람으로부터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 앞에는 영어로만 씌어 있고, 뒷면에는 한자로만 되어 있는 명함을 서양인에게 내밀었다고 한다. 이 명함을 받아든 사람은 얼굴은 분명 동양인인 그에게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물었다 한다. 그 사람의 반응이 어떠했을지 우리 모두가 상상해 보자. 오늘(2000년 10월 9일)은 554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의 말글문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일제시대의 선각자들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우리 말글이 이제 세계화, 보수화의 추세에 밀려 다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글과 문화가 없는 민족은 오늘의 세계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많은 사람들이 한자 또는 영어 등 외국어를 써야 유식한 듯 착각하고, 초등학교부터 한자와 영어 가르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더하여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된 지 벌써 55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일본말 찌꺼기를 무심코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우리는 새롭게 각성하고, 자기네 나라의 말글을
.. 편지이야기까지 하고난 룡호는 슬그머니 눈길을 떨구며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뒤늦게야 철없이 이런 이야기를 해서 장군님께서 마음 쓰시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 들었던것입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고뿌메 단물을 부어 룡호의 손에 들려주며 어서 마시라고 하는 것이였습니다 ..잡지 1998.12. 6쪽"달게 만든 물"이 `단물'일 테죠. 하지만 북녘에서는 남녘과 조금 다른 뜻으로 `단물'이라는 말을 씁니다. ┌ [북녘]│ (1) `민물'을 짠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2) 단맛이 나는 물. 쓴 물│ (3) 청량음료나 약품을 만들 때에 쓰는 진 하게 졸인 사탕물│ (4) 고기붙이나 물고기 등을 끓이거나 고았을 때 우러나오는 │ 입맛이 단 구수한 물│ (5) (남새나 나물 등을 절이거나 삶을 때)제맛이 나는 물│├ [남녘]│ (1) = 민물(소금기가 없는 강물,냇물,우물물,호숫물)│ (2) 단맛이 나는 물│ (3) 알짜나 실속이 있는 곳│ │ (4) 칼슘 및 마그네슘 염류가 적은 물│ (5-북) 청량음료나 약품을 만들 때 쓰는 진하게 졸인 설탕물│├ 청량음료(淸凉飮料) : 탄산가스가 들어 있어 맛이 산뜻하고 시원한 │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사이다, 콜라 따위가
하리놀아 - 둘 사이를 갈라놓다 낱말풀이를 보다가 이런 용례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하리놀아'가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잘못 실은 말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러다가 혹시나 하고 `하리놀다'라는 말을 찾아보았죠.[하리놀다] 윗사람에게 아무개를 헐뜯어 일러바치다이 말뜻을 살피니 우리가 흔히 쓰는 `이간질'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꼭 같지는 않으나 아무개를 헐뜯어서 일러바치면 애꿎잖아요. 애꿎게 고자질을 당했을 때, 남과 남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헐뜯을 때 `하리놀다' 같은 말을 쓰면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4336(2003).2.5.물.ㅎㄲㅅㄱ 최종규 / 말글운동가("함께살기-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나눔터'에서 퍼옮)
.. 크로우저는 이때다 하고 득의양양해서 사내애 둘한테 슬롭을 붙잡고 있으라고 하고 마르타에게 정의의 복수를 하라고 했다는 거야. 그러자 마르타가, 이 쪼끄만 여자애한테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정통으로 슬롭의 코에 주먹을 한방 먹였어. 코에서 코피가 주루룩 흘러내리자 슬롭은 대성통곡 울음을 터뜨렸고, 주위에 있던 반 아이들은 잘코사니 통쾌해 했다는 거야 .. 69쪽"미운 사람이 잘못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고소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잘코사니'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쌤통'이라는 말을 씁니다. `쌤통'도 `잘코사니'와 뜻이 비슷합니다. `쌤통'은 어떤 사람이 일을 하다가 쓴맛을 보거나 하는 일이 어긋나서 딱한 형편에 놓인 일을 고소하게 여기는 말입니다.┌ 반 아이들은 잘코사니 통쾌해 했다는 거야└ 반 아이들은 쌤통이라며 통쾌해 했다는 거야요즘 에스케이 그룹이나 다른 문어발 회사가 그동안 우리 나라 살림을 우리고 보통사람 등을 처먹으면서 뱃속에 넣었던 검은 돈 문제가 하나둘 튀어나옵니다. 이런 일을 보면서 "아따! 잘코사니구만!" "고것 보라지. 쌤통 도라무통 깡통이다!" 하고 한마디 놀려주면 좋습니다.4336(2003).2.25.불.ㅎㄲㅅㄱ 최종
낱말책에 낱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우리 말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말이라 해도 `죽은 말'과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죽은 말이 아니라 해도 `묻힌 말'이 되기 쉽고 오래지 않아 낱말책에서조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집지기는 받은 물건을 땅에 내던졌다 ..`집지기'라는 말은 "집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 수위(守衛)│ (1) 지키어 호위함│ (2) 관청,학교,공장,회사에서 경비를 맡아봄. 그런 일을 맡은 사람├ 경비(警備)│ (1) 도난,재난,침략을 걱정하여 사고가 나지 않게 미리 살피고 지│ 키는 일│ (2) = 경비원└ 경비원(警備員) : 경비 임무를 맡은 사람우리가 살아가는 남녘에서 집을 지키는 사람을 `집지기'라 쓰는 일을 거의 만나지 못합니다. 드문드문 북녘 책에서 만날 수 있을 뿐. 하지만 남녘 낱말책 몇 군데에는 `집지기'가 실려 있습니다. `집지기'라 할 때 `집'은 살림집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사람이 일하는 곳이라면 두루 `집'이라 할 수 있어요. 가게를 가리켜 `집'이라고도 해서 `밥집, 술집, 옷집'을 말하니까요. 드나드는 문 앞에서 지키는 사람은 문지기요, 집 안팎에서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33=문화어 북녘을 방문해 만난 주민들에게 '괜찮습니까'라고 물으면 금방 '일없습니다'란 대답이 나온다. '무슨 일이 없다는 거지' 어리둥절할 지 모르지만 북에서 '일없다'란 말은 '괜찮다'는 뜻이다.이처럼 분단 반세기가 지나면서 남과 북의 언어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했다. 북에서는 도시락을 곽밥, 주차장을 차마당, 각선미를 다리매, 주먹밥을 줴기밥, 맞벌이세대를 직장세대로 부른다. 또 노크는 손기척, 레코드는 소리판, 원피스는 외동옷, 투피스는 동강옷, 삐삐는 주머니종, 아파트는 살림집 등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쓰고 있다. 현재 이북말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1960년대 후반 만들어진 문화어로 지칭된다. 북한은 문화어에 대해 "평양말을 기준으로 해 각 지방의 모든 우수한 말을 받아들이고 고유말을 바탕으로 하여 민족적 특성을 살리면서 현대적 요구에 맞게 발전된 말"이라고 정의한다. 북은 1966년 5월 "표준어라고 하면 마치 서울말을 이르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평양말을 표준어로 정했다. 또 김 주석은 10여 년 전에 고유어와 한자어의 뜻이 같을 때는 고유어를 사용하며 한
고운 한글이름은 개인, 단체 개성을 돋보이게 해 벌써 10 수년전쯤 지난 일이다. 나의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가 보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오더니 갑자기 뾰루퉁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아버지 내 이름은 왜 한글이름이어요? 이상하다고 아이들이 놀리잖아요."빙그레 웃어주었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그 아이들에게 이름으로 상받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그 뒤로는 우리 아이의 입에서는 다신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우리 집안에는 족보가 있어서 나는 한자 돌림자를 이름 중에 가지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이름 중에 한자 돌림자를 써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자손이 많이 퍼진 가문을 보면 사촌간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오며, 전화번호부에 보면 동명이인이 많게는 수백 명에서 수십 명씩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젠 한자로의 돌림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한글로 짓게 되었다. 큰 아이는 "아름 솔", 작은 아이는 "으뜸 솔"이다. 한자 대신에 순 우리말 '솔'자로 돌림자를 대신했다. '솔'자는 우리말사전에 보면 다음과 같이 좋은 뜻을 가진 낱말들이 나온다.1. 소나무, 우리 조상들이 소나무 외에는 모
“한글을 아시나요?”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도대체 한국 사람치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 모두 곰곰 생각해보자. 우리 겨레의 글인 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잘 아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늘 말글과 떨어져 살 수가 없다. 무한한 공기 속에 살기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우리도 말글 속에서 그냥 살아가기에 말글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하지만 말을 못하고 글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할까? 또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위대한 글자인데도 정작 제나라 사람들은 그 위대함을 모르고 푸대접하기 일수이다. 남의 나라 글자인 한자와 영어쓰기에 더 골몰해 있을 정도임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터이다. 1999. 3. 3자 한겨레신문에는 박승규 경북대 강사의 글이 실려 있었다. “13년전 한국에 온 네팔 카투만두대학의 한 교수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나는 습관적으로 이름을 한자로 적어주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왜 한국 사람이면서 중국의 글자로 이름을 썼느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전혀 얘기치 않은 상황에 매우 당황해, 우리나라는 중국의 옆에 있기 때문에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입 춘 김장호 귓바퀴를 에이는 하늬바람도 양평골 소주병을 깨뜨린 강추위도 흙간에 쌓인 씨감자의 젖줄을 문파란 싹을 더는 어쩌지 못한다. 보라, 부푼 한강 물. 뒷골목 구정물 빙판이 녹은 물까지 합세했거든, 상여가 나간 마을. 먼 그리움으로 광목빨래에 와서 부딪는 바람결에 올려다보는 인수봉 눈썹짬에서 흰 눈가루를 털어낸다. 입춘(立春)의 의미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음력 정월(正月) 절기(節氣)로 해가 황경(黃經) 315도에 있을 때이고,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다.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12월)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입춘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중후(中候)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말후(末候)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