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향 모친과 향단이가 정화수를 떠 놓고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 몽룡 씨, 전라감사나 암행어사나 양단간에 수의허여 내 딸 춘향을 살려주오”라고 빌고 있는 <후원(後園)의 기도> 대목을 소개하였다. 걸인이 된 이도령과 이를 쫓으려 하는 춘향모의 대화가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제공한다. 내 처지가 남을 동냥할 처지가 아니라고 이 도령을 쫓아내려는 춘향모와 동냥은 못 주나마 구박 출문이 웬일인가로 대항하는 어사또의 설전이 재미가 있다. 김세종제는 이 대목을 다소 점잖게 표현하는 반면, 동초제 소리는 실제의 상황에 충실하기 위해 연극의 각본과 같이 짜여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암행어사 출도대목>이다. 이 대목은 매우 빠른 장단으로 많은 사설을 노래하기 때문에 유심히 듣지 않으면 무슨 내용인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김세종제의 출도대목 사설을 조상현의 창으로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어사또 마루 앞에 썩 나서며 부채 피고 손을 치니, 그 때으 조종(나졸)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 같이 달려든다. 육모 방맹이 들어메고 (가운데 줄임) 삼문(三門)을 와닥 딱, ‘암행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이별 후 3년이 지났네요”로 시작되는 춘향의 편지내용을 소개하였다. 신임 사또의 수청 강요와 춘향의 정절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옥에 갇힌 춘향이가 이 도령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내용은 송서(誦書)체, 곧 책을 읽듯이 읽어 나가는데, 한자어가 많아 대강만을 짐작할 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약수(弱水) 삼천리에 청조(靑鳥)나 북해(北海) 만리에 홍안(鴻雁)은 편지를 전해주던 파랑새와 기러기였다는 이야기, 신관사또의 수청 요구에 참혹한 악형을 당해 오래지 않아 죽을 것 같으니 서방님은 높은 벼슬을 누리시다가, 이별 없이 사시라는 내용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슬픔 속에서도 마냥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도 잠시 해학의 멋을 즐기는 것이 판소리의 매력이라 하겠다. 오늘은 <후원(後園)의 기도> 대목을 소개한다. 이 대목은 어사또가 된 이 도령이 남원의 춘향 집을 찾아와 담 밖에서 집안을 살펴보게 되는데, 마침 춘향 모친과 향단이가 촛불을 밝히며 정화수를 떠 놓고 간절하게 빌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몽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 춘향가의 시작 부분이 제(制)에 따라서는 조금씩 다르다는 점, 춘향가의 앞부분은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노래, <이별> 노래, 그리고 <신연맞이>로 이어지는 점에서 감정과 소리가 달라진다는 점, 이처럼 사람의 마음이 스스로 즐겁고, 슬프고, 기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물이나 상황에 느껴 감정이 달라지고, 그 달라진 느낌이 마음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서 소리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얘기했다. 한 예로 마음이 슬프면 그 소리는 초이쇄(噍以殺), 곧 그 소리가 타는 듯 하면서도 힘이 없고, 즐거운 마음이 느껴질 때는 그 소리가 명랑하면서도 여유가 있고, 기쁜 마음이 느껴질 때는 그 소리가 높아져서 흩어지며, 분노의 마음을 느낄 때는 그 소리가 거칠고도 사납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이별 후 삼년이 지났네요”로 시작되는 춘향의 편지내용을 소개한다. 십장(十杖)가를 비롯하여 몇 대목은 이 난에 소개한 바 있거니와 춘향가 가운데는 다시 한번 듣고 싶거나 음미해 볼 만한 문장이 많은 편이다. 옥에 갇힌 춘향이가 이 도령에게 편지를 써 보내는 내용으로, 시작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춘향가의 시작은 제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시작한다. 김세종 제는 처음 부분에서 남원이라는 고장과 춘향과 이도령을 소개한다. 이에 견주어 동초제는 춘향 모친의 태몽 이야기를 끌어들이며 시작하는 점에서 동초 자신이 새롭게 짜 넣었다는 점을 알게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판소리 춘향가는 춘향과 이 도령이 꽃피는 봄, 광한루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이며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가>는 뜻하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인해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곧바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만일 이별 없이 오랜 시간 사랑가만이 지속한다면 관객은 곧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반전의 슬픈 대목이 펼쳐져 슬픈 감정으로 변하게 되어야 한다. 이별의 장소가 오리정이냐, 춘향의 집이냐를 놓고, 각 바디는 차이를 보이지만, 헤어지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서로 사랑하던 젊은 남녀의 이별이란 곧 슬픔 그 자체가 분명하다. 슬픔은 비감(悲感)이어서 비감은 객석의 눈물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조건이고, 또한 눈물을 흘리도록 슬픈 분위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고향임의 완창무대는 이 대목에서 슬픔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고향임의 <동초제 춘향가> 완창발표회에는 6인의 고수가 등장하였는데, 첫 고수였던 박근영은 초반의 긴장을 비교적 여유있게 풀어 주었다는 이야기,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켜 주고 추임새를 통해 창자에게 자신감을 실어주는 고수의 마음 전달이 바로 장단의 정확함이나 강약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동초제 춘향가 시작 부분의 사설은 이전의 다른 바디와 다르게 짜였는데, 이에 따라 가락이나 장단도 다르게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전의 동편제로 분류되는 김세종제 춘향가의 시작 부분은 남원을 소개하며 남녀 사이 일색(一色)도 나고, 당당한 충렬(忠烈)도 나올 수 있는 지역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사또 자제, 이 도령은 16샇, 이목(耳目)이 청수하고 행동거지가 현량(賢良)하다는 내용을 아니리로 소개하며 실제의 창(唱)은 중중모리 장단의 <기산 영수 별건곤, 소부, 허유 놀고>로 시작한다. 널리 알려진 가사이지만, 다시 한번 음미하는 의미에서 기산(箕山)은 높고 깊은 산이고, 영수(潁水)는 근처의 맑은 강 이름이다. 이러한 깊은 산과 맑은 강가에는 소부나 허유와 같은 선비들이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고 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명 고수(鼓手)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소리속을 훤하게 꿰고 있으면서 넘치고 모자라는 부분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상의 정확, 강약의 조화, 추임새 등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야 명고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일고수 이명창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일청중(一聽衆) 이고수(二鼓手) 삼명창(三名唱)>, 곧 첫째는 청중의 호응이나 태도, 둘째가 고수의 역할, 셋째가 명창으로 바뀌어 청중이 으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향임 명창의 <동초제 춘향가>의 완창발표회를 이야기하는 도중,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해 보았다. 다시 완창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로 발표회 당일에는 평소 호흡을 맞추어 온 6인의 고수가 무대에 섰다. 그들은 박근영, 권혁대, 최광수, 박현우, 송원조, 김규형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들이었다. 이들은 장단의 정확성은 물론, 강약의 조화, 적절한 추임새 등으로 창자와의 호흡을 함께 하며 소리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명창과의 호흡을 맞추어 나갈 수 있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실전(實戰)과 같은 연습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민속음악에 있어서 최고의 미적 가치는 즉흥성이란 이야기, 그런데 악보화 되는 전승과정에서 즉흥성이 배제되기 시작하며 과거와 같은 명인 명창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고향임의 판소리 완창무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완창의 성공을 위해서는 체력관리, 목청 관리, 전체 사설의 암기, 고저, 장단, 연기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특히 사설의 이면을 살려내는 능력은 오랜 기간의 훈련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란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고수(鼓手)의 역할이 판소리 공연, 특히 완창 발표회의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와 함께 더 중요한 것은 청중의 호응이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판소리의 완창 공연은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완창 이전의 판소리 공연 형태는 대부분이 토막소리였다. 토막소리란 전체가 아닌, 어느 한 부분의 소리를 말한다. 가령, <춘향가>와 같이 긴 이야기 가운데 <적성가> 대목이나, <천자풀이> 대목, <이별가> 대목, <옥중가>나 <박석고개> 대목과 같이 창자가 즐겨 부르는 대목, 또는 객석의 요청에 의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향임 명창이 대전시 무형문화재, 판소리 종목의 예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동초제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동초(東超)>는 김연수(金演洙)의 아호이며, 동초제란 김연수 명창이 스승들로부터 배운 소리를 기초로 하여 서편제의 애잔한 소리와 동편제의 우람한 소리를 융합하여 새로 만든 소리라는 이야기, 동초가 판소리 5바탕을 정리 출판한 일은 후학들 교육에 큰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김연수의 큰 제자, 오정숙(1935~2008)은 5바탕의 완창, 제1회 전주대사습 장원, 국립창극단 활동, 1991년 국가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에 올랐으며 소리, 발림, 연기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완숙한 기량으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명창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궁중음악이나 정악계통은 대부분의 악곡이 율자(律字)악보나 정간(井間)보로 전해지고 있어서 연주자들의 즉흥성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민속음악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성악의 판소리나, 무가(巫歌), 기악의 산조 음악은 즉흥성이 생명이어서 이들 음악은 악보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승의 소리를 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향임의 학위 논문에 관한 이야기와 2006년, 전주대사습대회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판소리연구원을 개설해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크고 작은 무대에 초대되어 판소리 공연을 해 왔다는 이야기, 2009년도에 동초제 춘향가 완창 공연을 열면서 그 기념행사로 <동초제 춘향가의 전승과 미학>이란 학술세미나를 열었다는 이야기, 현재 대전에서 일인다역으로 문화와 예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2006년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에 오른 이후에도, 그녀는 수차에 걸친 판소리 완창 발표를 통해서 객관적인 소리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아 고향임은 2013년, 대전시로부터 무형문화재 판소리 종목의 예능 보유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지자체 실시 후, 각 광역시나 도(道) 단위에서는 자체적으로 전통음악이나 춤, 놀이나 의식 분야, 곧 무형(無形)문화재 종목을 지정하고 그 종목의 전승을 위해 예능보유자를 인정해 오고 있는 제도가 있다. 마침 대전시의 경우, 판소리 종목은 미지정된 상황이어서 그녀에게 적절한 기회가 된 것이리라. 어렵게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향임이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오정숙 명창의 영향으로 소리꾼의 길을 결심한 뒤 선생 댁에 기거하면서 소리만 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였고, 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履修者)가 되었으나 실기와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서 「놀부 제비노정기 비교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녀의 학위 논문, 「놀부 제비노정기 비교연구」는 박녹주-박송이로 이어지는 소리제와 김연수-오정숙의 소리제를 악보화 하여, 장단별, 단락별 구성음과, 종지음, 꺽는 음 등을 살펴서 선법(旋法)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장단 형태도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리듬형의 종류나 횟수 조사에 머물지 않고, 대마디 대장단 이라든가, 잉어걸이, 당겨 붙임, 완자걸이나 교대죽 등의 전통적 판소리 리듬꼴을 분석하는 과정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판소리 <흥보가>는 가난하고 착한 동생, 흥보가 날기 공부하다가 떨어진 제비의 다리를 치료해 주고, 그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가운데 강남에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돌아오는 과정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