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일하였습니다. 화학공업 회사였는데,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을 만들기 위해 중국과 조선의 국경에 있는 압록강에, 당시 제일이라고 알려진 커다란 댐(수풍댐)을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은 모두 일본 효고현 아시야(芦屋)에서 살았고, 아버지 혼자 현지에 파견을 나가 일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집은 윤택하게 살았습니다. 1945년 한국이 광복을 맞자, 아버지는 실직했고, 9인 가족의 생활은 밑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1941년 태어나 일곱 형제의 막내였던 나는 철이 들면서부터 가난을 겪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도 한국 사람을 지배하고 그 덕분에 집이 부유하다는 게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일본인 하라다 교코(原田京子) 씨다. 나는 지난해(2022) 10월 하라다 교코 씨로부터 일본어로 쓴 책 《私と韓国、感謝と謝罪の旅》을 한 권 받았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나와 한국, 감사와 사죄를 위한 여행>이라는 책이다. 하라다 교코 씨는 '조선 침략 역사를 반성하는 대표적인 일본인들의 모임'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의 이사장을 지냈던 분(재임기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섬 활동가 강제윤 시인이 《날마다 섬 밥상》 책을 펴냈습니다. 사람이 사는 우리나라 모든 섬에 발을 디딘 강 시인은 그동안에도 섬을 순례하며 섬과 섬사람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지요. 그리고 4년 전에 《전라도 섬 맛 기행》이라고 사라져가는 전라도 섬의 맛을 글로 살려내더니만, 이번에는 전국 섬의 밥상을 우리 앞에 차려주네요. 저는 강 시인이 교장으로 있는 <섬학교>에 몇 번 나가보면서 강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섬학교’라고 하니까 글자 그대로 무슨 학교인가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강 시인이 우리 섬의 숨겨진 비경,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매달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아 섬을 순례하는데, 이를 섬학교라고 하지요. 제가 소개하여 섬학교에 등록하였던 사람도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박재일 회장은 강 시인이 사단법인 섬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지금도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요즈음 강 시인은 전국 섬에 흩어져 있는 걷기 길을 하나로 모으는 ‘백섬 백길’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누리집(https://100seom.com/)도 만들고, 모든 국민이 섬 길에 대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깊어져 가는 가을만큼이나 과수원엔 사과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사과를 오래 보관하면 썩게 마련인데 주목할 것은 사과끼리 붙어있는 곳부터 썩어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옆에 꼭 붙어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 교도소에 위문 간 적이 있습니다. 여수감자 대부분은 사기죄로 들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한편에 옷 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왜 저들은 다른 옷을 입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살인범으로 복역 중인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여자 살인범들이 가장 많이 죽인 대상은 누구였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을 죽인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자와 한 이불 덮고 자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우린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깝다는 이유로, 친하다는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하거나 막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세월이 장기화하면 고질병이 되기 쉽고 그래서 친족간의 범죄가 더 흉악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친밀감은 상대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친하면 상대방을 잘 알게 되고 편함을 느끼게 되지만 무례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뜻도 아니지요. 그러니 친한 사이일수록 배려와 존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늘은 일본의 어린이날이다. 한국식 어린이날이 아니라 일곱살, 다섯살, 세살이 되는 어린이를 위한 날이라고 하는게 옳을 일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을 한국에서는 ‘첫돌’ 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돌(생일)’이라는 뜻이다. 이듬해부터는 ‘두돌’, ‘세돌’...따위로 말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돌’ 보다는 ‘네살’, ‘다섯살’...이런 식으로 ‘살’을 쓴다. 돌 이전에는 ‘백일(百日)’이라고 해서 태어난 지 100일을 기념하기도 하지만 ‘돌’이 일반적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백일과 돌은 없으며, 다만 태어나는지 한 달이 되면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라고 해서 강보에 싼 아기를 안고 신사참배를 한다. 그 뒤 3살, 5살, 7살이 되는 해에 다시 신사참배를 한다. 이것을 시치고상(七五三)이라고 하는데 7살, 5살,3살 먹은 아이를 데리고 신사에 참배함으로써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눈으로는 3살부터 세어서 상고시치(三五七)라고 하지 않고 거꾸로 7살을 앞세우는 것이 흥미롭다.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해마다 11월에 들어서면 어린이를 위한 ‘시치고상(七五三)’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운명이 때로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좋은 벗이 해주는 위로는 천군만마보다 더 힘이 날 때가 있다. 이덕무와 박제가도 그랬다. 서얼로 태어나 가진 재주를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울분을 삼켜야 했던 그들은, 서로가 가진 슬픔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상대의 귀한 재능을 알아봐 주고 독려해 주며, 어려운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갔다. 강민경이 쓴 이 책, 《운명아, 덤벼라!》는 신분이 주는 한계에 힘없이 굴복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한 이덕무와 박제가의 우정을 담았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덤벼라!’는 자세로 맞서 분투할 때, 견고할 것 같던 운명도 슬쩍 길을 비켜주었다. 두 사람은 외적으로는 매우 달랐다. 우선 이덕무는 박제가보다 아홉 살이 많았다. 이덕무는 큰 키에 마른 편이고, 박제가는 키가 작고 다부졌다. 이덕무는 유순한 성격이었고, 박제가는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p.28) 내 삶에 대해 감히 누가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단 말입니까? 태어나기 전부터 삶이 정해져 있다고요? 내 힘으로 삶을 어찌할 수 없다고요? 운명이 나를 들었다 놨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나라고 그깟 운명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동기 조윤신으로부터 《레이의 사부곡(思夫曲)》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 표지에는 빨간색 큰 글씨로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앞의 작은 글씨의 제목까지 다 하면 <정치음모에 걸린 옥중의 용을 그리는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입니다. ‘사부곡’이란 지아비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대충, 정치음모에 걸려 옥에 갇힌 ‘용’이라는 지아비를 그리워하며 쓴 책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자유당 때 조봉암 진보당 사건 아시지요?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은 진보당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른 윤신의 장인 전세룡 선생이 옥중에 있을 때 장모 정일례 여사가 장인에게 쓴 편지를 주로 담은 책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레이’는 정일례의 ‘례’를 약간 변형시켜 부르는 애칭이겠고, ‘용’은 ‘전세룡’의 ‘룡’일 것 같네요. 조봉암 진보당 사건은 잘 아시다시피 이승만 대통령이 정적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킨 사건인데, 인혁당 사건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스러운 역사지요. 저는 법조인으로서 조봉암 사법살인을 마음 아파하는 사람인데, 뜻밖에도 윤신이 장인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정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태양광 발전이 새 정부에서는 푸대접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자력 발전을 육성하려는 새 정부의 정책이 염려스럽다. 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태양광 발전은 다른 에너지원과 견주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태양광 발전은 원료가 무료다.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석탄, LNG, 원유 등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광 역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남한의 위도는 북위 33도와 39도 사이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보다 남쪽에 있어서 태양광 발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유럽 국가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다. 둘째, 태양광은 별도의 터가 필요 없다. 개인 주택의 지붕, 아파트의 베란다, 건물 옥상, 주차장 터, 또는 호수 수면을 이용해서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농사를 지으면서 농지 위에서 태양광 발전을 할 수도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활용하면 전체 농지의 20%만 활용해도 229GW(giga watt: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에 해당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꽃인듯한데 꽃이 아닌 것을 화비화(花非花)라고 합니다. 당나라 유명한 시인 백거이가 단풍을 두고 표현한 글귀지요. 온 대지를 형형색색으로 뒤덮은 단풍이 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한여름을 푸르름 속에서 비바람, 폭풍우와 같은 고난을 견디고 가을에 이르러 장엄하게 물드는 단풍이야말로 그 불타는 요염함보다 삶의 환희로서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산책하러 집을 나서면 길가에 싸리나무가 노란색으로 가을을 노래하고 교대 앞의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삶의 진수를 방출하다 노랑나비 되어 한들거리며 보도에 내려앉음이 멋스럽습니다. 어느 시인은 단풍을 "초록이 지쳐서 단풍 드는데…."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생명이 다해가는 잎새를 그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나이가 이순을 훌쩍 넘었습니다. 어쩌면 이 가을이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왔기 때문일는지 모릅니다. 가을의 잘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살아왔는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단풍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거대한 꽃밭을 동장군이 사정없이 걷어갈 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자선당! ‘착한 성품을 기른다’라는 뜻의 자선당은 세종이 큰아들인 세자 ‘향’에게 선물한 세자궁이었다. 경복궁 동쪽에 있어 ‘동궁’으로 불렸던 이곳에서 문종은 자랐다. 그러나 자선당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궁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며 궁궐이 불탔고, 이때 자선당 또한 주춧돌과 기단석만 남은 채 모조리 불타버린 까닭이다. 우리아가 쓴 이 책, 《돌아온 자선당 주춧돌》은 세종이 세자를 위해 지은 ‘자선당’에 쓰였던 주춧돌이, 임진왜란 때 화재에 불타고 고종 때 다시 지어졌다가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일본에 실려 가는 수모를 당하는 신산한 세월을 겪은 끝에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자선당이 다시 지어진 것은 수백 년이 지나 흥선대원군 때가 되어서였다. 자선당이 완공되며 고종의 아들인 순종이 자선당에서 지냈다. 그러나 그 시기도 잠시, 결국 순종은 일본의 위협에 자선당을 지키지 못하고 창덕궁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p.35)자선당 터로 흥선대원군이 신하들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자선당과 비현각을 지어라. 세자궁은 조선의 미래이다. 주변의 강한 나라들이 조선을 넘보려고 하지만 내가 있는 한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일본 작가 오가와 요코(小川洋子) 씨가 제50회 국제교류기금상을 받았다. 국제교류기금상은 국제교류기금이 해마다 학술, 예술, 그 외 문화활동을 통해 해외에 일본문화를 널리 알리고 국제우호친선에 공헌을 세운 인물(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로 50회를 맞는 2023년 국제교류기금상에는 연극연출가 미야자키 사토시(宮崎 聡) 및 페루 일본계인 협회(ペル一日系人協会)를 비롯하여 작가 오가와 요코(小川 洋子)가 선정되었다. 1988년 문예지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오가와 요코 작가의 작품은 절제되고 단정한 일본어를 통해 언어와 국경의 벽을 넘어 공감을 불러 일으켜, 2023년 현재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해 37개국어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그녀의 작품은 문학과 일본어를 통해 국제상호이해 추진에 큰 공헌을 한 점이 인정되어 이번 국제교류기금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일본국제교류기금협회에서는 이러한 오가와 요코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하여, 그녀의 작품에는 어떠 한 매력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느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작가 오가와 요코(小川洋子) 씨는 1962년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나 임신 캘린더 (妊娠カレンダー, 아쿠타가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