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공부(工夫). 이 단어 하나에 무수한 애환이 녹아있다. 공부는 예로부터 한국인에게 숙명 같은 존재였다. 공부에 울고 웃는 한국인, 그 ‘공부 DNA’를 추적해보면 선비의 공부가 있다. 선비에게 공부는 응당 해야 하는 것이었고, 평생 갈고닦아야 하는 거울 같은 것이었다. 이 책,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은 이런 선비들의 공부법을 정리한 책이다. 중요한 내용은 옮겨 쓰며 공부했던 정약용의 초서 공부법, 거울을 닦듯 매일 꾸준히 공부했던 이황의 반복 공부법, 스스로 생각하고 이치를 구하며 사색을 중요시했던 서경덕의 사색 공부법 등 오늘날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많은 공부법이 유형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지은이가 분석한 선비들의 공부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공부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고, 둘째, 공부는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지 출세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셋째, 공부한 것을 반드시 실천하여 앎과 행함이 어우러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누구나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또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 선비의 공부법이라는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워낙 과거제도가 치열했던 만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손원표 길 문화연구원 원장이 《보차공존도로》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보차공존도로’가 무엇일까요? 보행자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도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전용도로나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이 아닌 이상, 도로에 보행자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언뜻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 공존하는 보행자와 자동차 가운데 그동안 누가 우선이었습니까? 자동차가 우선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한 번 따져봅시다. 원래 길의 주인은 사람 입니다. 그러다가 자동차가 발명되고 그 자동차가 점점 속도를 높여가면서 사람은 점점 길에서 밀려났습니다. 정책도 어떻게 하면 자동차가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느냐에 집중이 되었지, 사람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래서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사람은 자동차의 눈치를 보며 다녀야 했고, 자동차는 사람이 비키지 않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경음기를 빵빵 눌러댔습니다. 그리고 아무 눈치도 안 받고 여기저기 자동차를 주차하여, 사람들은 이런 자동차를 피해서 다녀야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심해지면 반동이 오는 법. 사람들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주에 지구가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이다. 과학자들이 화석을 연구한 결과 지구에 생명체가 태어난 것은 약 30억 년 전이라고 밝혀졌다. 화석에 나타나는 다양한 생명체의 흔적을 연구하여 지질학적 연대기를 구성한 것이 지질 시대이다. 지질 시대 가운데서 가장 큰 것이 대(代)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지질 시대를 시생대ㆍ원생대ㆍ고생대ㆍ중생대 ㆍ신생대로 나눈다. 대는 다시 몇 개의 기(期)로 나누어지고 기는 몇 개의 세(世)로 구분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이 활보했던 중생대(2억 5,100만 년 전 ~ 6,500만 년 전) 말에 지구는 커다란 운석과 충돌하여 생물의 대멸종이 일어났다. 이때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5번째로서 지구에 사는 생물종의 75%가 사라졌다. 중생대가 끝나고 6,5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신생대라고 한다. 신생대는 포유류와 꽃 피는 식물(속씨식물)이 특징인 시대다. 영국의 지질학자 라이엘은 1833년에 지질 시대를 지층의 특성에 따라 제1기 ~ 제4기로 나누었다. 그 후 1872년 학계에서는 동물 화석에 따라 지질 시대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재분류하였다. 이때 제1기는 고생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상황1) 우체국에서 소포를 부치는데, 받으실 분 이름을 한자로 쓴 것을 담당직원이 못 알아보는지 이름의 발음을 묻는다. 그래 읽어주었더니 그 직원이 소포 등록을 해서 보냈는데 나중에 배달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온 것을 보니까 발음이 틀렸다. 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아주 쉽고 기초적인 글자인데 모르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 이름에는 ‘明’과 ‘大’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을 ‘영배’로 등록해놓은 것이다. 한동안 좀 멍한 상태가 되었다. 우체국에서 대민업무를 맡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 한자도 모르고 근무한다는 말인가? 우리 속담에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리 늘 하는 말로 '몸이 피곤해서 방안에 큰 대 자로 누워'라는 게 있는데 이 큰 대(大)라는 한자 글자를 모른다는 말이니 그 속담 뜻도 당연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좀 어려운 글자라면 모를까 일상에서 쓰는 아주 기초적인 한자도 전혀 모르는 세대들이 우리 정보사회 일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말로 이분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에서 자(字)의 의미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할 수 있다.. '큰 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팔천(八賤)! 조선에는 흔히 ‘팔천(八賤)’이라 불리는 여덟 가지 낮은 신분이 있었다. 바로 사노비, 승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이었다. 이들은 갖은 설움을 받으며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하고, 억울해도 호소할 곳도 없이 그저 타고난 신분을 탓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태어나면 양반, 중인, 양인, 천민 이렇게 네 가지 신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조선 초기만 해도 신분제도는 상당히 유동적이었고 신분 간 이동도 빈번했으나 점차 제도가 굳어지면서 한 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 한 번 천민은 영원한 천민이 되었다. 이 책, 《나도 조선의 백성이라고!》는 천민으로 태어나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여덟 부류의 천민을 각각 짧은 동화와 설명으로 보여준다. 흔히 조선시대를 떠올릴 때 열심히 농사짓는 농부나 글을 읊는 선비를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이야말로 그런 양민들의 삶을 죽을힘을 다해 떠받친 조선의 백성이었다. 특히 천민 가운데 가장 수가 많았던 사노비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주인에게 짐승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말이나 소보다 싼값에 매매되기도 했다. 승려 또한 조선이 유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바다에 떠다니는 배들은 대부분은 짐을 싣고 있습니다. 만약에 무거운 짐을 싣지 않으면 배가 불안정하여 높은 파도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선원들은 빈 배로 항해해야 한다면 밑바닥에 평형수를 채웁니다. 그래야 외부의 높은 파도나 조류에 의해 선박이 심하게 흔들릴 때 복원력을 발휘하여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배가 전복되는 주요 원인 가운데는 하나는 평형수를 잘 못 관리한 까닭입니다. 평형수란 배에 짐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 안의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거나 바다로 물을 배출하는 것을 뜻하는데 쉽게 말하면 오뚜기가 하단부의 무게로 넘어지지 않듯이 평형수도 물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인생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어느 정도의 걱정과 고통 고뇌는 항상 필요한 것입니다. 선장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선장 대부분은 거친 바다에 풍랑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는 것과 높은 풍랑이라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린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재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럴 때 놀라고 두려운 마음에 좌초의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평형수가 채워진 사람은 재난의 풍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 천하의 사대부들을 안정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지식인들을 장악해야 안정적인 통치와 국정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청나라는 먼저 어떤 학문을 따르는 사람이 많은지 몰래 살폈는데 주자학이었다. 그리하여 청나라는 주자를 공문십철(孔門十哲, 공자의 문하에서 나온 학덕이 뛰어난 열 명의 제자들)의 반열에 올려 제사 지내고 섬기며 주자의 도학을 황실이 대대로 이어온 가학(家學)이라고 선포했다. 주자가 중국을 받들고 오랑캐를 배척한 인물인데도 황제는 천하의 선비와 도서를 모두 모아 《도서집성》과 《사고전서》 같은 방대한 책을 만들어 주자의 말씀이고 뜻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세를 살펴서 주자학을 먼저 차지하고, 천하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서 아무도 감히 자기를 오랑캐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황제는 걸핏하면 주자를 내세워 천하 사대부들의 목을 걸터타고 앞에서는 목을 억누르며 뒤에서는 등을 쓰다듬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천하 사대부들은 그런 우민화 정책에 동화되고 협박당해, 형식적이고 자잘한 학문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주자의 학문에 흡족하여 기뻐서 복종하는 자가 있는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부산은 참 특별한 도시다. 바다가 있어 다양한 풍경과 체험을 할 수 있기에 연중 관광객들이 넘치는 곳이지만 험준한 산기슭에 들어서다 보니 땅이 좁아 도시가 산비탈을 따라 위로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도심은 용두산을 끼고 형성돼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전망탑이 있는 용두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기 이를 데 없다. 예로부터 40계단이 만들어져 그 이름이 지금도 남아있다. 중앙동이라는 데에 하룻밤을 잘 기회가 있어 아침에 나와서 걸어보니 보지 못하던 부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곧 용두산 쪽으로 다닥닥닥 위로 가며 붙어있는 집들을 연결하는 길과 계단들이 구경하는 것으로도 색다른 볼거리가 되더라는 것이다. 나는 사진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위로만 뻗어올라갈 수밖에 없는 부산이란 지형적인 조건에 따라 형성된 수직도시의 몇몇 얼굴들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그것이 바다와 생선회와 영화제와 해수욕장 등 수평적으로 이뤄진 화려한 얼굴의 뒤편에 있는 부산의 대조적인 속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동 책방거리에서 봄이 오는 길목의 부산 아침산책은 끝난다. 닫혀있던 책방들이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개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글은 어떤 점이 우수할까? 일상에서 늘 쓰는 한글이지만, 한국인이라도 막상 이 질문을 받으면 서너 개도 말하기 어렵다. 배우기 쉽고 소리내기도 쉬운데, ‘뭔가 머리로는 아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다. 이 책, 《한글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열두 가지 이유》를 보고 나면 그 까닭을 열두 개나 말할 수 있게 된다. 한글의 우수함을 어린이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이 그림책은, 우수한 것은 알지만 왜 우수한지 선뜻 말하지 못했던 어른들에게도 꽤 유용한 책이다. 한글이 우수한 까닭은 첫째, 세종 대왕이 만든 글자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든 우리 글자, 그것이 바로 한글이다. 전 세계의 많은 글자 가운데 임금이 백성을 위해 직접 만든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 둘째,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글자다. 알파벳이나 한자, 다른 나라의 글자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이 1443년에 창제하고, 2년 9개월의 검증 기간을 거쳐 1446년에 만백성에게 반포한 것이 명확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 창제 동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산에는 참나무도 존재하지 않고 들국화도 없습니다. 참나무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를 아울러서 말하는 것이고 들국화도 산국, 감국, 뇌향국, 구절초, 갯국화, 개미취, 쑥부쟁이를 아울러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말에 ‘참’이라는 접두사는 명사 앞에 붙어 진짜 또는 참이라는 뜻을 나타내니 진짜 나무라는 의미입니다. 참나무는 목재로서의 값어치와 도토리를 구황 식량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사랑받아 온 나무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만난 곳도 도토리나무 밑에서였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도토리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매우 드믄데, 남북한만 해당한다고 하니 우리 식문화의 다양성이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름을 보면 생활 밀착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큰 잎으로 떡을 싸서 쪘다고 해서 떡갈나무, 짚신 깔창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신갈나무, 가을 늦게까지 단풍잎을 볼 수 있다고 가을 참나무인 갈참나무, 껍질을 굴피집 재료로 썼다고 해서 굴참나무… 흉년엔 도토리가 풍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세월이 사람을 길러낸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하지만, 5월 모내기 철에 비가 많이 오면 풍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