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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좌창 <초로(草露)인생>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2025년도 <유춘랑 서도소리 발표회>무대에서 스스로 장단을 치며 선창으로 부른 서도좌창, <초한가(楚漢歌>에 관한 이야기로 초(楚)의 항우와 한(漢)의 유방(劉邦)의 싸움에서 유방이 승리하였다는 이야기, 그 승리의 직접적 요인은 이좌거(李左車)나 장자방(張子房)의 공로가 크지만, 근본적인 승리의 요인은 바로 절인지용(絶人之勇), 즉 절대적 용기 보다는 순민심(順民心)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순민심이란 바로 백성들의 마음에 순응하여 백성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곡은 사설의 내용, 악곡의 구성, 빠른 변박(變拍) 장단의 진행, 등등이 재미있어 친숙한 서도의 소리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다음과 같이 수심가조로 부르는 종지구 부분이 일품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한왕(漢王)이 관후(寬厚)하사, 불살항군(不殺降軍) 하오리다. 가련하다. 초패왕은 어디로 갈거나」 알려진 바와 같이, 서도소리에는 연창(演唱) 방식에 따라 앉아서 긴 호흡으로 부르는‘긴잡가’라는 노래가 몇 곡 있다. 이들 노래의 공통점은 대부분 사설이 길고, 같은 선율을 노랫말만 바꾸어 부르는 분절(分節)형식이 아닌, 통절형식이며, 종지구를 <수심가조>로 마무리하는 점, 등이 특징이다. 이 긴잡가를 좌창(坐唱)이라 하는 것도, 연창방식이 입창, 곧 선소리와 구별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유춘랑 명창이 그의 발표무대에서 독창으로 열연한 좌창, <초로인생(草露人生)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이 곡의 제목, <초로인생>이란 말에서 초로(草露)란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이다. 해가 뜰 무렵,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은 참으로 영롱하여 아름답다. 그러나 해가 뜨면, 그 이슬은 곧바로 사라져 버리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서 그 이슬을 우리네 인생에 비유한 내용이, 바로 서도의 긴 잡가에 얹어 부르는 <초로인생>이란 곡이다. 남도의 단가, <사철가>에도“ 인생이 모두가 100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 잠든 날, 각종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몇 년을 사는가? 묻는 구절이 나온다. 참으로 인생이란 짧은 시간을 살다가 떠나는 존재임을 다양한 형태의 노래들은 나름의 표현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서도좌창으로 부르는 <초로인생>뿐 아니라, 앞에서 소개한 대부분의 남도 단가(短歌)의 노랫말들도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할 일을 하면서 보람 있게 지내자’, ‘서로 도우며 재미있게 지내자’, ‘경관 좋은 곳을 찾아 풍류를 즐기며 후회 없이 보내자’라는 의미의 권유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짧은 인생,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점,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이 <초로인생>이라는 노래도 짧은 인생, 보람있고 재미있게 살자는 사설의 내용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창자에 따라 조금씩 표현이 다르고, 특히 토씨는 창자마다 다르게 붙이고 있으나, 원문의 전달은 충실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여기서는 서도명창, 박기종이 펴낸 《전통서도소리 명곡 대전집》에 소개된 노랫말을 참고하면서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을 부분, 부분 소개해 보도록 한다. 그 첫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어화 청춘, 소년들아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어제 청춘 오날 백발, 그 아니 비통한가! 장대(壯大)한 일등미색(一等美色) 곱다고 자랑마소. 서산에 지는 해는 어느 누가 잡아매며 동해유수(東海流水) 흐르난 물은 다시 오기 어려워라. 은주유악(殷周劉幄) 장자방(張子房)과 동남제풍(東南諸風) 제갈양두(도) 경천위지(經天緯地) 무궁조화(無窮造化)그득하게 차였으되, (천하를 통일한 유방(劉邦)이 “모든 걸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승리를 이끌어 낸 장량(張良-자방)과 동남풍을 일으킨 공명을 치켜세우는 말에서 인용한 내용이라 함), 절통(切痛)하다 한 번 죽음, 못 면하고, 어리도다 진시황제 만리장성(萬里長城) 둘러쌓고, 아방궁(阿房宮) 높이 짓고,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을 불사약 구하려구 삼신산(三神山)에 보낸 후, 소식조차 돈절(頓絶)허구. 만고 영웅들은 사적(事跡)이나마 있것마는 우리 같은 초로인생, 한 번 아차 죽어지면, (이하 줄임) 죽은 후, 만반진수(萬般珍羞)는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랴 (죽은 후에 진수성찬이란 것이 살아생전 한 잔 술만도 못하다는 의미) 차려 놓은들 무엇 허며, 먹는 줄 어이 알고, 왔다 헌들 온 줄을 누가 알리. 그리고 마지막 종지구(終止句)는 수심가조로 다음과 같이 맺는다. 「아서라, 초로인생 한번 가면 만수장림(萬樹長林)의 뜬구름이로다. 살아생전 효도헐 일, 허면서 잘 살아를 보리~」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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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방울, 빗방울, 물방울, 구름방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맑은 하늘과 함께한 해가 더욱 빛나 보이는 새 아침입니다. 밤새 내린 이슬이 풀잎 끝에 송골송골 맺혀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군요.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비롯되는 첫머리에, 저 하늘 한쪽을 채우고 있는 구을 만드는 가장 작은 씨앗인 ‘구름방울’이라는 말을 함께 만나보려 합니다. ‘구름방울’은 ‘하늘 속에 떠다니면서 구름을 이루는 아주 작은 물방울’을 일컫는 말입니다. ‘구름’과 ‘물방울’이라는 맑은 낱말이 만나 참으로 싱그러운 느낌을 줍니다. 우리 눈에는 그저 커다란 솜뭉치처럼 보이는 구름이지만, 그 속을 아주 작게 들여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구름방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물 알갱이들이 하늘로 올라가, 먼지 같은 아주 작은 알맹이를 씨앗 삼아 서로 엉겨 붙어 피어나는 것이 바로 구름방울입니다. 이 작은 구름방울 하나하나는 너무나 가벼워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이 구름방울들이 수없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우리 눈에 보이는 아침 하늘의 흰 구름이 되는 것이지요. 하나일 때는 보이지 않지만, 함께 모여 비로소 눈부신 풍경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꼭 새로운 하루를 비롯하는 우리 모습과도 닮지 않았나요? 저마다의 자리에서 맞이한 값진 오늘이 모여 우리 모두의 멋진 하루를 이루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안개가 낀 날 바닷가를 걸으면, 볼을 스치는 축축한 기운이 바로 수많은 구름방울의 몸짓입니다.” “아이의 하얀 입김이 아침 공기 속에 흩어지는 것을 보니, 꼭 작은 구름방울들이 피어나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 저 구름 속에는 얼마나 많은 구름방울들이 있을까요?” ‘구름방울’이라는 말을 알고 나면, 하늘을 보는 눈길이 달라집니다.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아니라, 그 속에서 빛나고 있을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구름방울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땅의 모든 숨탄것(생명)을 키워내는 아침 이슬도 따지고 보면 밤사이 우리 곁으로 내려온 작은 구름방울들이지요. 새로운 하루를 비롯하는 이 아침, 우리도 마음속에 좋은 생각이라는 ‘구름방울’ 하나를 띄워보면 어떨까요? 작지만 값진 마음들이 모여 여러분의 하루라는 멋진 하늘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앞으로 구름을 보거든 그저 ‘구름’이라 부르기보다, 그 구름을 이루는 작고 맑은 ‘구름방울’의 반짝임을 한번 느껴보세요. 작디작은 것들이 모여 빚어내는 엄청나게 큰 누리를 떠올리게 하는 말, ‘구름방울’. 이 맑은 토박이말과 함께 힘찬 하루 여시길 바랍니다.